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풍력협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자유무역협정 확대로 국내 농업과 농촌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는 지난 17일 여수 엠블호텔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시설농업 활성화’를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진행한 바 있다.

들어보니 생각보다 농업과 농촌의 해체가 심각했다. 통계에 따르면 2004년 이후 농림업의 에너지 소비량은 연평균 10.5%씩 감소하고 있었다. 전체 에너지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농림업 에너지소비량의 감소는 농업의 침체와 농촌의 해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원예작물 재배, 특히 시설원예는 생산액이 증가하는 중이고 농림부도 시설원예산업을 2020년까지 생산액 9조원, 수출액 10억달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아시다시피 세계 시설원예의 최강국은 네덜란드로 기술력으로 세계 최고의 시설원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영세한 규모와 시설원예 기술력 부족이 시설원예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지만 높은 에너지비용도 시설원예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네덜란드 시설원예의 경쟁력은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열을 활용하는 효율적인 열병합발전시스템의 활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설원예는 생산비 중에서 에너지비용의 비중이 매우 높다. 강연구 농촌진흥청 박사의 발표에 따르면 시설원예에서 광열동력비의 비중이 30%를 전후한다.

강연구 박사는 남제주화력에서 온배수를 활용해 망고를 재배하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주변 농촌과 단절됐던 발전시설이 인근 농지에 열에너지를 공급해준다면 새로운 상생의 길을 여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농촌진흥청 사례 분석에 따르면 온배수 활용 시 연간 87%의 난방비 절감과 46%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농업전문가나 수요자들도 초대형 단지를 조성해서 대규모 열원을 끌어오는 것은 국내 농업 현실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동부팜한농의 화옹 유리온실사업이 영세 시설원예 농가에 타격을 줘 다시 농민법인에 매각되는 사례에서도 보듯이 국내는 대규모 기업농장 운영은 어렵다. 에관공에선 부지 여건과 농업 상황 때문에 발전소 폐열의 일부만 활용해 분산적으로 중소규모 시설원예단지를 지원하는 구상이라 태양광, 풍력 등 기존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해수의 수열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지정하는데 논란이 많고 태양광, 풍력 등 국내  신재생에너지업계에서 보급시장 축소를 우려해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발전소 폐열을 활용해 시설 농가에 지원하는 방안 그 자체는 대부분 환영하고 지지한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전남 나주에서 시설원예 농민들은 어떻게 빨리 효과적으로 농가에 열에너지를 지원할지 구체적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수요자 입장에서 재촉했다.

문제의 핵심은 발전소 폐열의 농업 활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현실화해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효율을 향상하고 농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인가이다. 이것은 발전소 주변 적지 분석 및 시설원예 단지 조성,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폐열 회수 및 공급 시설 설치, 기존 농가 중심의 영농법인 설립 및 운영, 기존 시설원예산업과 조화를 이루는 품종 선택 및 경영 등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시설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 등 일련의 복잡한 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돼야 가능하다. 현재 신재생에너지법의 체제에서 해수 열에너지를 활용해 농가의 난방열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발전소에서 버려지던 열의 활용은 실행의 첫걸음을 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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