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 최근 에너지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를 꼽으라면 단연 탄소중립일 것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에너지는 전력이다. 매우 단순한 축약이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에서 발전된 전력으로 대체하고 재생에너지발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잉여전력을 활용해 생산된 친환경수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에너지 부문 탄소중립의 기본적인 방향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전통적으로 전력산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인 최대전력과 전력사용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2020년에서 2034년까지 연평균 전력사용량의 증가율을 0.6%로 예상했다. 동일하게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없는 A안(1257.7 TWh, 발전량 기준)에 적용해 보면 연간 전력사용량 소내소비 및 송배전 손실을 약 8%로 가정)의 연평균 증가율은 약 2.8% 수준으로 기존 전망 수치 대비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2050년의 연간전력발전량을 연간시간량으로 나누면 시간당 평균 발전량은 약 143.6GWh 수준이다. 정확하게 2050년의 최대전력을 추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당연히 시간당 평균 발전량인 143.6GWh 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발생할 것이다. 9차 수급의 최대전력 전망은  2034년 기준 약 102.5GW이며 연평균 1.1% 증가한다. 이를 연장해보면 2050년 최대부하는 약 121.5GW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한 탄소중립은 전력산업에서 익숙했던 비용요소를 감소시키고 기존과는 다른 종류의 공급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간단한 예로 변동성전원인 태양광 및 풍력발전이 전력시스템의 주전원이 되면 실시간 수급균형 유지 및 송배전망에 보강 등 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잉여전력을 활용한 친환경수소생산에도 수전해설비 구축 및 활용을 위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사실상 탄소중립은 기존에 익숙하던 전력시스템과의 결별과 신기술의 활용을 의미하기 때문에 화석연료에 지불하는 비용은 감소하겠지만 중·단기적으로는 공급비용이 매우 큰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탄소중립은 전력산업의 다양한 측면에서 도전적인 과제로 보인다. 그러나 큰 어려움 없이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었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중요한 의제로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험난할 것이며 최대한 그 험난함을 줄이려는 노력은 지속되겠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길일 것이다. 이렇게 지난한 변화의 시작점에서 탄소중립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전력산업이 흔들림이 없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 전력산업의 기초체력을 탄탄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산된 재화를 거래하는 산업의 기본은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향후 생산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일정수준의 수익을 판매를 통해 회수하는 것이다. 이는 단일공기업에 의해 공급되는 국내 전력산업에도 적용된다. 산업, 상업 및 가정 등 모든 부문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며 대체불가능한 에너지인 전력이 단일공기업에 의해 제공되기 때문에 저렴하게 공급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저렴한 요금은 소비자에게 언제나 좋은 것이다. 그러나 저렴한 요금이 원가 이하의 요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원가 이하의 요금으로 인해 발생되는 부채의 증가는 전력산업 기초체력의 부실과 유사하다고 할 것이다. 

특히나 탄소중립에 필요한 신규투자 여력이 감소할 것임은 자명하다.

현재와 같이 경직된 전기요금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전력생산 및 공급의 비용변동성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팬데믹 시대에 글로벌 공급체계가 어려움에 빠지면서 에너지 공급비용의 변동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석탄수출 중단과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 제한 등은 국제정세 및 자국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에너지 원자재의 공급과 가격 변동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후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풍력발전량 감소로 발생한 유럽의 전력요금의 증가사례는 비록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해도 향후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성 요인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전력요금은 이런 변동성을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이며 장기적으로는 국제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견고한 기초체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영원히 비용 변동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탄소중립 달성은 비용변동성이 반영되는 전력요금을 통한 공급비용의 회수와 가격신호 반응에 따른 소비자의 합리적 에너지소비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크게 과장된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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