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전기 온열기기나 라이데이터 같은 난방기구를 사용하는 유럽에 우리나라의 온돌이 승산이 있을까? 국내기업 에이오지시스템(대표 이희곤)은 온돌의 현대화로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충분히 시장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온수관이 냉장된 조립식 패널제품은 전기를 직접 사용하는 난방기구에 비해 에너지 비용이 휠씬 효율적이고 기존 바닥 위에 깔아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에 온돌의 처음 접하는 해외 바이어들에게 관심을 얻고 러시아를 중심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지금은 수출국이 늘어나며 올해 세 자릿수 수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위의 경우처럼 생각의 전환을 통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역발상 마케팅이라고 말한다. 즉 기존의 관념을 탈피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국내 보일러시장은 약 120~130만대 수준으로 이미 포화된 시장이다. 이 포화된 시장을 놓고 업체간에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성장(발전)보다는 현상 유지를 위한 경쟁이다. 이제는 국내시장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내수시장은 핵심 편의성

지난해 국내 보일러시장은 건설 경기 호조의 영향으로 성장세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신축시장(아파트, 다세대, 연립)이 하락세로 접어들어 올해도 국내 수요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건설 경기의 침체가 곧바로 보일러시장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아파트의 착공과 별개로 입주 물량은 올해도 최대를 이를 전망이어서 준공 6개월 이전 시점부터 공급되는 보일러의 물량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이 보일러시장이 최고의 성장세를 기록했던 2000년대 초반 설치됐던 보일러 제품의 교체시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에 교체시장 역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돌파구 모색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높은 효율과 친환경성에도 불구하고 보급률이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콘덴싱보일러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콘덴싱보일러 보급을 위해 예산을 책정해 보급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보일러업계에는 호재다.

높은 효율과 친환경성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이를 체감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가격과 편의성이다. 보일러 특성상 노출되는 제품이 아니기에 핸드폰, 가전제품처럼 상대적인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하려는 소비의지가 약하다.

이러한 소비 형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편의성에 중점을 두고 공략해야 한다. ‘박리다매를 할 것인지 아님 고부가가치 제품을 판매할지 선택해야 한다.

해외시장의 정확한 분석

우리나라는 수출국가로 해외시장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예비 경선부터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했다. 해외에 생산기지를 둔 미국기업에게 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압박하고 있다. 결국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애플도 미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는 등 트럼프 정책이 가시화가 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 보일러 수출액의 약 32%, 온수기 수출액은 약 94%를 차지할 정도의 절대적인 시장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보일러의 수출금액은 20143,290만달러, 20153,716만달러, 20163,665만달러(20161212일 기준), 온수기 수출금액은 20145,992만달러, 20158,580만달러, 20168,716만달러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정책의 변화로 수출시장에 우려가 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우려는 성장세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치열한 시장 내에서 가격으로 경쟁했던 것이 아니고 성능으로 승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60%의 낮은 효율을 가진 제품이 주를 이루던 시장에 압도적 효율을 갖춘 콘덴싱 제품으로 새롭게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고 보일러나 온수기의 경우 FTA체결 이전에도 관세가 없던 제품이기에 정치·경제적 이슈로 인해 시장이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이다. 만약 이러한 분석이 맞는다면 더욱이 미국시장은 메리트가 있는 시장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은행 이사회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올해에도 3차례 정도 추가 인상이 있을 전망이 지배적이다. 달러 강세가 지속된다면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수익이 기대된다.

러시아연방은 과거 미국보다 더 큰 시장이었다. 보일러 수출액을 살펴보면 20145,234만달러, 20152,683만달러, 20162,540만달러로 여전히 국내 수출액의 약 21%를 차지하는 중요 시장이다.

올해 러시아 경제는 플러스로 전환이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에 친러인사가 등용되면서 미국과의 경제적 협력이 강화될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경기침체 기간 동안 외환 관리 및 자국산업 다변화 등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며 내실화 및 자립도 향상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저가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중국제품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성능보다는 가격경쟁력이 우세한 고가의 콘덴싱 제품보다는 일반 제품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최근 러시아의 주도로 구소련권 경제협력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의 가입이 늘어나며 새로운 통합시장 구축을 위한 움직임 활발해져 러시아시장에서의 위치선점은 물론 인근 국가로의 확장이 수월해질 수 있다.

세계의 블랙홀이라고 불리는 중국시장에 대한 우리나라의 보일러 수출액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41,607만달러, 20152,799만달러, 20163,726만달러로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이로 인해 국내기업들의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유통망을 점검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간 125만대 규모로 세계 2위 보일러시장인 중국은 심화되는 대기환경오염으로 친환경 고효율의 콘덴싱보일러가 시장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5년 선제적으로 가스보일러에 대한 효율 및 NOx 규제를 강화한 북경시를 시작으로 지난해 초에는 천진시에서도 NOx 규제 기준 초안을 배포했다.

또한 산동성, 하북성 역시 뒤이어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친환경 정책을 확대할 전망으로 친환경 고효율의 에너지기기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자국 내 소비진작 및 해외 소비분의 자국환류를 목적으로 소비 신정책을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가전제품의 친환경, 에너지절약 기준 제정, 친환경 상품 인증제도 등 친환경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중국 내 보일러 기술 수준은 우리나라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을 공략한다면 중국 내 국내 보일러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또한 소비 중심의 안정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을 꾀하고 있는 만큼 일반보일러보다는 콘덴싱보일러 위주의 판매가 증가할 전망이다.

단순 난방 개념에서 벗어나

보일러는 이제는 효율을 넘어서 편의성이 강조되고 있다. 스마트홈이 가능한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스마트홈은 주거환경에 IT를 융합한 홈 오토메이션시스템을 통해 돈, 시간, 에너지 및 인력을 절약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편리한 생활 환경을 제공한다.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 제어뿐만 아니라 스마트기기를 통한 중앙제어가 가능하게 됐다.

이 시스템이 발달하게 된 이유는 사회의 고령화에 따른 주거 편의성 제고 및 비용 절감을 위한 대책으로 중요도가 증가하고 있다. 유럽의 65세 이상 인구는 20108,700만명에서 203012,400만명으로 36.1%가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IT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홈의 주거 편의성이 더욱 주목 받는 이유다.

스마트홈 관련 시장은 2016년 전세계 시장규모는 약 168억달러이며 2021년 약 792억달러로 성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이 예상되는 사례는 이미 유럽에서 볼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에너지절약이 가능한 스마트홈과 관련된 제품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예로 Solothurn지역 Neeo에서 개발된 스마트홈시스템은 전등, 텔레비전, 난방 및 기타 기기들이 한 개의 리모콘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 Biei지역의 Joulia는 적은 양의 열로 뜨거운 물을 만드는 샤워시스템을 개발했다.

Aargau지역의 Neurobat는 난방이 자동으로 작동돼 항상 적합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절약 모듈을 개발했다.

시장 확대 및 편의성 강화

정체된 국내 보일러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수출 확대와 편의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한정된 내수시장에서의 경쟁은 더 이상의 의미를 주지 못하고 있다.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단단한 기술력을 토대로 다양한 국가로의 진출 시도와 현지화가 가장 중요하다.

일부 국가에 대한 높은 수출의존도는 돌발 변수로 인한 영향이 커 이를 분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국가로의 네트워크를 구성·보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IT강국으로 많은 나라에서 IT기술력을 배우러 오고 있다. 이제 보일러도 단순 난방의 개념을 벗어나 IT기술력이 접목된 제품으로 보다 편리하고 윤택한 환경을 제공한다면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를 잡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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