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부인과 고관 부인들의 치맛바람이 온 나라를 휘감고 있다. 한쪽에선 ‘그래도 한번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이에 수백, 수천만원하는 옷들이 이들 사이에선 거침없이 입에 오르내려 왔다는 사실이 모두의 기운을 빼놓는다. IMF관리 체제로 들어선 이후 1년6개월 여를 빠듯이 지내온 대다수의 서민들 입장에선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일년을 뼈빠지게 일해도 고관부인들이 입는 옷 한벌 값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상실감 괴리감 등 상당수 근로자들이 느끼는 이러한 감정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부지게 마음먹으며 성실하게 일해왔던 사람들 입장에선 울화가 치미는 일이다.

외면하고 싶지만 많은 신문들이 이에 대해 적잖은 지면을 할애하고 TV에서도 연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물론 옳고 그름이 가려져야 하고 상황에 따라선 그에 따른 책임과 응분의 조치가 취해져야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야 중대 사안으로 받아질지는 몰라도 어쨌든 대다수 서민과 소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냉소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아직은 모두가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고 그리고 하루 빨리 IMF관리 체제를 벗어나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일을 경제적 손실로 따져 본다면 얼마에 이를까. 모르긴 해도 경우에 따라선 엄청난 손실이라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 ‘다시 해보자’며 모두가 발 벗고 나선 마당에 찬물을 끼얹었으니 단순한 물질적 피해 이상의 피해를 이들이 입힌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내 남편의 앞날에 지장을 주고 자신의 체면이 구겨져 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이 앞설 뿐 국가 경제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혔는지에 대해선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가스업계에서도 이런 소식을 접하고 맥 빠져할 사람이나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게 분명하다. 우선 생각나는 곳이 ‘한국가스보일러’라는 신생 업체다.

한국가스보일러는 가스업계에선 드물게도 부도난 회사 직원들이 다시 뭉쳐 설립한 회사다. 한국엔지니어링이 부도를 내고 한국가스보일러가 탄생하기까지에는 여러 사람들의 눈물과 아픔이 있었다. 한 때는 소주잔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보내며 세상을 원망해 보기도 하고 다른 직장의 문도 두드려 보기도 했다. 그렇게 1년 넘는 세월을 경제적 궁핍과 정신적 고통 속에서 보냈다. 그런 그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보듬으며 재기에 나섰다니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비단 이 한국가스보일러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사정은 조금씩 달라도 가스업계 여러 곳곳에서 많은 기업들이 ‘절대절명’의 위기를 넘기며 보이지 않는 눈물을 흘리며 지난 한해를 그렇게 보냈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IMF관리 체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우리는 아물어 가는 상처가 다시 터지지 않도록 서로가 독려하고 용기를 심어 줘야할 때이다. 고관 부인들의 행태가 단순히 정치권에 국한돼 있고 가스업계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흙탕물을 치기엔 서로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아직은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 줘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야한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용기를 갖고 기업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작은 마음의 배려가 필요한 시기다. 물론 가스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기업, 관련 기관을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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