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 한원희 책임연구원
[투데이에너지] ▲국제 LNG시장의 변화

일반적으로 국제 석유시장과 같이 효율적인 글로벌 상품시장은 지역간 대표 가격에 수송·품질 비용 차이만 존재하는 단일 국제시장 가격이 형성되는 현물 거래 중심의 시장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 아직까지 국제 LNG 시장은 유가 연동 장기 계약이 지배적이고 현물 거래도 보편화돼 있지 않아 지역적으로 분할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고유가 지속과 함께 북미 천연가스 시장의 가격 급락과 일본의 원전사태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LNG현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지역 간 LNG가격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시장의 접근성 향상과 더불어 목적지에 대한 제한 없이 자유롭게 차익 거래가 가능한 유연한 물량(Flexible LNG)이 증가하고 유가 연동 장기 계약 탈피 압력이 증대되는 등 지역 간 가격 연계성과 장기 계약의 유연성 측면에서 국제 LNG시장의 글로벌화가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국제 석유시장과 같은 글로벌 상품시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장기 수급 전망과 함께 몇 가지 동인들은 과거 석유시장의 경험처럼 국제 LNG시장에도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2억4,000만톤이었던 세계 LNG 수요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중심으로 2030년경까지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2020년대 중반 이후 세계 LNG수요에서 차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비중은 70% 이상을 유지할 전망이며 유럽지역은 20% 이상, 미주 지역은 5% 미만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존 장기 계약 만료와 함께 2020년 이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규 계약 소요 물량은 1억~2억5,000만톤/년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2020년대 중반 이후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사상 유래 없는 잠재적 LNG프로젝트(총 4억톤/년)들 가운데 2억~2억5,000만톤/년 규모의 신규 LNG프로젝트가 필요할 전망이다.

▲LNG시장 글로벌화 동인

이러한 LNG 수급 전망 하에서 국제 LNG시장의 글로벌화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첫 번째 동인은 미국의 대규모 LNG 수출이다.

미국 LNG 수출 계약은 목적지 제한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북미 천연가스 시장 가격인 헨리허브 가격연동 가격 공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제안된 미국 LNG 수출 프로젝트들의 규모는 총 2억9,000만톤/년에 달하며 이중 Non-FTA 국가로의 수출 승인을 획득한 프로젝트는 5개(5,000만톤/년)이고 최종건설승인은 Sabine Pass 프로젝트만이 획득했다.

미국 정부는 국내 가스가격 상승 우려로 인해 제안된 프로젝트들 중 4,500만톤~6,500만톤/년 정도만을 우선적으로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아시아-태평양시장을 겨냥한 8개 프로젝트들이 총 7,700만톤/년에 달하는 예비 장기 계약을 이미 체결한 상태이다.

헨리허브 가격연동 방식의 미국 LNG 수출 확대의 관건은 중장기 전망에 근거한 유가 연동 계약과의 가격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계 가스전 및 신규 LNG프로젝트들의 생산 비용이 과거에 비해 2~3배 증가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국제 유가는 비전통석유의 한계 생산 비용을 하한으로 하향 안정화($80~100/bbl)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유가 연동 장기 계약내의 유가연동 수준 하락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헨리허브 가격은 다양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셰일가스 혁명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6/MMBtu 이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액화비용과 수송비 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가격 전망 하에서 헨리허브 연동 계약은 유가 연동 계약에 비해 충분한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은 세계 최대의 금융·상품 거래시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관련 금융파생상품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LNG 수출이 본격화될 경우에는 그동안 국제 LNG시장 글로벌화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여타 지역의 투명한 LNG 가격 지표 및 LNG 파생금융상품 발달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 동인은 유럽지역이 기존 장기 PNG 계약 중심의 유가 연동 가격 체제에서 가스허브·현물 연동 가격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지역은 최근 재정위기 여파로 인해 천연가스 수요가 2년 연속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유가 연동 장기 계약 가격이 가스허브·현물 가격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05년 유럽의 도매가스 가격 체제는 유가 연동 방식이 80%에 육박했지만 2010년에는 60% 이하로 급락하는 대신 시장 가격 방식이 37%까지 빠르게 증가했다.

2012년에도 유럽 가스 공급의 45% 정도가 현물시장에 연동된 것으로 평가되며 2014년경에는 유가 연동 방식이 전체의 절반 이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유럽지역에서는 2020년대 중반 이후에는 장기 LNG계약을 포함해 가스허브·현물 연동 가격 체제가 정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 번째는 지리적 신축성을 갖춘 LNG의 밸런싱 역할을 들 수 있다.

그동안 LNG는 특정 지역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지역 간 천연가스 가격 및 현물-장기 가격 간 격차에 따른 차익 거래를 통해 지역 간 밸런싱 기능을 수행해왔다.

현재와 같은 지역 간 천연가스·LNG가격은 그 격차가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장기적으로도 상당 기간 지역 간 LNG가격 격차가 거래 비용($2~3/MMBtu)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차익 거래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신규 장기 계약을 제외하더라도 기존 장기 계약의 유연한 물량을 중심으로 현재 전체 LNG거래의 25% 수준인 현물 거래를 포함한 단기 거래(4년 미만) 비중도 꾸준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아시아지역에서의 유가 연동 장기 계약 탈피 노력과 아시아 프리미엄 해소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시장 수급을 반영하는 역내 시장 가격 체계를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을 대표하는 투명하고 유동성 있는 가격 지표가 발달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스허브·현물 거래 시장도 활성화돼 있지 않다.

그러나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LNG 트레이딩 허브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은 LNG 현물·선물 거래시장 개설을 추진하고 있어 국제 LNG시장의 글로벌화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LNG시장의 미래

결론적으로 현재 전망 하에서 2020년대 중반 이후 헨리허브 연동 장기 계약을 통한 미국산 LNG 수출이 세계 LNG수요의 10~20%를 공급하고 해당 시기에 세계 LNG수요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시장이 시장 가격 연동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기존 LNG 현물·단기 거래시장(10~ 20%) 의 성장을 감안할 때 세계 LNG거래의 절반 이상이 유가 연동 가격 체제에서 탈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과거 1980년대 국제 석유시장의 경험과 같이 국제 LNG시장의 글로벌화가 급속도로 전개되고 지역 간 천연가스·LNG가격도 동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이렇게 글로벌화 된 국제 LNG시장에서는 다양한 위험과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상·하류 전반에 걸쳐 유연성과 위험회피 방안을 갖춘 포트폴리오 사업자들의 전성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에게 현물·선물 거래, 기타 트레이딩, 파생금융상품거래, 수송, 저장 등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 진출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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