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안전과 규제 합리화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기획] 안전과 규제 합리화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이종수 기자
  • 승인 2015.0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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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시가스 폭발사고 20주기’
도시가스 안전관리 변화와 향후 방향은

[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오는 28일은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도시가스 폭발사고(1995년 4월28일) 20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에 앞서 1994년에는 서울 아현동 가스공급기지 폭발사고가 있었다. 국내 도시가스업계 아픔의 역사인 두 번의 대형 사고는 도시가스 안전관리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가스공급 위주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체계로 전환된 것이다.
그동안 획기적으로 발전한 도시가스 안전관리의 모습과 앞으로의 안전관리 방향을 짚어본다.


■ 아픔의 역사, 두 번의 대형사고

서민들의 대표적인 연료였던 연탄은 1980년대 들어 도시가스의 등장으로 성장의 정체기를 맞았다. 도시가스는 1980년대 중반 들어 전국으로 보급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도시가스사들의 적극적인 배관투자로 도시가스는 국민연료로 성장하고 있었다. 지난 1994년 도시가스업계는 350만가구에 37억㎥의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었다. 배관망은 1만km에 육박했다.

그런데 1994년 12월7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한국가스공사 가스공급기지)에서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듬해인 1995년 4월28일에는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지하 굴착업체가 공사 중 가스배관을 파손해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했다.

폭발사고의 여파는 처참했다. 아현동 사고로 사망 12명, 실종 1명, 부상 170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집을 잃은 이재민도 600여명에 달했다. 대구 사고는 사망 101명, 부상 202명이라는 피해를 낳았다.

두 번의 대형사고는 도시가스 안전관리 제도의 전면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 강력한 규제 쏟아져

한국가스공사의 가스안전관리체계 개선계획이 본격 추진되는 한편 도시가스사업법령 전면 개정을 통해 강력한 규정들이 생겨났다.

도시가스사는 배관 15km마다 배관안전점검원 1인씩 배치해야 했다. 도시가스시설의 검사·감독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시공감리와 수시검사가 신설됐다.

신규로 설치되는 도시가스시설은 사전에 시공감리를 받고 기존 시설은 현행 정기검사에 추가해 수시검사를 받게끔 했다. 

도시가스사로 하여금 종합안전관리체계를 구축토록 해 그 이행상태를 행정관청에서 정기적으로 평가받도록 했다. 

가스배관보호제도도 만들어졌다. 타 공사로 인한 배관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가스안전영향평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배관 부식 방지를 위한 협의 의무도 신설됐다. 지하매설물을 관리·운영하는 자가 전기부식과 관련있는 시설 등을 설치하거나 보수하는 경우 도시가스사와 협의하도록 한 것이다.

도시가스사로 하여금 가스사용자의 가스사용시설에 대한 정기 안전점검을 실시토록 했다. 점검결과 개선이 필요하면 사용자에게 이를 권고하고 사용자가 그 권고에 따르지 않을 때에는 가스공급을 중단토록 했다.

이밖에 부실하게 공사를 한 가스시설시공자에게는 1,0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중압 및 저압 가스관을 시공할 때 각각 50m 이상과 300m 이상의 공사에만 적용하던 완성검사가 모든 공사로 확대됐다.

가스관에 대한 정기검사 항목에 가스누설 여부를 알아낼 수 있는 기밀시험검사가 추가됐다. 타 공사로 인한 가스관 파손을 막기 위해 도시가스사는 배관의 매설위치를 도로 위에 표시해야 했다. 도시가스사뿐만 아니라 연평균 2,000㎥ 이상의 가스를 소비하는 사용자도 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토록 했다.

안전관련 부서가 따로 없었던(업무부가 안전관리 업무 병행) 도시가스협회는 1996년 11월 안전관리부를 신설해 도시가스 안전관리대책을 수립하고 회원사와 함께 도시가스 안전관리 향상에 주력했다.  

지난 1974년 고압가스보안협회로 출발한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꾸준한 안전관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해야 했다.

가스관계법 개정을 통해 단순한 시설 위주의 안전관리체계에서 경영 전반에 관한 가스안전관리종합체계로 전환했다.

대형사고 이후 다양한 규제가 생기면서 사실상 도시가스업계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배관 15km당 1인을 배치하는 배관안전점검원 제도 등으로 인해 구인난을 겪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안전관리 법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안전관리 인력’이라는 수식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 안전관리 투자 적극 나서

그러나 도시가스업계는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나갔다. 종합가스안전관리체계를 추진하기 위해 공사인력이 630여명에서 1,180여명으로 2배 정도 증가했다.

도시가스분야에 배관시공감리, 가스안전영향평가, 안전성향상계획 심사 등 신규업무가 추가됐다. 안전관리에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도시가스협회는 도시가스업계의 안전관리가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1993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가스안전관리기금의 융자규모와 대상을 대폭 확대해 나갔다. 가스안전관리기금은 1997년 1월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로 편입돼 현재까지 지원되고 있다.

도시가스업계는 첨단기술과 최신 안전관리기법을 총동원해 원격감시시스템(SCADA), 지리정보시스템(GIS), 배관망 해석시스템, 매설배관위험진단시스템 등 다양한 선진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이처럼 최첨단 시스템을 확충할 수 있었던 것은 업계의 과감한 투자는 물론 안전관리기금 융자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또한 각종 안전관리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비상상황 발생 시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종합상황실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사고유형별 대응시나리오를 다양화하고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종합 비상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재난안전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김정만 한국도시가스협회 안전관리위원장(서울도시가스 상무)은 “도시가스업계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안전관리로 진화하고 있다”라며 “현장중심의 안전관리 활동을 통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몇 년간 정부에서 지원하는 안전관리자금이 줄어들고 있다. 도시가스협회는 안전관리자금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노후배관의 교체와 시설개선에만 한 해에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만큼 안전관리자금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도시가스협회의 의견이다.


■ 안전 확보하면서 사업자 부담 경감

두 번의 대형사고 이후 정부 주도의 강력한 안전관리가 이뤄졌다면 이제는 도시가스사업자의 자율안전관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안전관리 정책이 바뀌고 있다.

김성문 한국가스안전공사 안전관리이사는 “정부의 도시가스 안전관리체계의 대폭적인 개선과 도시가스업계의 안전관리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일부 규제완화를 포함한 도시가스 안전관리체계의 포괄적인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라며 “가스안전공사는 도시가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법규 규제사항 중 도시가스사업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폐지하거나 개정해 도시가스사업자의 자율안전관리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4년 3월부터 발굴·검토된 산업부의 규제개선 정비계획에 따라  규제합리화 5개, 제도보완 5개 과제에 대한 법규 개정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정압기지의 계량설비 설치 및 변경공사 신고의무를 완화해 신속한 공사 진행은 물론 도시가스사업자의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

도시가스 굴착공사 합동순회점검기간을 축소하고 도시가스 정압기지 출입감시장치(CCTV) 설치의무를 폐지해 연간 약 21억원의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가스안전공사는 정부, 학계, 연구소 및 업계와 가스안전관리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도시가스사업자의 자율안전관리 확산의 일환으로 도시가스안전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도입된 중압배관 정밀안전진단 비용의 합리적 책정 등 6개의 건의사항에 대해 4개 과제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배관안전점검원 제도 개선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김성문 한국가스안전공사 안전관리이사는 “도시가스업계에서 현행 배관길이 15km당 1인 이상을 두도록 하는 기준을 20km 또는 30km로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도시가스사 노동조합이 반대하고 있다”라며 “노사간 합의가 우선돼야 제도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관리에 규제가 더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안전을 확보하면서 사업자의 부담도 덜어주는 방향으로 도시가스 안전관리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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