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영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열에너지변환연구실장.
[투데이에너지] 2015년 6월 우리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배출전망치(BAU)대비 37%로 확정해 유엔에 제출한 바 있으며 같은 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는 장기 목표로 산업화 이전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키로 하고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로 하는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을 도출했다. 
이를 위해 우리정부는 중장기 이행 방안 마련과 신산업육성 정책목표 등에 부합하는 중점분야 선정을 위해 2016년 8월 청정에너지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정에너지기술 로드맵은 효율향상 및 수요관리분야 다음으로 신재생에너지분야에 대한 투자확대 방안을 담고 있다.
위의 효율향상, 수요관리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분야 모두에 응용이 가능한 공통핵심(cross-cutting) 기술이 있다.
바로 히트펌프 기술이다. 히트펌프는 최소의 에너지로 많은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고효율 열 기자재로서 보통 투입되는 에너지의 약 3배 이상의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이 히트펌프 기술은 파리협정 발효에 따른 신기후체제 출범에 대응, 청정에너지기술 드라이브라는 우리정부의 정책기조에 정확히 부합하는 기술로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 달성 의무 이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글로벌 트렌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이와 같은 흐름은 국내에서뿐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08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기술 전망 보고서(Energy Technology Perspectives)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높은 주요 17개 기술 중 하나로 히트펌프를 선정한 바 있다.
보다 최근인 2014년에는 세계적 권위의 시장조사 및 컨설팅 기관인 Frost&Sullivan社가 히트펌프를 박막 태양전지, 초전도체 등과 더불어 지속가능한(sustainable) 에너지분야 상위 50대 기술(Top Technologies in Sustainable Energy)에 포함시켰다.
이와 같은 기술 경제적 우수성 때문에 선진 각국들은 다양한 히트펌프 개발 및 보급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U는 2050 에너지 로드맵에 따라 2020년 및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및 에너지효율 개선 목표를 설정한 상황이며 해당 목표 달성을 위해 냉난방 에너지절약이 중요함에 주목, 2016년 2월 새로운 유럽 냉난방 전략(An EU Strategy on Heating and Cooling)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전략의 골자는 히트펌프 등의 고효율 기자재를 이용한 건물의 에너지 리노베이션 활성화, 산업 및 도시 폐열·냉(waste heat and cold) 이용 촉진 그리고 에너지시스템 간의 시너지 활성화를 포함하며 다양한 히트펌프 기술이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주관으로 2014년 12월 발표한 에너지관련 기술개발 로드맵에 따라 에너지 생산부문(재생가능 에너지 열이용) 및 소비부문(고효율 히트펌프)에서 신재생 열원 연계 히트펌프, 초고효율 냉난방/급탕 겸용 히트펌프 및 고온 히트펌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도 에너지성(DOE) 건물기술부(Building Technologies Office) 주도로 2014년 10월 수립된 신 공조기술 개발로드맵(R&D Roadmap for Emerging HVAC Technologies) 및 신 온수가열기술 개발로드맵(R&D Roadmap for Emerging Water Heating Technologies) 프로그램에 따라 히트펌프 개발 및 보급에 힘쓰고 있다.

■에너지 네트워킹의 코어 기술

최근에는 에너지분야에도 네트워킹이 이뤄지고 있는데 지능형 전력망과 열에너지 네트워크가 그 예이다.
열에너지 네트워크는 여러 열원 및 수요처를 상호 연계, 열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을 해소함으로서 네트워크 내 열에너지 이용 효율을 최적화시키는 기술이다. 여기서 히트펌프는 네트워크 내 잉여 열을 이용, 최소의 에너지 투입만으로 열 수요처의 니즈에 맞는 열을 생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융합 기반의 에너지 경제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향후 기존의 에너지원은 물론 태양열, 지열, 도시 및 산업폐열 등의 다양한 열 에너지원의 네트워킹이 증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임을 고려할 때 히트펌프 기술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라 보기 어렵다.

▲ 히프펌프 출고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이 진행 중이다.
■단위 건물에서 집단에너지 규모에 이르기까지

히트펌프는 전통적으로 주거 및 상업분야에서 냉난방 및 급탕 목적으로 개발 및 보급돼 왔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단위 건물의 냉난방용 공기열원 및 지열 히트펌프의 보급이 꾸준히 진행돼 오고 있다.
물론 지열 히트펌프의 비교적 활발한 보급은 정부의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제도 및 최근 서울시의 대형 건물 신재생에너지 의무 사용 제도 등의 정책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히트펌프 선진국의 경우 이 정도 수준의 정책적 지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유럽 및 일본에서는 공기열을 포함한 모든 히트펌프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정의함으로서 우리나라에서보다 더욱 활발한 보급이 이뤄지고 있으며 단위 건물 수준을 넘어 집단에너지 공급에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스웨덴 스톡홀름 Lidingo지역 및 Ropsten지역, 노르웨이 Harstad지역, 일본 후쿠오카 Seaside Momochi지역 및 오사카 남항 Cosmo Square지역 등의 해수열원 지역 열공급시스템은 모두 히트펌프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 Southeast False Creek지역, 일본 도쿄 Makuhari지역 및 Koraku지역, 노르웨이 오슬로 인근 Sandvika지역, 스웨덴 스톡홀름 소르나지역 및 하마비지역 등의 하수(처리수) 열원 지역 열공급시스템 역시 모두 히트펌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더욱 최근의 제로에너지 빌딩, 더 큰 규모의 제로에너지 타운/커뮤니티의 구현에 있어서도 히트펌프 기술은 필수적이다.
덴마크 Aero 섬의 Marstal지역 그리고 2016년 11월 준공한 우리나라 충북 진천의 친환경에너지타운 등은 태양열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열공급시스템인데 보다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복합열원 히트펌프를 도입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분야에서의 성공적 적용 

히트펌프가 주거 상업용 건물의 냉난방 목적으로만 사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에너지수요의 60% 이상은 산업부문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 산업 현장에서 발생되는 폐열은 구입 에너지의 약 10%에 달하므로 산업부문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폐열을 유용한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산업용 히트펌프다.
산업부문에서 히트펌프는 산업공정에서 배출되는 폐열을 이용해 공정에 필요한 열을 생산하거나 또는 공정에 냉각과 가열 요구가 동시에 있을 때 이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
특히 가정용과는 달리 산업용 히트펌프의 연간 가동 시간은 수천 시간에 이르므로 에너지절약 잠재력이 매우 크며 이에 따라 투자회수기간도 짧게 나타난다.

▲ 히트펌프 산업 관계자들이 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
■향후 개발 방향

시장의 요구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향후 개발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앞서 논의된 바와 같이 최근 에너지분야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온실가스 저감이다.
히트펌프의 친환경 고효율화에 대한 요구가 더욱 절실해진 것이 작금의 상황이며 이를 위해 압축기, 열교환기 등의 요소 성능 향상에 대한 노력은 물론 더욱 강력해질 환경규제에 대비해 HFO 등 low-GWP 냉매 이용 기술개발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산업용 고온 히트펌프의 개발 및 보급도 절실한데 이는 논의된 바와 같이 에너지절약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큰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산업용 히트펌프 기술은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데 이는 산업 현장에서는 업종마다 그리고 동일 업종이라 하더라도 업장마다 열 이용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정용과는 달리 제품 표준화 및 대량 생산이 어려워 대기업 주도의 집중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왔기 때문에 출연연-중소·중견기업 주도의 연구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하나의 키워드는 융합이다.
열병합 등과 같이 전기-열을 동시에 다루는 복합시스템의 히트펌프 기술, 태양열/지열 등의 신재생 열원과 기존 화석연료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 히트펌프 기술 그리고 더 큰 규모의 4세대 저온 지역난방(LTDH, Low Temperature District Heating)을 위한 다중열원 히트펌프 기술 등 에너지 융합 기반의 히트펌프 기술의 지속적인 상용화 노력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히트펌프 기술은 가정, 상업 및 산업 전부문에 응용이 가능한 공통핵심 에너지절약 기술로서 신기후체제의 출범과 더불어 그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
히트펌프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 달성 의무 이행을 위한 청정에너지기술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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