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연료전지, 반도체 이은 국부산업 꿈꾼다(14)

[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시기별 목표지향적 수소연료전지 로드맵이 발표됐다. 세단형 수소연료전지차 출시 한 달만에 1,500대가 계약됐다. 이를 확인시키듯 2015년 수소충전소 100개소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다. 판매 5년만에 에너팜(ENE-FARM,가정용연료전지시스템 통합브랜드)이 10만대를 돌파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연료전지산업 현황이다. 수소이용의 첨병역할을 하는 연료전지산업이 활기를 띠는 형국이나 이를 바라보는 우리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움추려 모습을 찾기 어렵던 과거 몇 년 전과는 달리 규모 있는 성장을 이뤄가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시장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정부와 업계의 눈높이를 맞춰 같은 방향의 연속된 움직임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 연재순서

1. 연료전지산업 동향

2. 연료전지 보급 및 정책

3. 일본 연료전지시장

4.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5. 발전용 연료전지

6. 수소연료전지차

7. 백업전원용 연료전지

8. 재생에너지와의 결합

9. 분산형 연료전지

10.연료전지 표준화

11.국내 KEY 플레이어

12.글로벌 KEY 플레이어

13.연료전지PD에게 듣는다

14.연료전지 R&D 현장

15.활성화 방안

연료전지 R&D, 산업화 초석 다졌다

에기연·KIST 초기 연료전지 기술개발 주도…시장 개화 큰 역할

대경권, 연료전지 상용화·실증에 기여…서플라인체인 역할 한 몫

신산업은 일자리 창출과 미래먹거리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정책과 밀접하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예측해 추진되는만큼 더욱 세밀한 분석과 전망이 전제돼야 한다. 예측만으로는 추진이 어렵다. 강한 정책의지와 산업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지원을 꼽으라면 기초연구개발 투자다. 기초연구는 변화를 촉발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삶의 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변화 가능성은 기본적으로 기초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신산업 초기 민간에서의 연구개발 투자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기술개발 성공은 물론 향후 산업적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만큼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는 선택이 어렵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초연구개발에 과감한 정부지원 정책을 실시하는 이유라 하겠다.

연료전지분야 역시 수소산업 성장과 더불어 향후 미래사회의 주요 에너지로 인식되면서 기대가 높다. 정부는 다양한 시장정책으로 산업파이를 키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연구개발 지원에 나서며 산업성장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국내 연료전지분야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연구기관을 들여다 봤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KIER)

에너지기술연구소는 국내 연료전지 연구개발을 시작한 최초의 전문기관이다. 약 34년 전인 1981년 정부 지원을 받아 첫 연료전지 기초실험연구에 나선 바 있다. 국내 연료전지분야 기초연구가 막 태동한 것이다.

에기연에서 연료전지 기초연구 이후 가장 먼저 개발에 나선 기술은 인산형연료전지(PAFC)분야다. 1985년부터 1992년까지 7년간 6kW급 PAFC 발전시스템 연구를 진행했다. 최초의 연료전지발전 운전경험을 보유하게 된 것도 이 시기다. 이와 연계해 1987년에는 연료전지발전 핵심 기술개발이 시작되면서 1992년 1kW급 PAFC시스템을 최초로 갖출 수 있었다.

PAFC기술은 이후 GS칼텍스와의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GS퓨얼셀을 태동시킨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에기연은 다양한 연료전지 기술을 연구개발해 왔지만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기술은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다. 연구개발은 1998년 주택용시스템을 개발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에는 메탄올개질기를 사용해 연구가 진행됐고 참여기관인 한화는 국내 최초로 불소계 수지 합성에 성공해 고분자막 제조를 실현했으나 연구를 중단,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에기연은 독자기술로 천연가스개질기를 개발해 국내 최초로 5kW급 주택용연료전지시스템을 선보였다.

에기연은 PEMFC 개발을 진행하면서 많은 기업과 공동연구를 이끌어 상업기술의 토대를 마련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승용, 버스)분야, 한국타이어 분리판 양산기술, 현대하이스코·두산퓨얼셀 가정용연료전지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술은 현재 상업제품 출시로 빛을 보고 있다.

휴대용을 중심으로 향후 다양한 용도에서 상업화가 가능한 직접메탄올연료전지(DMFC)분야도 오랫동안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1994년 이동용 전원 개발 목적으로 200W급 미만 시스템 개발을 시작한 DMFC 연구는 최근까지 이어져 진공청소기, 노트북, 휴대폰, 스쿠터용 연료전지기술을 개발하는 성과를 이뤘다.

현재 진행 중인 대표적인 기술로는 연료전지 촉매 담지체용 카본소재, MEA 및 스택제조기술 등 기반기술연구분야와 실내물류차용 연료전지하이브리드시스템(프로파워), 레저용 및 무인기용 1kW급 연료전지시스템과 군용 특수연료전지시스템(LIG넥스원) 등으로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에 집중적인 연구개발이 진행됐다. SOFC는 발전효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다양한 연료 사용이 가능해 최근 연료전지 타입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에기연은 2000년 ‘원통형 SOFC 기반기술개발’ 과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SOFC 기술개발에 나섰다. 보조전원, 휴대용, 하이브리드 발전용 등 용도별은 물론 셀, 스택, 모듈,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연구 노력으로 연료극지지체 평관형 셀의 세계 최초 특허등록과 원통형 연료극지지체 셀, 스택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성과를 이끌기도 했다.

에기연은 SOFC 내구성 향상을 위한 소재개발과 발전시스템 상용화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연료전지발전시스템으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인만큼 자체 기술 성숙도를 높이고 수전해 등 타기술과의 융합모델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1987년 KIST는 연료전지 상업화 기술개발 필요성으로 자체적으로 연료전지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후 본격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진 시기는 2003년 정부의 수소연료전지사업부문 총괄 주관기관으로 지정돼 수소연료전지사업단을 유치하면서부터다.

연료전지사업단은 발전용연료전지 타입 가운데 용융탄산염연료전지(MCFC) 기술개발에 집중했다. 2000년 25kW급, 2005년 100kW급, 2008년 125kW급 소형시스템을 잇달아 개발해 미국,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5번째로 kW급 MCFC 스택기술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포스코에너지와 공동으로 차세대 MCFC 구성요소 연구에 집중하는 등 고효율, 고내구성을 갖춘 MCFC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저온연료전지분야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수송용 PEMFC 기술개발에 나서 2013년 현대차가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차(FCEV) 양산체제를 구축하는데 일조했다. 이 과정에서 KIST는 2000년 순수 자체기술로 7kW급 PEMFC 스택을 제작해 국내 최초 연료전지로 구동되는 골프카트를 시현한 바 있다.

KIST는 발전용 및 수송용연료전지와 함께 수소 제조·정제·저장분야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연료전지는 결국 수소의 이용방법 중 하나로 연료전지산업 성장이 가속화될수록 수소 제조 및 정제, 저장기술 필요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메탄, 메탄올, 가솔린 등 탄화수소계 연료에서 개질반응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연료개질기는 2000년부터 기초연구를 진행해 2006년, 2010년 각각 1kW급, 5kW급 가정용 PEMFC시스템에 적용했다. 이 외에 2004년 수십W 이하 휴대용연료전지 마이크로개질기 개발과 2014년 300N㎥/h급 대형 메탄수증기개질 장치를 구축한 바 있다.

타연료의 개질방식뿐만 아니라 전기분해를 통한 수소제조에도 공을 들인다. 최근 KIST는 물의 전기분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극촉매, 전해질 개발연구를 시작했다. 또 이산화탄소를 전기분해해 개미산, 메탄 등 다양한 종류의 화학물질·연료 생산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수소저장분야에서는 국내 기관 가운데 가장 활발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KIST는 특히 알카리 붕소화합물, 암모니아 보란, 개미산 등에 수소를 저장하는 기술에 주목하고 2004년 알칼리수소화물을 이용한 수소발생장치를 개발해 300W급 PEMFC 스쿠터에 적용했다. 또 2013년 암모니아 보란에서 수소를 제조, 무인비행기 시험비행에 성공한 바 있다.

KIST 연료전지센터에는 현재 14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과제책임자로 연구를 수행한다. 또 4명의 석사급 연구원, 2명의 기술원 외 약 60여명의 포스트닥터(Post-Doc,박사후과정) 및 학연학생이 연료전지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대경지역사업평가원

지역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추진된 광역경제권 가운데 대경권은 지역 선도산업으로 연료전지프로젝트를 낙점했다. 사업추진 기관인 대경지역사업평가원은 2009년 1단계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사업 프로젝트 중 하나로 수소연료전지를 선택해 3년간 356억원을 투입하고 연료전지기술개발에 적극 나섰다.

특화분야, 유망상품, 부품소재, 핵심기술 4단계로 기술개발을 추진키로 하고 1차 프로젝트에는 발전용 MCFC(2개), 발전용 SOFC(1개), 중·소용 평관형 SOFC(3개), 수소제조·저장기술(1개), 수송용연료전지(3개)로 구분해 총 10개 과제를 선정한 바 있다.

평가원은 3년간 진행된 1단계 연구개발로 특허 84건 출원·등록, 134건의 논문 등 산업재산권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연관매출로도 3,700억원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는 것이 평가원 분석결과다. 특히 포스코에너지가 주관기관으로 기획된 ‘발전용 MCFC 모듈형 BOP’ 과제를 진행해 300kW급 모듈형 BOP를 개발하고 인도네시아 연료전지발전소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발전용연료전지 기술의 첫 해외진출이었다.

1단계 프로젝트 이후 구체적인 성과와 파급효과가 제시되면서 평가원은 2단계 지역 선도산업 육성사업에서도 연료전지를 선정하고 생산거점 구축에 나섰다.

1단계가 기술개발을 목표로 추진된 반면 2단계는 철저하게 상용화와 실증에 초점을 맞췄다. 5개 유망품목으로 구분해 총 9개 과제를 진행했다. 건물 및 백업용연료전지(1개), 수소용연료전지(2개), 수소제조·저장(1개), 부품소재(4개), 하이브리드파워팩(1개) 등으로 3년간 총 190억원을 지원했다.

2012년에 시작해 올해 4월 종료 예정이지만 이미 굵직한 성과물이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엠코리아가가 주관기관으로 진행한 ‘알칼리 수전해를 활용한 50N㎥급 수소스테이션 개발·실증’ 과제를 통해 지난 2013년 대구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전해방식 수소스테이션이 성공적으로 구축된 바 있다.

평가원은 최종 성과보고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2단계 프로젝트로 특허 출원·등록 60건, 논문·산업재산권 42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간접 매출액은 약 3,068억원, 신규고용 500여명 등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는 것이 평가원측 설명이다.

공급자와 수요자를 맺어주는 서플라이 체인(Supply-Chain) 상담회도 높은 관심과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연료전지시스템사업자와 소재 및 부품관련 기업들을 연결해 최적의 파트너를 맺어주는 상담회는 특히 중소기업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매회 성황리에 개최된 바 있다.

장성혁 기자 babo@te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