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동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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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에너지
  • 승인 202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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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디젤 혼합율 증가와 업계에 드리워진 그늘
 

[투데이에너지] 2002년 시범 보급을 통해 보급된 바이오디젤은 보급 이전 정부가 국내 정유사에게 직접 생산해 경유에 혼합·유통할 것을 권고했으나 정유업계는 경제성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중소기업 위주로 시작된 바이오디젤 보급은 2006년 상용화 단계를 거치고 2015년 7월부터 법제화돼 현재는 혼합비율 3.0%로 보급되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디젤 업계들의 노력으로 국내에서 버려지던 폐식용유가 거의 100% 바이오디젤 원료로 재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어느 국가에서도 보기 드문 성과임이 분명하다.

정부의 바이오디젤 보급사업이 국내 폐식용유 재활용이라는 환경개선과 전국의 수거 체계 구축을 통한 수천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가져 오게 된 것이다. 이러한 놀라운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내 바이오디젤 산업은 기술개발과 과감한 설비투자를 통해 고품질의 바이오디젤을 생산·보급함으로써 정부의 친환경 수송연료 사용 확대 정책에 기여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유업계의 반대로 혼합율 증가 속도는 매우 지지부진했고 이로 인한 낮은 공장 가동률은 관련 업계의 경제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0년 전국에 23개에 달하던 생산업체가 현재는 7개사만이 남아 있다는 것은 오랫동안 바이오디젤산업이 격랑의 세월을 견뎌왔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정부는 바이오디젤 보급·확대를 위해 법제화 이후 혼합비율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으나 정유업계의 극렬한 반대로 무산돼 3년 단위로 3단계 혼합율 로드맵을 설정해야 했고 2020년의 혼합비율이 설정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바이오디젤 업계는 혼합비율을 높이기 위해 국산 원료 비중을 높이고 비식용 원료 사용 확대, 저급의 폐식용유 사용을 위한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상용화가 시작된 2006년 혼합비율은 0.5%를 시작으로 이후 12년이 지난 2018년이 돼서야 3.0% 도달하는 수준에 이를 정도로 매우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제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정책(넷 제로, 재생에너지 3020 정책 등)으로 2021년 2월1일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개정안에는 올해 7월부터 혼합비율을 3.5%로 증가시키고 3년마다 0.5%씩 상향해 2030년부터 5.0%로 목표를 설정했다.

이러한 개정안이 발표되면 그동안 바이오디젤 혼합비율 증가를 위해 노력한 기존 바이오디젤 업체가 반기는 것이 당연한 사실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표정이다.

바이오디젤 업계는 2010년 정부와 기존 바이오디젤 업계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설립된 G사와 같은 사례를 언급하면서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자마자 만나게 될 복병을 우려하고 있다.

G사가 바이오디젤을 생산해 판매하기 이전, G정유사의 우량 납품업체이던 업체가 G사의 공장 가동 이후 파산했으며 현재도 G정유사는 자회사인 G사로부터 약 70%의 바이오디젤을 구매하는 식의 자회사 일감몰아주기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 국내 각종 언론 매체는 H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H정유사가 바이오디젤 사업에 진출하는지를 물었으나 H정유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계속했다.

설마 대기업이며 혼합의무 주체인 정유사가 바이오디젤 사업에 진출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한 매체들도 H사의 답변을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H정유사는 올해 1월 공장 건설을 위해 우선협상 대상 업체로 국내 건설 회사를 선정해 계약 단계에 이르고 2023년 초부터 공장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작년 9월부터 이를 알게 된 국내 바이오디젤 업계는 H-그룹사들에 여러 차례 탄원서 및 바이오디젤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공식적인 견해를 밝혀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H사측은 이를 송두리째 외면하고 대기업이 추구하지 말아야 할, 상도에 벗어나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자마자 G사는 추가 증설을, S정유사도 H정유사와 같은 바이오디젤 사업 진출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바이오디젤 총생산 규모는 약 132만5,000㎘로 혼합율 5.0% 시 예상되는 바이오디젤 소요량(약 122만3,000㎘)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H정유사 등 정유업체들이 직접 참여하면 혼합비율이 증가하더라도 오히려 기존 바이오디젤 업체들의 판매물량은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동안 혼합율 5.0%에 적합한 설비 구축을 위한 투자를 진행 해온 기존 업체로서는 이러한 정유사들의 움직임으로 결코 바이오디젤 혼합율 증가가 기쁜 소식인 것만은 아닌 것이다.

실제로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에 따르면 2023년 생산을 개시할 것으로 보이는 H정유사와 G사의 추가 증설, S정유사가 신규 참여해 G사처럼 G정유사의 판매 비중(70%)을 차지하게 될 경우 해당 시점의 혼합비율이 3.5%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업체들의 판매량은 혼합율 1.9% 수준으로 대폭 하락해 2019년도의 국내 판매 비중인 85%에서 53%로 감소하게 돼 기존 업체 2~3개사가 추가 도산 또는 폐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필자가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세계 어느 국가도 혼합의무자인 정유사가 직접 바이오디젤을 생산해 혼합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가 없다. 바이오디젤이 보급 이전,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관련 산업에 불참했던 정유사가 시장의 안정화 단계를 위한 초입 단계부터 진출해 기존의 생태계를 붕괴시키는 일이 정당한 일이 아닌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해외의 사례처럼 기존 1세대 바이오디젤 산업은 이미 충분한 생산 규모를 갖추기 위해 투자와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은 기존 업체들에 맡기고 바이오항공유와 같은 대규모 투자비가 요구되는 사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정유사가 진입해 바이오디젤을 직접 생산·혼합할 경우 동일 산업의 중복투자로 인해 기존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끝도 없이 추락해 바이오디젤로 생계를 유지하던 고용인원의 퇴출과 설비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업체들의 몰락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특별한 조치와 정유업계의 상생을 위한 통 큰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야말로 대기업, 중소기업의 상생을 통한 동반성장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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