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현재 검토되고 있는 집단에너지산업 발전방안을 들여다보면 지식경제부의 집단에너지정책 기조에 심상치 않은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활발한 경쟁을 통해 민간사업자의 적극적인 시장참여를 유도한다는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난방공사를 비롯한 대규모 사업자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고 있는 것.

특히 현 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천명해온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서 지역난방공사의 신규사업 참여를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난의 무리한 사업 확장을 용인하는 측면이 다분히 포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정책기조 변화는 상당수 민간사업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난 우선 정책으로 변하나
지경부는 지금까지 제3차 집단에너지공급기본계획과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활성화한다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번 발전방안을 계기로 지경부의 정책은 대규모 사업자인 한난을 대변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도는 먼저 민간사업자 중 부실사업자의 처리 방안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지경부는 사업자의 경영부실 등으로 열공급 중단 우려 시 지역입주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타 사업자 인수, 대체 공급 등을 논의토록 하고 있다.

열 공급 중단 시에는 인근 사업자에 대해 우선 협상권을 부여하거나 일정 조건 충족 시 의무적 사업인수제도 도입을 검토한다는 것이 지경부의 방안이다. 특히 인수자에 대해서는 신규사업 허가 신청 시 신규사업 참여 제한 해제 또는 사업자 선정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

그러나 신규사업 참여제한을 해제한다는 것은 결국 한난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집단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의 부실원인을 규명하고 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정책이 필요한데도 부실사업자가 양산될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고 특정 공기업이 인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라며 “특정 대규모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기보다는 사업초기의 신규사업자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지원이 될 수 있는 정책 및 지원제도 발굴이 시급하고 그 후에 모든 사업자에게 보편타당하게 적용할 수 있는 대안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그토록 강조해온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른 한난의 신규사업 참여제한을 이제 와서 도리어 공정경쟁에 저해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시장점유율 산정방식을 현행 공급세대수에서 허가받은 열 설비용량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난의 시장점유율이 54%에서 48% 정도로 떨어지게 되고 이는 곧 한난의 신규사업 참여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난은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에도 불구하고 동탄2지구, 강남1차보금자리 등에서 경쟁 또는 단독으로 사업허가를 취득했고 문정지구의 경우 민간사업자와 경쟁한 바 있다.

△소비자 선택권 무시, HOB 의존도 높여   
발전방안은 또 대규모 택지개발의 둔화로 집단에너지 보급률 정체가 예상된다며 기존 비고시 지역이면서 한난의 기존 사업지구 인근 지역을 집단에너지 공급대상 지역(공급 의무화)으로 신규 지정하는 동시에 개별보일러 신규 설치는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선택권을 제약하면서 한난의 무리한 사업 확장(HOB 의존도 증가)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발전방안에서 기존지역을 공급대상지역으로 공고하려고 검토한 지역을 보면 도시가스 개별난방과 지역난방이 혼재돼 공급되는 지역이다.

기존 지역의 경우 그 지역에 맞게 집단에너지시설을 설치했는데 추가 공급은 보조보일러(HOB) 의존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집단에너지의 근본취지인 CHP는 무시하고 당연히 HOB를 써야 하는 것으로 왜곡돼 있는 것. 단적인 예로 현재 서울지역에서 열 판매를 하는 일부 지역의 경우 약 75%를 HOB에 의존해서 열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집단에너지업계의 관계자는 “지역난방과 개별난방 혼재 지역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난방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기존 지역의 CHP 배열 활용도가 낮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지역난방+소형열병합’ 보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보조보일러 가스요금을 산업용으로 적용하겠다는 방안도 한난만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집단에너지업계의 관계자는 “얼핏 보면 민간 사업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산업 간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부분으로 현실성이 적다”라며 “열 요금제도 개선은 근본적으로 대규모 시장 지배 사업자와의 차이를 개선하는 쪽으로 가야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한난의 이익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발전방안 전면 재검토 돼야”
특히 도시가스업계는 이번 발전방안을 놓고 국가 에너지이용 측면에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도시가스사의 관계자는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CHP의 배열을 최대한 활용해 에너지절감을 극대화하려는 노력보다는 비효율적인 보조보일러의 가스가격을 낮추는 것으로 사업을 개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부실을 걱정하기보다는 열 요금제도의 현실화, 정책적 지원 등 예방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민간 사업자도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최적화 과정을 통해 경영합리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난은 생활수준이 높은 강남, 분당, 일산 등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만큼 이제 민영화를 고려해야 하는 사업에 대해 오히려 한난에 사실상 특혜를 주는 정책은 지양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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