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정부가 16일 전력정책심의회를 개최하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전력수급계획은 향후 전력수요를 예측해 전력설비와 전원믹스를 설계하는 중장기 계획으로 2년마다 수립한다. 8차 전력수급계획은 2017년부터 2031년까지 15년간 수급계획이 담긴다.

내년은 에너지정책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해다. 8차 전력수급계획은 물론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이 수립돼야 한다. 그러나 내년 말까지 전력수급계획이 발표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이럴 경우 에기본 역시 영향을 받게 돼 수립시기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다. 지난 7차 전력수급계획 수립 시 소위원회 구성 이후 계획 수립까지 약 1년 1개월이 걸렸다. 2014년 4월 구성된 소위원회는 2015년 5월에서야 계획을 내놓았다. 이후 공청회 등을 진행하고 최종 발표까지 고려하면 1년 3개월이 소요된 셈이다.

정부가 8차 전력수급계획 수립을 위해 16일 전력정책심의회를 열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소위원회 구성조차 하지 않았고 7차 계획 시 소요된 시간을 감안해도 내년 말까지 8차 계획 수립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 한다.

현 정국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년 조기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야권을 중심으로 주요 정책을 차기 정부로 미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김경수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신재생에너지포럼이 주최한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정치적 상황과 대내외 환경변화 등을 고려해 주요 국가에너지계획이 차기정부에서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국회신재생에너지포럼이 주최한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정책·제도·시장 개선방안’ 세미나 패널토론으로 나온 국회 산자위 소속 김경수 의원(신재생에너지포럼 연구책임위원)은 “최근 에너지를 둘러싼 환경을 고려할 때 내년은 너무나 중요한 시기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에기본 등 주요 에너지정책은 차기정부로 넘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도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근본적 수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 에너지공기업이 자체 분석한 보고서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이 기관은 전력수급기본계획 3대 현안으로 신기후체제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파리협약이 체결되면서 우리가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발전설비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두 번째로 전력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정체되고 있는만큼 수요전망을 원점에서 재고해야 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6월 발표한 미세먼지관리특별대책이다. 정부는 대책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와 LNG발전소 대체 계획을 밝힌만큼 이를 전력수급에 반영하려면 발전원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업계 의견도 대체적으로 동조하는 분위기다. 7차 계획에서 정부는 연평균 2.2% 전력수요 증가를 예상했지만 지난해 전력소비는 전년대비 1.3%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6~7차 기본계획에 반영된 대규모 발전설비가 건설돼 가동되고 현재와 같은 전력수요 둔화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예비율은 30%에 달할 수 있다.

정부는 7차 계획에서 적정설비 예비율을 22% 산정한 바 있어 정확한 수요전망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내외 환경이 변화된만큼 기본계획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금까지 기본계획은 경제성 중심의 전원믹스와 설비계획(MW)이 위주였지만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믹스와 이에 따른 발전량계획(MWh)으로 수급계획이 전환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MW계획은 CBP(연료변동비)시장 매커니즘에 따라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과 석탄화력에 집중될 수 밖에 없는만큼 MWh 계획으로 수립해 전원별 할당량을 부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전원의 총발전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미뤄지면 자연스럽게 에기본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에기본은 5년마다 20년 단위 국가에너지 비전과 전망을 담는 최상위 계획으로 8차 전력수급계획이 필수적으로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경수 의원은 세미나에서 “조기대선이 예정된 내년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의 근간이 될 수 있는 에너지정책이 졸속으로 만들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대한 의지도 비쳤다. 김 의원은 “7차 계획을 들여다보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의지가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뒤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원별 로드맵이 국가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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