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천명했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분산형전원을 확대함으로써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분산형전원 확대 과제는 빠지지 않고 에너지정책에서 거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산형전원의 대표주자인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여전히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토로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성이 있다.다시 말해 이제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집단에너지사업은 온실가스, 송전손실, 미세먼지 등의 저감을 위해 친환경에너지 확대라는 명분 하에 분산형전원이라는 사명을 띠고 도입됐다. 석유파동, 블랙아웃 등 에너지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집단에너지는 눈에 띄게 확산됐다.

관계 전문가들은 분산형전원의 필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국가의 에너지안보를 위해서는 분산형전원이 나아가야 할 길이며 그 중에서도 집단에너지는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을 위한 핵심사업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대규모 발전설비들이 들어서면서 전력예비율은 전력소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혹서기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됨에 따라 분산형전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집단에너지는 민간사업이기 때문에 시장에 개입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집단에너지사업의 갈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국내는 물론 해외 에너지전문가들에게서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이 송배전의 계통을, 한국가스공사가 주연료인 가스도입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분산형전원의 역할은 퇴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가스공사 또는 도시가스사로부터 주 연료를 공급받아야 하는 지역난방의 경우 원가를 낮추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한전으로부터 받는 급전지시 순위도 이로 인해 밀리기 십상이다.

급전순위를 높게 받기 위해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덩치를 키우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규모가 클수록 연료단가의 경쟁력이 생겨 급전순위가 올라가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집단에너지의 경우 열판매가 우선이기 때문에 열에서 원가보전을 받아야 하지만 실상은 열판매로 발생하는 손실을 제2의 수입처인 전력판매에서 충당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열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자임에도 전력생산 용량을 키워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사업자들은 주연료인 ‘LNG 직도입’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전력과 가스시장을 틀어막고 있는 한 국내에서의 분산형전원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특히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의 경우 집단에너지사업법에 친환경에너지설비라는 명시에도 불구하고 배출권거래제 할당 대상 업종으로 포함되면서 많은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정부가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탈석탄을 천명하면서 사업자들의 고충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업계는 토로했다.

산단에 따르면 집단에너지사업은 설계단계에서부터 환경영향평가를 받기 때문에 환경유해물질 배출을 거의 제로화할 수 있다.

이미 기존 설비에 2중으로 집진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추가로 설비에 투자할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행대로라면 배출권거래제도와 연료제한까지 더해져 사업자들의 부담은 2중, 3중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중앙발전보다는 분산형전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해외 CHP발전 지원제도를 살펴보면 △오스트리아-투자보조 △체코-FIP, 조세감면 △핀란드-FIP, 투자보조, 조세감면 △벨기에-인증서제도, 투자보조, 조세감면 △프랑스-FIT, FIP, 인증서제도, 조세감면, 기타 △독일-FIT, FIP, 조세감면 △아일랜드-FIT, 조세감면 △이탈리아-인증서제도, 조세감면, 기타 △네덜란드-투자보조, 조세감면 △폴란드-FIT, 인증서제도, 투자보조 등 대부분 중복지원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정부는 발전용 LNG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손봤다. 이를 둘러싸고 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토로했다. 발전용 LNG에 부과되던 개소세 일부를 석탄으로 전가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집단에너지사업자를 버티게 해주는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동안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LNG에 부과되던 개소세 60원 중 탄력세율 30%를 적용 받아 일반발전대비 18원의 세제혜택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 세제개편으로 인해 발전용 LNG의 개소세가 12원으로 낮아지면서 탄력세율을 적용받는다 하더라도 3.6원의 차이 밖에 보이지 않아 급전순위 상위 5위에 랭크되던 사업자조차 50~60위로 급락하게 된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집단에너지사업 도입 당시의 취지대로 정부가 사업권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보장을 해달라며 사업자들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까지 불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와 관련 집단에너지업계의 관계자는 “더 좋아지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최소한 이보다 나빠지지 않게만 해달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산단의 관계자 역시 “정부가 집단에너지의 친환경성 및 에너지효율측면을 제대로 인지해 줬으면 한다”라며 “명확한 시그널이 없다면 사업자들의 고충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너지전환은 집단에너지,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분산형전원 확대를 기반으로 완성돼야 하며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저감까지 이끌어 내는 것이 최종 목표일 것이다.

이 삼박자를 모두 갖추기 위해서 정부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 줄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사업자들 역시 정부의 정책에만 의존하기 보단 미래시장 활성화를 이끌어갈 용기와 믿음을 기반으로 어떤 리스크에도 스스로 극복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자구책 마련에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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