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석유화학공단 안전한가?
[분석] 석유화학공단 안전한가?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4.08.12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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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 내 노후배관 점검 강화 필요
노후시설 및 사고 매뉴얼 검토해야

[투데이에너지 이승현 기자] 지난 7월 여수의 해양조선소 암모니아 가스 누출 사고와 대만 제2의 도시 가오슝 도심 한복판에서 프로필렌 누출로 인한 폭발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 참사의 공포에 가슴 졸이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들 사고는 화학물질 및 석유화학시설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대형인명피해로 이어졌다. 또한 대응 미숙 등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로 밝혀지며 대형 석유화학시설에 대한 사고 예방과 사고발생시 대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산단 내 화학사고 근본적 관리 필요

지난 7월31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에 위치한 여수 해양조선소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당초 화재 및 폭발사고라는 신고와 달리 사고는 참치운반선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됐다.

냉매로 쓰이는 암모니아를 보관하는 가스통이 노후돼 가스가 누출되며 인근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이 사망했고 21명이 질식과 화상 등의 중경상을 입었다. 이 지역은 지난해 3월 여수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폭발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한 바 있어 연이은 산업단지 내 사고로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암모니아는 환경부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성과 폭발성이 강해 69종의 사고대비물질 중 하나로 지정한 유독물질이다. 냉매제로 화학산업에 주로 쓰이며 용기가 열에 노출될 시 파열 또는 폭발할 수 있다.

또한 산과 격렬히 반응해 폭발성과 부식성 가스가 형성되며 인체에 노출되면 호흡기 자극으로 호흡곤란, 폐부종 등의 증상과 피부 자극에 의한 화상과 상처를 통해 혈류로 유입돼 전신에 위험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 물질로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이 같은 암모니아 사고는 지난 2월 남양주시 빙그레공장에서도 발생했다.

왜 이런 화학 사고들이 산업단지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인가?

이들 사고는 노후화 된 설비로 인한 누출사고라는 데 그 원인과 위험성이 상존해 있다.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서 설비가 수시로 점검되지 못하고 제때 교체·보수되지 못하면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불안감은 더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노후화 된 설비로 작업량을 맞추기 위해 365일 돌아가고 있는 석유화학공단은 두말할 나위 없이 안전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석유화학시설이 밀집해 있는 울산공단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난 5월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폭발·화재사고는 모두 197건으로 재산 피해는 총 45억9,000만원이며 사상자만 50여명(사망 5명·부상 43명)에 이른다. 비화재성 일반사고까지 합하면 사고는 300여건 이상, 사상자는 150여명 이상이고 피해액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울산공단에는 유해화학물질 및 초대형 유류·가스 저장시설이 밀집해 작은 사고에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이는 울산국가공단의 연간 위험물질 취급량만 봐도 확연하다.

울산공단은 1억602만톤 가량의 화학물질을 사용하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물량의 30%를 차지한다. 이 중에는 폭발성이 강한 유류와 초산, 황산 등 138종의 유해화학물질과 가스 등이 들어있는 초대형 저장탱크도 1,700여기에 이른다.

또한 울산은 공단지역의 특성상 유해화학물질이나 가스등이 대형배관을 통해 공급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화학관로뿐만 아니라 중고압 가스관로, 송유관 등도 함께 뒤섞여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물질의 혈관역할을 담당하는 울산지역의 배관은 수십년된 노후배관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자칫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관리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예산부족 문제와 관리권한이 중앙정부에 있다 보니 지자체의 관리 문제에 대해 지적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해 울산국가공단에 지원된 노후시설 개선 및 정밀안전진단 사업비는 50억원에 그쳤다.

게다가 유해화학물질 관리는 환경부, 산업안전은 고용노동부, 고압가스 관리는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이원화돼 있고 그마저도 중앙정부에 관리권한이 집중돼 있어 지자체인 울산시 인력으로는 공단 전체를 관리하기에 예산도 인력도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 조성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는 여수, 울산, 대산 지역에 조성된 국가산업단지에 집중돼 있다. 이 중 여수와 울산은 40년 이상된 오래된 설비가 대부분이다.

노후화 된 설비는 잦은 정비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어 공장 가동시기는 물론이고 수리 과정에서 항상 사고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언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번 여수해양 조선소 암모니아 누출 사고도 평상시 안전보건조치 의무사항에 대한 설비실태 점검 및 보수교체 작업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사후약방문’식 땜질처방이 아닌 전국 산단의 노후설비실태에 대한 조사와 근본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석유화학단지 방심하면 ‘끝’

지난 8월1일 대만 제2의 도시 가오슝(高雄) 도심에서 석유화학공단 등에 공급하는 프로필렌이 누출돼 사상 최악의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대만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또한 사고를 통해 정부의 대응 미숙과 기업의 안일함이 얼마나 큰 피해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번 대만사고의 주원인은 프로필렌 누출에 의한 폭발이다.

프로필렌은 생활주변의 모든 플라스틱, PVC 제품에 쓰이며 플라스틱 용기, 의료용 주사기 등의 제품을 만드는 재료로 없어서는 안될 물질이다. 때문에 프로필렌은 석유화학산업에서 핵심재료 중 하나이다.

현재 우리나라 석유화학산단에 존재하는 기업 역시 프로필렌 생산업체가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화학업계인 SK가스, 효성, 여천NCC, 롯데케미칼 등은 작년 대규모 신증설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대만의 경우처럼 우리 역시 석유화학산단은 배관을 통해 프로필렌을 공급받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에 따라 산업단지의 혈관역할을 하는 배관이 노후화 됐다면 언제든 이러한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프로필렌의 경우 지하 공급관 내에서는 액체 상태이지만 공기 중으로 유출되면 휘발해 작은 불꽃에도 쉽게 폭발할 수 있다. 이처럼 노후된 배관에 대한 점검 없이는 우리 석유화학 시설들 역시 안전을 장담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정부·업계의 대응 매뉴얼 다시한번 검토해야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들은 각종사고에서 나타나듯 대형 피해를 야기한다. 또한 이러한 불감증은 개인이나 기업에 국한 되는 것은 아니다. 여수 및 대만 가스누출 사고로 계기로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만 검찰에 따르면 가오슝시의 프로필렌 누출사고는 지하 공급관을 가진 업체가 최초 프로필렌 누출 사실을 파악한 뒤 3시간 동안 공급관을 차단하지 않아 사고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급관을 하청 관리하는 씨지티디(CGTD)사가 지하관로의 압력이 한순간에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당일확인하고 프로필렌의 공급을 중단하려 했지만 공급사측의 공급 재개 요구로 대형참사의 빌미가 됐다. 업계의 안일한 생각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회사 측은 프로필렌 유출 사실을 관계 당국에도 통보조차 하지 않은 채 숨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3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11톤의 프로필렌이 외부로 유출돼 8차례의 연쇄 가스폭발로 이어졌다.

대만 정부의 초기대응 부실도 지탄을 받고 있다. 최초 신고를 받고 3시간 동안 관계 당국은 가스 성분도 파악하지 못했고 안일한 대처로 주민대피도 시키지 않아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 2012년 경북구미에서 있었던 불산누출사고 때와 너무나 닮아 있다.

우리 역시 업체의 안전관리 미준수로 사고가 발생했고 정부 또한 허둥대며 골든타임을 놓쳐 주민대피령을 4시간 후에나 내리며 사고를 키웠다.

관계당국의 부실한 관리와 대처로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소방관 18명 입원, 주민 1만2,000명이 정밀 검진을 받는 등 주민보상액만도 380억원에 이르는 초유의 산업·환경재해로 기록 된 바 있는 이 두 사고는 안전불감증과 정부의 무능력이 불러온 최악의 안전사고 중 하나다.

이 같은 모습은 비단 이 두 사고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정부는 화학물질관리와 비상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각종 사고 대응 매뉴얼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대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고는 계속되고 있고 이러한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두 사고를 한 지역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사고로 치부하거나 근시안적 대처에 머무르지 말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근본적인 모순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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