[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웃음을 애써 참는다. 매출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기업가치는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만 간다. 증권사 애널의 장밋빛 전망도 한몫 거둔다. 이정도면 표정관리도 어렵다. 원익머트리얼즈(이하 원익M)의 얘기다.

원익M은 2008년에서 최근까지 연평균 24%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져 매 분기 신기록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2013년 3분기 실적에서도 매출액 340억원으로 분기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금 속도면 연평균 성장세를 훌쩍 넘어 전년대비 약 35% 이상의 연매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가하면 ‘이보다 안 좋을 수 없다’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기업이 있다. 얼마 전까지 산업·특수가스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달리던 OCI머트리얼즈(이하 OCIM)와 국내 최대 불소생산업체인 후성은 매출 하락세에 고민의 골이 깊어만 간다.
 
OCIM은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영업이익 2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금년말 연간영업이익도 70억원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이러한 수치는 전년도 503억원의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무려 86%가량이 줄어든 실적이다. 국내를 넘어서 세계 최대 생산품목인 삼불화질소(NF3)의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유율 하락과 단가인하가 실적악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1년을 기점으로 지난해 큰 폭의 영업손실을 경험한 후성은 올해도 실적악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약 50%가량을 냉매에서 매출이 발생한다. 이 시장은 특정산업이 아닌 다양한 산업군의 전방효과가 높아 산업영향·민감도가 큰 시장이다. 결국 전반적인 시장정체가 이어지면서 매출회복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여기에 매출액 20%가량을 차지하는 리튬염(LiPF6) 소비처인 이차전지시장 역시 당장 큰 폭의 확장은 기대하기 어려워 당분간 힘든 시간이 지속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는 예상하고 있다.
 
 
▲ 탈출구 없나?
OCIM은 최근 연산 3,000톤 규모의 NF3 공장을 증설키로 했던 기존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총 1,700억원을 투자해 NF3 세계 최대 생산업체로의 위치를 더욱 곤고히 유지하려했으나 계획은 1,000톤에서 머물고 말았다. OCIM은 향후 시장여건에 따라 증설시기를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이 녹록치 않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와 함께 리튬염 제조시설의 신규투자를 무기한 연기하고 말았다. 기존 제품 업황이 어려워 신규시장을 새롭게 마련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투자위험을 피할 수밖에 없는 내부 사정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이차전지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아지면서 리튬염 생산을 계획하고 부지를 마련했으나 상업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져 생산설비 신설계획은 당분간 보류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우선적으로 회사 매출액의 75%를 차지하는 NF3에 대한 과도한 비중을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로 NF3 제조기술을 국산화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해 왔으나 최근 경쟁업체가 속속 출현하고 이에 따른 경쟁심화와 단가인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태양광시장의 회복속도도 눈여겨볼 대상이다. 회사의 약 10% 매출액을 담당하고 있는 모노실란(SiH4)은 태양광시장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제조에 사용되는 특수가스다. 결국 태양광시장이 회복돼야만 제품공급이 활성화될 수 있다. 특수가스가 전방산업의 영향에 절대적으로 노출된 산업이지만 OCIM의 주력제품 대부분이 경쟁심화 또는 업황부진이라는 불운을 겪으면서 실적악화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특정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제품생산라인을 갖추는 것이 실적해결의 실마리로 풀이되는 이유다.
 
후성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판매액 약 절반이 냉매에서 발생한다. 그 뒤로 이차전지 전해액 제조에 사용되는 리튬염이 20%, 반도체 특수가스 10%, 기타 약 20%로 구성된다. 최대 매출이 발생하는 냉매시장은 시장의 계절별 가격편차가 커 시장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냉매를 수입해 판매하는 다수의 경쟁업체로 인해 시장유지를 위한 제반비용이 많이 소요되면서 이익 확대를 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후성의 올해 매출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업이익 역시 상반기 82억원의 영업손실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적자폭을 메워 흑자로 돌아서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향후에도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후성은 각종 냉매는 물론 리튬이온전지소재, 반도체, 디스플레이용 특수가스 등으로 폭넓게 사용되는 불소화학분야의 세계적인 생산기업이다.
또 이차전지 전해액 제조에 필요한 리튬염의 국내 유일한 제조기업이자 글로벌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위치를 가능하게 한 후성의 독보적 기술력은 향후 성장성을 담보하는 핵심이다. 이차전지시장이 성장하고 고객사 다변화가 전제된다면 곧바로 안정된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 두 회사와 달리 원익M는 매출액, 영업이익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단순 실적증가 뿐 아니라 영업이익률도 20% 이상의 견조한 흐름이 유지된다. 특수가스 시장은 물론, 산업가스 등 고압가스시장 전체가 경쟁심화와 단가 하락에 따라 이익세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이 같은 실적은 단연 돋보인다.
 
이 회사는 매출의 약 75%가 반도체시장에서 만들어진다. 그 뒤로 디스플레이, LED 등에서 25%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시장자체만으로 보면 수요처가 단순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OCIM와 후성과는 큰 차이가 있다. 바로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약 100여종의 전공정용(증착·식각·확산·불순물 주입 등)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OLED 증착공정에 사용되는 아산화질소(N2O) 공급이 최근 늘고 있고 충북 오창 제1사업장에 이어 충남 전의(연기군) 제2사업장 가동도 시작돼 시장 수요에 충분한 공급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향후에도 견조한 실적흐름 예상을 뒷받침하는 요소이다.
 
OCIM는 최근 태양광시장 회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NF3 시장경쟁이 하루 이틀에 끝날 사안이 아닌 만큼 모노실란 수요처의 업황개선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또 시험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중국 NF3공장이 내년에 실질적으로 가동돼(삼성디스플레이 공급) 매출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후성은 특정제품 기술력이 뛰어난 만큼 전방산업 개선이 이뤄지면 곧바로 회복할 수 있는 저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성장성이 큰 이차전지시장에 대한 대기업 참여와 투자가 늘고 있어 리튬염을 제조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기술력은 가장 큰 수혜의 일등공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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