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주유소 폐업 지원, 정부가 나서야 한다
[시평] 주유소 폐업 지원, 정부가 나서야 한다
  • 투데이에너지
  • 승인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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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투데이에너지] 주유소 하는 사람들은 부자라는 말이 있었다. 1990년대 초반 전국의 주유소가 3,300여 개인 시절까지는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억대 거지’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오늘의 현주소를 대변해주고 있다.

거리제한이 철폐되면서 해마다 700~1,000여개씩 큰 폭으로 늘어나던 주유소는 1996년 9,000개에서 2010년 1만3,003개로 정점을 찍었다.

2011년 1만2,901개로 102개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이 도입된 2012년부터 가파르게 줄어들어 4월말 현재 1만1,449개에 이르고 있다.

이로 인해 가격경쟁이 심화돼 통상 7~8%대에 이르던 매출 이익률은 4~5%대로 급감했다. 월평균 판매량은 1992년 2,007드럼이었으나 1998년 1,062드럼으로 945드럼, 2009년엔 954드럼으로 1,053드럼이나 감소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 4.5%에서 2011년 2.2%로, 2012년 이후 1.8%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주유소 업종은 상품 재고 확보를 위한 이자비용 등 영업외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감안하면 당기 순이익률은 0.73%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국내 도매 및 소매업의 영업이익률인 3.95%에 크게 못 미치는 매우 열악한 수치다. 

정부 알뜰주유소 정책의 핵심은 공기업인 석유공사를 석유유통업에 진출시켜 정유사를 대상으로 내수물량의 5% 정도를 공동구매해 1,000여개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것이다.

심판을 봐야 할 정부가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선수가 된 셈인데 이러한 알뜰주유소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주유소들은 인건비 등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해 휴업이나 폐업에 몰리고 말았다.

반면에 셀프주유소는 해마다 크게 증가해 2011년 637개로 전체 주유소 4.9%에서 4월말 현재는 4,139개로 전체 주유소의 36%를 점유하며 일본의 31%를 능가하고 있다.

문제는 영업마진이 박하다보니 리모델링을 엄두도 못내는 주유소들이 많다. 2019년 현재 전국의 알뜰주유소 1,178개의 분포를 보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이 172개로 14.6%인 반면 나머지 1,006개인 85.4%는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알뜰주유소의 이러한 분포도는 지방 국도변 주유소들의 경영을 어렵게 해 주유소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예전에는 지방 주유소 4개를 팔면 서울 변두리에 1개를 매입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10개를 팔아도 매입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주유소는 시설 사용 종료 이전에 토양 오염여부 조사를 받고 오염물이 검출되지 않아야 시설물 폐쇄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비용이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 소요돼 지방 국도변 주유소의 상당수는 경영상 폐업을 하고 싶어도, 토양오염 복원비용이 없어 폐업을 못하고 있다.

폐업이나 휴업하는 주유소를 방치할 경우 기름유출로 인한 토양이나 지하수 오염 등 환경훼손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야 하지만 주무 관청인 산업부는 주유소 폐업 지원은 다른 업종과 비교할 때 형평에 맞지 않다며 소극적인 입장이다.

올해 초 그나마 국회에서 주유소 휴폐업 시 환경부를 포함해 소방청 등 관련기관이 해당정보를 공유토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돼 휴폐업 주유소에 대한 유관기관들의 관리가 한층 강화됐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한국주유소협회는 국회 의원입법을 통해 주유소 폐업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유소공제조합’을 2015년 설립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조합은 출범이후 지금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주유소 공제조합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에게 요청했으나 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방치되고 있는 폐업 주유소들은 지자체나 정부가 나서서 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폐업 후 방치된 주유소가 더 늘어나기 전에 정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냉철히 생각해보면 주유소 업종은 다른 업종과 차이가 있다. 토양오염 발생 시 막대한 정화비용이 소요되는데 오염 원인자의 재무적 능력을 벗어나는 비용이 들어 오염 원인자가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경우 그 피해가 광범위하고 크다.

따라서 정부는 일본이나 프랑스의 사례를 참고해 주유소 폐업의 소프트랜딩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민간보험사와 연계해 토양오염보험 의무가입 제도 장치를 마련하거나 일본처럼 폐업 주유소가 필요한 자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할 경우 그 채무를 보증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정부나 국회 차원의 공론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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