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최근 발주한 신규 LNG선 6척 중 2척(운영사: SK해운, 건조사: 삼성중공업)에는 세계 최초로 한국형 화물창 ‘KC-1’이 탑재된다. 단순히 2척에 KC-1 기술을 적용한다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기술로열티 절감 등 파생되는 기대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화물창 원천기술이 외국기업에 의해 독점돼 막대한 기술료를 지불해왔지만 이번에 KC-1을 상용화함으로써 기술로열티를 절감하고 새로운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KC-1은 세계 LNG선 시장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한편 중소기업 기자재 발굴·육성을 통한 동반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조선산업, 새로운 경쟁력 ‘절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 LNG 도입 시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LNG선을 건조하고 국적선사(해운사)가 LNG선을 운영하는 ‘LNG 국적선 사업’을 추진한 결과 1994년 제1호 국적선을 성공적으로 취항시켰다. 국내 조선사가 세계 4번째로 LNG선 시장에 참여토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후 가스공사는 2008년까지 총 21척의 LNG선박을 국내 조선사에 발주했다. 조선사들은 헌신적인 노력으로 우수한 기술력과 건조능력을 확보해 현재 세계 LNG선 시장의 70% 이상 수주실적을 올리고 있다. 가스공사와 조선사의 이러한 노력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 조선강국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국내 조선사들은 화물창에 대한 원천기술이 없어 외국 기업에 기술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한편 LNG선 건조시장에서 일본이 조금씩 부활하고 중국의 급성장이 전망되고 있어 새로운 기술경쟁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건조되고 있는 LNG 운반선은 한척 당 선가의 5%(100억원) 정도를 원천기술사에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다. LNG선 건조 수익율을 10%로 가정할 때 조선소에서는 선박 한 척을 건조하고 200억원 정도 남기게 되는데 이 수익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012년 11월 ‘중국 시진핑 시대 개막과 우리기업의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의 조선산업이 급성장 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건형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 LNG기술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현재 중국은 기술력이 부족해도 건조가 가능한 벌크선 등을 많이 수주하고 있지만 향후 LNG선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을 넘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라며 “가스공사의 국적선 정책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조선사가 LNG선 건조에 첫 발을 내딛은 지 20년이 지난 지금 KC-1의 개발과 상용화는 국내 조선사의 기술경쟁력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 KC-1 어떻게 탄생했나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004년 9월부터 2009년 8월까지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공동으로 국가연구사업(총 사업비 185억9,000만원)으로 ‘한국형 LNG선 Cargo Containment System’ 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한 데 이어 2011년 10월부터 총 사업비 11억2,400만원을 투입해 ‘KC-1 LNG선 화물창 실용화’ 기술개발을 완료했다. 

‘화물창(Cargo)’은 LNG운송선에서 LNG를 저장하는 공간을 말한다.

KC-1 기술의 근원은 가스공사에서 개발한 육상 멤브레인형 LNG저장탱크 기술에 있다. 이 육상용 저장탱크 기술은 인천생산기지 19호 및 20호 탱크에 적용돼 2008년부터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KC-1 화물창은 기존 GTT의 Mark III처럼 멤브레인형으로 분류되는 기술로 기존 기술에 비해 안전성을 크게 강화한 기술이다.

KC-1 화물창은 -162℃의 초저온 액체(LNG)와 직접 접촉해 안정적으로 LNG를 저장하는 스틸 탱크와 영상 20℃인 선체 외부 온도의 차를 극복하는 단열시스템으로 구성된다. 

KC-1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동일한 형상의 주름을 가진 금속 멤브레인으로 1차 방벽과 2차 방벽을 근접 배치하고 단열층을 하나로 구성해 시공성과 운영성을 크게 향상시킨 점이다.

김영균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 LNG기술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GTT의 Mark III같은  기존 기술은 2개의 단열층을 설치해 시공이 어렵고 단열층 사이에 배치되는 2차 방벽에서 시공불량 등으로 LNG누설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KC-1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라며 “또 1차 방벽과 2차 방벽의 근접구조는 운전 시 두 개의 멤브레인이 비슷한 온도에서 운전되기 때문에 유사 시 LNG가 누설되더라도 2차 방벽에 열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단열재의 경우 기존의 유리섬유강화 폴리우레탄폼(R-PUF) 대신 유리섬유가 없는 고밀도의 폴리우레탄폼(H-PUF)을 사용해 기존에 비해 열 차단 성능이 높고 단열재 패널의 제작이 용이해 가격이 저렴하다.

또 모든 멤브레인 용접이 평면 직선으로 이뤄지도록 설계돼 용접 시간 단축은 물론 용접결함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특히 용접기 전문업체와 협력해 개발한 멤브레인 전용 플라즈마 아크 용접기를 적용해 용접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 KC-1 기술 적용 토대 마련

가스공사와 조선사는 멤브레인 및 단열재를 이용한 모형시험 탱크(Open Mock-up Tank)를 제작해 시공 가능성을 검증했다. 운영성 검증을 위한 모형시험 탱크(Closed Mock-up Tank)도 제작해 실제 LNG 주입과 방출의 반복 운전을 실시한 결과 KC-1 화물창 시스템 의 성능을 확인했다.

KC-1 화물창은 국내 및 해외 특허를 획득(총 45건: 한국 21건, 유럽 1건, 미국 9건, 중국 7건, 일본 6건, 호주 1건)해 설계 기술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검증받아 해외기업 선행기술과의 저촉사항이 없는 것도 확인됐다.

또한 국제선급 인증사인 한국선급(KR), 미국선급(ABS), 프랑스선급(BV)의 인증을 획득해 KC-1 기술의 구현성 및 실선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지난해 12월에는 산업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관하는 신기술인증을 획득해 LNG 국적선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LNG선 화물창 용량의 대형화 추세(기존 155K급에서 175K급으로 변화)에 따라 170K급 KC-1 LNG선 화물창에 대해 국제선급 인증을 획득했다. 175K급 용량은 전체 LNG선 중에 차지하는 비중이 8% 정도이지만 현재 건조 중인 LNG선의 85%를 차지한다. 향후 파나마 운하 확장 공사 완료에 따라 177K급 멤브레인 LNG선 운항이 가능해지고 LNG-FPSO 및 LNG-FSRU 시장 형성에 따라 LNG선 화물창이 대용량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건형 수석연구원은 “‘KC-1 개발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중소기업 기자재 발굴·육성이라는 명분 때문에 가스공사 본사에서 적극 밀어줬고 조선사 및 기자재 업체와 함께 역량을 결집한 결과 KC-1 기술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KC-1의 기대효과

KC-1의 상용화를 통해 그동안 해외기업에 지급한 기술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최 연구원은 “해외 LNG선 원천기술사의 로열티는 선가의 약 5%로 척당 약 100억원”이라며 “2013년 국내 조선사 15척 건조 기준으로 연간 약 1,500억원의 해외 기술료 절감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KC-1 기술은 기자재 업체 등 관련업계와의 동반성장도 견인할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LNG선의 기자재 금액은 척당 약 500억원이다. 국산 LNG선 기자재를 적극 적용할 경우 최대 40%의 국산 설비 대체가 가능해 연간 3,000억원 규모(2013년 국내 조선사 15척 건조 기준)의 외화 절감 및 관련업계의 동반성장 효과가 기대된다.

가스공사는 지난 8월13일 조선해양플랜트업계 간담회에서 최근 발주한 국적선에 국산개발 핵심 기자재가 탑재되도록 노력해 관련업체에 수행실적 확보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기술혁신과 상생협력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스공사는 KC-1 화물창을 국적선에 탑재해 세계 LNG선 시장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향후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이러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한국가스공사와 조선3사가 참여하는 조인트 벤처사(가칭 KC-1 JVC) 설립을 통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최건형 수석연구원은 “이번 KC-1 화물창 국적선 탑재를 일회성이 아닌 신성장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KC-1의 LNG선 시장 진출을 통한 신규 부가가치 창출과 신기술의 국산화로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동시에 LNG선 국산 기자재를 적극 발굴해 국내 조선기자재 업체의 LNG선 시장 진출로 신규 고용창출 및 매출증대를 통한 동반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KC-1 화물창이 세계 LNG선 시장에서 확대·적용될 경우 로열티 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KC-1선형 2척을 건조하게 된 삼성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수주한 가스공사의 신규 LNG선에 세계 최초로 한국형 화물창 KC-1을 탑재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 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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