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국내에서 수소연료전지차(FCEV) 보급 기운이 감돈다. 지자체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도 보급계획을 마련하는 등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 FCEV 양산체제를 갖추면서 국내 자동차 역사상 처음으로 퍼스트무버(FirstMover)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도요타의 FCEV 출시와 일본 정부의 다각적인 정책지원, 제도개선, 인프라확산 움직임 등에 이미 선두자리를 뺏겼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침 디젤게이트로 친환경차에 대한 시장기대가 한층 커진 가운데 게이트의 중심에 있는 폴크스바겐조차 FCEV 개발·보급계획을 내놓고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내 FCEV산업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최근 관련시장 이슈를 통해 짚어본다. / 편집자주
 
1. 환경부, 수소차 보급 로드맵 단독 발표해야
2. 수소차부품 예타사업 반드시 추진해야
3. 민간-정부 수소인프라 구축 협의체 결성돼야
4. 정부, 수소관련 제도선진화 본격 나서야
5. 현대차, 수소충전 인프라에 통 큰 투자해야
 
 
민간-정부 수소인프라 구축 협의체 결성돼야
 
 
수소차산업 생태계 구성에 ‘한 몫’…일본 HySUT 표방
 
시장신뢰가 관건…민·관 공조로 대표성 확보해야
 
 
최근 일본에서 개최된 ‘도쿄모터쇼’에서 친환경차가 집중 조명됐다. 특히 미래차로만 인식돼 온 수소연료전지차(FCEV)가 대거 출시돼 빠른 시일 내 시장개화를 알렸다.
 
현대차에 이어 세계 두 번째 FCEV 양산에 돌입한 도요타는 물론 도요타의 고급브랜드 렉서스가 미래형 FCEV 콘셉트카를 최초 공개했다. 혼다는 상용모델을 출품하고 내년부터 시장판매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일본 완성차업계의 FCEV 모델 출시로 더욱 주목받은 부스가 있다. ‘도쿄모터쇼’와 동시 개최된 ‘Smart Mobility City 2015’에 전시공간을 마련한 ‘수소공급이용기술연구조합(HySUT)’이다.
 
HySUT은 수소충전소 보급을 주활동으로 하는 단체다. 수소차 상용화의 관건은 결국 수소충전소로 수소차가 부각될수록 관련 인프라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HySUT에 따르면 일본은 내년 3월까지 수소충전소 83기 정비가 완료될 예정이다. 최근 일본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이동형이 포함된 숫자다. 당초 올해까지 100기 구축을 목표했기에 계획보다 느린 행보지만 실망할 수준도 아니다.
 
HySUT는 향후 수소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각종 제도 선진화와 건설비용 절감 등의 방안을 마련해 정비확대에 총력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일본 HySUT과 같은 단체 설립 움직임이 감지돼 주목된다. 이미 관련업체와 단체를 중심으로 한 두차례 협의가 진행됐다는 전언인만큼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HySUT, 어떤 단체인가
일본 정부는 수소·연료전지 로드맵을 통해 공격적인 수소인프라 구축계획을 내놓은 바있다. 당초 올해까지 도쿄(40기)와 오사카(20기), 나고야(20기), 기타지역(20기)을 거점지역으로 분류해 100기를 건설하고 이후 2025년까지 1,000기, 2030년 3,000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완성차 3사는 공동기금을 조성해 수소충전소 운영업체에 지원키로 했다. 시장 초기 부족한 차량으로 인한 운영비 부담을 함께 나누겠다는 조치다. 총 60억엔을 마련해 2020년까지 지원할 뜻을 밝혔다.
 
정부의 공격적인 인프라 구축계획과 민간의 적지않은 지원금 모두 쉽지 않은 결정이다. 충전소 구축 시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지만 민간의 협조없이는 달성이 어렵다. 기업 투자가 선행돼야 지원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의 기금 조성도 마찬가지다. 차량 제조사가 인프라 운영사업까지 할 수 없는만큼 우선적으로 충전 파트너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민과 관의 결정이 HySUT이 부각되는 이유다. 이 단체는 2009년 도요타, 혼다 등 완성차업체와 JX에너지와 같은 정유사를 비롯해 도시가스사, 가스제조사 등 13개 업체가 참여해 결성됐다.
 
FCEV 차량제조사와 연료인 수소 제조·공급사, 인프라 구축 및 운영사가 모두 모였다. 한 마디로 FCEV산업 생태계 구성을 위한 최적화된 민간협업체제가 마련된 것이다.
 
정부로서는 큰 힘이 된다. 보급계획을 믿고 추진할 수 있다. 이들 업체가 중심이 돼 2011년 수소충전소 100기 건설을 발표했으니 인프라 구축을 위한 민간투자 파트너를 찾은 셈이다.
 
언급된 완성차업체의 수소충전소 운영 기금도 HySUT의 몫이다. 이 단체를 통해 1기당 최대 1,300만엔(연간)을 지원키로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수소충전소 1기당 운영비는 연간 3,000~4,000만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최대 2,200만엔을 지원키로 해 완성차업계의 지원액을 더하면 초기사업에 뛰어든 수소충전소 운영업자의 운영비 부담은 완전히 해결을 본 셈이다.
 
HySUT은 ‘수소공급 인프라 구축’ 외에도 운영목적이 또 있다. ‘비즈니스 환경 정비’를 추진한다. 시장초기 빠른 인프라 구축을 유도해 수소차산업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다.
 
도심에 충전소 건설을 유도하고 기존 주유소·충전소 등에 수소충전 병설 설치가 가능토록 활동한다. 이러한 정비를 위해서는 대국민 홍보와 법·제도개선이 필수로 HySUT이 일본 수소산업 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의 ‘HySUT’ 꼭 필요하다
지난 9월 부산에서 26개 기업·단체가 모였다. 수소제조와 충전기기 공급이 가능한 한 업체의 제안으로 관련기관, 단체, 기업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표면적으로 일본 HySUT과 같은 단체설립 필요성을 공유하고 협의하는 첫 대면이었지만 의미있는 시간으로 채우지는 못했다. 충분한 사전공유 없이 진행된 게 화근이었다.
 
협의에 참석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영역이 다르다보니 바라보는 시각차만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활동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보자는 미팅이었지만 각자 이익에 부합되는 계산된 말만 풍성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도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수소협회를 중심으로 운영방향과 단체 구성계획을 마련키로 해 추진 불씨를 살려놨다. 이해관계에 따라 사안별 이견은 있어도 HySUT과 같은 단체 설립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CEV 보급 등을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도 이같은 움직임에 반색하고 있다. 환경부의 관계자는 “좀 더 일찍 구성됐더라면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 많은 협의가 진행됐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관련업계 소통기구 설립이 추진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원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체구성 시 반드시 비용과 편익을 나눌 수 있는 방향으로 협의돼야 한다”라며 “(이 과정에서)민간에서만 참여할 경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어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부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체설립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참여자의 신뢰가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환경부는 최근 ‘FCEV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 활성화 방안’ 용역보고서를 마무리하고 부처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FCEV 보급 로드맵’의 이름으로 발표만 남겨놓았다.
 
때마침 민간을 중심으로 일본 HySUT을 표방하는 단체설립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국내 FCEV산업 활성화를 위해 상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조합으로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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