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키갈리 개정의정서 합의

201512월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에 이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약 200개국에서 냉장고와 에어컨 등에 쓰이는 온실가스인 수소불화탄소(HFC)의 사용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몬트리올의정서 당사국 제28차 회의에서 197개국 대표는 HFC의 단계적 감축 방안에 합의했다.

이번 감축 합의안이 실천되면 21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0.5도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와 선진국뿐만 아니라 산업화 과정에 있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도 동참해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초기 냉장고에는 유독물질인 암모니아가 냉매로 사용되다가 새로 개발된 프레온(염화불화탄소, CFC)과 수소염화불화탄소(HCFC)가 이를 대체했다.

하지만 1987년 몬트리올의정서 채택에 따라 오존층을 파괴하는 CFCHCFC는 규제 대상이 됐다. 프레온은 이미 생산 및 수입이 금지됐으며 HCFC의 경우 선진국은 2020, 개도국은 2030년까지 생산 및 수입이 모두 금지될 예정이다.

CFC를 대체하기 위해 1980년에 개발된 HFC는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아 새로운 냉매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HFC의 온실가스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1만배 이상이 된다는 결정적 결함이 발견되면서 결국 사용 규제에 국제사회가 합의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 100개 개발도상국 AS1그룹은 2024년부터 단계적인 감축에 들어가며 인도·파키스탄 및 중동 일부 국가 등의 개발도상국 AS2그룹은 경제 발전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2028년부터 감축이 시작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2019년부터 20112013년 사용량의 10%를 줄이고 2036년에는 85%를 감축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한 100개국 이상은 AS국 그룹1에 소속돼 2020년까지 HFC 평균 생산·소비량+HCFC 기준수량의 65%가 기준수량으로 정해졌으며 2024년까지는 동결, 202910% 감축, 203530% 감축, 204050% 감축, 204580% 감축토록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제시한 안에 비해 이번 최종 의결된 개정안이 기준수량에서 2~3배 여유가 생겼다.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HFC는 총 18개 물질이다. HFC-32(지구온난화지수 GWP 675) HFC-41(92) HFC-134(1,100) HFC-134a(1,430) HFC-143(353) HFC-143a(4,470) HFC-152(53) HFC-152a(124) HFC-227ea(3,220) HFC-236cb(1,340) HFC-236ea(1,370) HFC-236fa(9,810) HFC-245CA(693) HFC-245fa(1,030) HFC-365mfc(794) HFC-43-4310mee(1,640) HFC-23(14,800) 등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합의안에 대해 파리협정의 한계를 넘어서는 합의로 더 안전하고 더 번영하는 지구를 위해 함께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또한 세계 유수 언론에서도 파리협정은 불이행에 따른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이번 합의는 강제이행 규정이 있다는 점에서 파리협정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국내 냉매 사용 현황

보통 냉매로 불리는 CFC 물질은 냉매용(가전, 수송용, 냉동기 등)뿐만 아니라 발포, 세정용(용매), 소화제, 에어로졸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냉매 중 가전(가정용 냉장고, 에어컨)R600, R22, R134a R401A, 차량은 R134a, 냉동공조분야는 R11, R12, R22, R123, R134a, R407C, R410A, NH3 등이 사용된다.

세정용은 HCFC-141B HC(옥탄가 6~12 사이의 물질)가 사용된다.

발포용은 HCFC-141B에서 HFC-365, 245 및 싸이클론 펜탄으로 전환 중이다.

CFC, HCFC HFC 등 전체 냉매 사용량은 약 23,000톤이다. 이 중 HFC는 연간 약 12,400(주로 HFC-134A, R410A )이 사용되고 있다. 2014년 기준 전체 냉매용 사용량의 약 54%HFC로 대체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소불화올레핀(HFO) 냉매는 GWP4정도 수준의 친환경 냉매로 자동차용으로 개발돼 대형 냉동기에도 사용된다. 그러나 HFC에 비해 성능이 떨어져 제품 효율 저하가 예상돼 중소형 제품에 적용이 어렵다.

Trane, 미쯔비시에서 HFO-1233zd 적용 제품을 개발했으나 경제성과 안전성에서 문제가 야기됐다.

HFO-1234yf의 경우 1kg12달러로 기존 R401A, R32에 비해 3~3.5배가 비싸다. 또한 GWP 4 수준의 친환경 냉매이기는 하나 분해/폐기 시 R32대비 3~4배의 불산을 발생한다.

R32 냉매는 일본 Daikin를 중심으로 R401AR22의 대체냉매로 개발됐다. R410A대비 소량으로 냉매로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고효율 친환경 냉매다. Daikin에서는 가정용 및 소형 상업용 제품으로 출시했으며 R410A대비 효율 105%, 필요 냉매량 70%이다.

미연성 냉매로 대용량 제품 적용은 검토 단계이며 R401A대비 GWP 30% 수준의 친환경 냉매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몬트리올의정서(키갈리 개정의정서)에서 감축대상 물질로 지정됐다.

합의안에 대한 국내 반응

국내에서 냉매로 사용되는 불화가스는 HCFC-22, HFC-123, HFC-134a, HFC-410a는 국내 전체 냉매량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3년 기준 국내 냉매 사용량은 약 23,000(보충용 7,000)으로 국내 냉매시장 규모는 약 1,500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냉매 사용량의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번 합의안에 대해 선진국보다 감축 부담이 작은 데다 미국과 유럽 기준에 맞추기 위해 대체물질인 HFO를 사용하고 있어 큰 타격은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합의안은 개도국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존 선진국() 보다 개도국의 감축부담이 대폭 완화된 수준에서 최종 협상안이 타결됐다. 개도국은 기준수량이 2배 정도 증가했으며 감축 일정도 종전대비 10~20년 정도 연기됐다.

우리나라는 2024년부터 감축이 시작되나 이미 대기업들 대부분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수출할 때 현지 기준에 맞춰 HFC 대체물질인 HFO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의 HFC 감축 물량만으로도 상당 기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개도국 지위이나 기존 선진국안 이행도 가능하지만 보다 완화된 합의안 도출로 부담은 보다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안에는 2026년까지 중소기업 감축 없이 대기업 HFC 감축만으로도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 이번 합의안에 따른 기준수량도 당초안대비 2~3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HFO의 특허는 글로벌 기업인 듀폰 등이 가지고 있어 현재는 가격이 부담되나 우리나라는 대체 물질의 특허(하니웰, 듀폰 등)가 만료되는 2025년 이후에 감축 부담이 발생하므로 가격 및 특허 등의 어려움이 해소돼 국내 수급에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HFC 제한 합의로 국내 산업에는 당분간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나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 위주의 대체냉매 대응방안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업체별 상이한 입장 차

그간의 반대 입장에서 선회한 국내 냉동공조업계는 세계적인 냉매 변화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HFC 규제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여전히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간 상이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국내 HFC 사용량은 대기업 74%, 중견기업 14%, 중소기업 12%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은 HFC 규제를 시행 중인 EU에 이미 수출하고 있어 어느 정도 준비가 완료된 상황으로 향후 HFC 규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견기업은 HFC 규제에 반대하고 있으나 대체물질로의 전환에 대비한 기술개발에 착수 중으로 신속한 HFC 규제방향 결정 및 정부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여전히 반대 입장이다. HCFC에서 HFC로의 전환도 완료되지 못한 상황에서 HFC 규제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업종별로도 HFC 규제에 대해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자동차의 경우 기술개발 등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황으로 일부 업체는 수출 지역에 따라 적용될 냉매에 대한 연구가 완료 또는 진행 중이다. 유럽과 북미 수출용 자동차에는 HFC 냉매를 충전한 자동차가 수출되고 있다. 내수용에는 아직 HFC 냉매를 충전한 자동차를 출하 중이다.

현대자동차의 관계자는 북미, 유럽에 수출되는 자동차는 현지 수출요건에 맞춰 제작돼 수출하고 있다. 내수용은 냉매에 대한 규제가 북미, 유럽과 달라 아직은 HFC 냉매를 적용하고 있지 않다라며 내수용에 대해 HFO 냉매를 사용할 계획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는 냉매규제 마련이 시급하다.

가정용 및 시스템 에어컨은 HFC 냉매를 사용 중이나 유럽의 HFC 규제 등에 대비한 HFO 냉매에 대한 연구가 완료된 상황이다. 주로 대기업이 생산하는 가정용 냉장고는 자연냉매인 불화수소산(HF)냉매를 사용 중 이다.

중대형 냉동기는 주로 중견기업이 생산 중으로 정부 지원 등을 통해 HFO 냉매를 사용하는 냉동기제품 개발을 준비 중이다.

기타 쿨링시스템은 대부분 중소기업이 생산 중으로 HFC 규제에 대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 HCFC 냉매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HFC 대체물질 사용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비용적인 면이 작용하고 있다. 가전, 상업·산업용, 차량용에 사용되는 HFC 대체물질 제품개발을 위해서는 약 2,09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HFC 대체물질 사용제품 개발 비용에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자연냉매의 부상

▲ 듀어코리아의 CO₂고온 히트펌프.
최근 냉동공조 관련 국제 전시회에서는 자연냉매(CO), HFO 냉매를 적용한 제품들이 예년과 달리 눈에 띄게 증가했다.

HCFC, HFC계열 냉매의 규제로 자연냉매, HFO계열의 냉매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연냉매에 대한 관심이 HFO 냉매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CO냉매는 선박, 창고 등과 같은 대형 공조시스템과 차량용 공조시스템에 사용된다. 불가성, 무독성, 자연냉매이면서 가격도 저렴하다. 체적용량이 커 시스템의 소형화가 가능하며 재활용 조치도 불필요하다. 또한 일반 냉매대비 GWP(=1)와 오존층파괴지수(ODP=0)가 낮고 에너지효율이 우수하다. 하지만 고압 작동영역으로 신규개발비 투자가 필요하고 고압 작동으로 안전성, 이산화탄소 중독 등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유럽, 일본 등에서는 지난 2000년대부터 자연냉매에 대한 기술개발 및 적용이 이뤄지며 이를 적용한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F-gas 규제가 자연냉매로의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냉매 규제에 대한 관심이 선진국보다 적을 뿐더러 현장에서의 반영은 지지부진하다.

이미 냉동공조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에서는 자연냉매 또는 HFO 냉매를 적용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나 단지 말 그대로 라인업을 갖추는 것에서 끝나고 있다. 현장에서 적용하기에는 아직 인식면에서나 비용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기존 제품보다는 비싸고 이를 적용하기 위한 투자 등을 넘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자연냉매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적용이 지연되고 있다라며 이미 유럽 등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고 이와 관련된 검증된 안전기술도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자연냉매 적용된 제품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HFC 규제에 따른 자연냉매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HC계열, 친환경적 대안

현재 냉매로 사용되는 무독성 탄화수소(HC)는 오존 손상과 관련된 CFC/ HCFC/HFC의 환경 친화적 대안이다.

HC계열인 이소부탄(R600a)은 가정용 냉장고 및 냉동고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프로판(R290)은 상업용 히트펌프, 에어컨, 냉동 및 냉동기 응용분야에서 일반적이다.

환경적 이점 외에도 HC의 장점은 가열/냉각 및 동결을 위한 비용 절감이다.

기존 시스템의 오일 및 구성 요소와 호환되며 보다 저렴한 가격, 저렴한 운전비용으로 뛰어난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한다. 이미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유해한 냉매를 대체 할 수 있는 냉매로 입증됐다.

일부에서는 HC계열의 인화성을 문제를 삼고 있다. 하지만 여러 국가에서 국제 안전 지침 및 법규의 적용(시스템 당 150g 이하)에 따라 냉장고 및 냉동고에 적용하고 있다.

독일의 압축기 제조업체인 SECOP은 미국의 새로운 Department of Energy(DOE) 에너지효율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HC 상업용 냉동 장비로 전환하려는 미국의 상업용 및 가정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OEM업체들에게 R290R600a 압축기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 OEM업체 HC로의 전환은 CO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작은 장비를 위한 HC 사용 확대를 의미한다. 이러한 결정은 세계적인 음료회사인 코카콜라가 HC 전환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 전시회인 ‘Euroshop’에서는 R290을 사용한 플러그 인 캐비닛을 전시한 회사가 늘어나고 있어 HC가 상업용 캐비닛의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업용 냉장은 슈퍼마켓 시스템과 다른 여러 곳에서 오존파괴 냉매화합물을 대체하기 위해 R290을 주로 선택하고 있다.

HC계열은 우리나라와 유럽,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늘며 가정용 냉장고 및 냉동고시장에서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상업용 냉동과 공조분야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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