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수소충전소, 어디로 사라졌나
[분석]수소충전소, 어디로 사라졌나
  • 장성혁 기자
  • 승인 2014.10.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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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청, 부지 소유주(LH) 동의 없이 ‘10년 무상제공’ 약속
사업수행기관 “정부기관 못 믿으면 누굴 믿나” 억울함 토로

[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행복도시가 표방해 온 그린시티 조성계획의 일환으로 탄소감축 및 신재생에너지 도입의 초석을 다지고 향후 연료전지발전소 건립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지난해 6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세계 최대 수소충전소 정부과제 사업 유치 후 발표한 보도자료 내용이다. 그러나 최근 행복청은 안전 등의 문제로 계속 사업이 어렵다고 결론내리고 이를 산업부와 에기평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사업은 1차년도 과제 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고서도 결국 중단됐다.
 
사업불가의 표면적인 이유는 고압시설인 충전소의 ‘안전’ 문제를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속사정은 ‘10년 무상임대’키로 했던 사업부지 제공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행복청이 제공키로 한 부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소유로 ‘수소충전소’ 사업 유치를 위해서는 LH와 행복청간 부지사용에 동의하는 문서 등 공식적인 합의절차가 선행됐어야 했다. 그러나 행복청은 LH의 명확한 ‘부지제공’ 동의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결국 의지만 앞세운 행복청의 허술하고 안일한 업무처리로 정부예산과 민간자금 등 20억원 이상이 투입된 ‘수소충전소 실증사업’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남기고 좌초돼 버렸다.
 
■사업부지, ‘소유주 따로’ ‘제공자 따로’
행복청이 사업유치를 반기며 홍보한 정부과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해 실증하는 사업이다. 이 과제는 ‘2013년 신재생에너지 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으로 선정돼 지난해 6월1일부터 추진됐다. 단순한 기술개발이 아니라 특정 사이트에 시설물을 구축 후 실증하는 과제로 부지유무는 과제추진까지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사안이었다.
 
행복청은 세종시 ‘환경기초시설부지 내 유보지(약 1,500㎡)’를 10년간 무상임대 조건으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공문으로 밝혔으며 이후 정부와 과제협약을 맺고 사업이 추진됐다.
 
문제는 해당 부지가 행복청이 아닌 LH 소유라는 점이다. 부지제공에 따른 사업유치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부지사용 및 승인과 관련해 LH와 합의절차를 선 이행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행복청은 상식적이지 않았다. 행복청의 관계자는 “당시 추진했던 담당자 모두가 바뀐 상황이어서 정확한 경위를 설명하기 곤란하다”라며 “부지제공을 위한 LH와의 공문 등 공식적인 문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시인했다.
 
LH는 사업착수 후 부지무상임대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밝혀 온 것으로 확인됐다.
 
■중단된 실증과제, 어떤 의미있나
수소 및 연료전지산업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충전소가 구축된다는 소식에 한껏 기대를 품었다. 300N㎥/h급 천연가스 개질방식의 수소충전소는 현재 일본에서 구축이 진행되는 사업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 규모다.
 
제이엔케이히터(주)가 주관하고 가스공사, KIST, 에너지연 등 8개 기관이 참여한 이번 실증과제는 30N㎥/h급 현 기술수준을 300N㎥/h급으로 높일 수 있는 천연가스 개질방식의 수소제조장치를 개발하는 과제다. 또 부지에 해당 시설을 구축해 다양한 실증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상용화 수준의 수소제조장치 기술을 국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충전소를 국내에 구축한다는 상징성까지 감안하면 반드시 완료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3년간 총137억원(국가 81억원, 민간 5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과제는 지난 8월 1차년도 평가가 진행됐다. 열효율, 개질전환율, 생산용량 등 성능·성과지표 모든 평가항목에서 목표치 이상이 달성됐다.
 
이에 따라 충전시스템을 부지에 구축하고 수소생산유닛 등을 개발하는 2차년도 과제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부지사용 문제’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당장 충전시스템을 부지에 구축해야 하는데 부지를 제공키로 했던 행복청이 ‘안전문제’를 이유로 부지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 과제는 결국 중단됐다.
 
■앞뒤 순서 뒤바뀐 행복청의 주장
취재 과정에서 행복청은 ‘안전’을 수차례 강조했다. 행복청의 관계자는 “수소충전소의 안전우려가 계속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과제 수행기관에 안전을 신뢰할 수 있는 방안제시를 요구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안전과 관련해 몇 차례 협의가 진행됐고 올해 3월에는 행복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안전설명회’도 개최한 바 있다.
 
안전문제는 중요하다. 그러나 순서가 틀렸다. 최초 행복청이 유치하고자 검토했던 사업은 ‘수소충전소’다. 최근 과제중단 결정이 나기까지 수행기관이 연구개발을 진행해 온 사업 역시 ‘수소충전소’다. 본 사업은 변한 것이 없다. 안전우려가 컸다면 최초 사업유치를 검토할 때 우선해 검증했어야 하는 것이 맞는 얘기다.
 
언급했듯 실증과제는 ‘부지’가 확보돼야 가능한 사업이었고 산업부와 에기평는 행복청의 ‘부지제공 약속’을 받은 후 과제선정을 확정하고 협약을 맺었다.
 
■정부기관의 약속 파기, 누굴 믿어야 하나
이유가 어찌되었던 ‘부지문제’로 결국 사업은 중단됐다. 산업부의 관계자는 “2차년도 사업계획으로 당장 부지에 충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건설부지가 확보되지 않은 현재의 리스크를 안고 갈 수는 없었다”고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사업중단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도 다양하다. 참여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부담금으로 기투입된 23억원은 결과물도 없이 사라졌다”라며 “특히 정부가 부담한 20억원은 국민세금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차년도에 구축한 수소제조장치의 유지보수 주체도, 예산도 없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돈도 기술도 무용지물이 되면서 산업경쟁력의 희망도 함께 무너지고 만 것이다.
 
한 참여자는 이 같은 현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정부기관이 공문으로 약속한 내용을 번복해 사업이 중단되는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라며 “특히 민간기업 입장에서 향후 사업화를 기대하고 인력과 예산을 선 투입했는데 이 모든 노력을 다른 주체가 아닌 정부기관이 틀어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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