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훈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부교수
▲임용훈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부교수

[투데이에너지] 국내 집단에너지 선진화 방안이 적용된 지 어언 15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국내 집단에너지 사업의 독점화를 방지하고 민간 사업자의 시장 유입을 통한 경쟁 여건 도입, 자생적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선진화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색하게 집단에너지 사업의 선진화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10여년 가깝게 침체기를 이어오던 집단에너지 사업은 최근 경기도 남양주 왕숙 지구 등 다수의 집단에너지 보급을 위한 지역 지구 지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등 훈풍의 바람이 불어올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일시적인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지 아니면 최근 급변하는 기후변화발 집단에너지 사업의 르네상스로 이어지게 될지는 좀 더 신중하게 지켜볼 일이다. 

앞서 언급한 집단에너지 선진화 방안은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개입으로 오해가 될 수 있을 만큼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분산형 지역에너지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최근의 산업적, 기술적 동향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 방안으로서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진정한 집단에너지 산업의 선진화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실행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발전 자회사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하는 왕숙지구의 경우 향후 집단에너지 사업의 방향성을 미리 점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매우 흥미롭다. 국내 열병합발전 사업 도입 이후 구역형전기사업, 소형(자가형) 열병합발전 사업의 보급, 확대에 있어 그토록 격렬한 반대와 저항이 있었던 발전회사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촉발된 사업환경 변화로 인해 집단에너지 사업 운영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 자체가 한마디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독점적 권한이 강한 이종의 에너지산업 관계자들 간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산업간 융합이라는 관점에서 한편으로 보면 집단에너지 산업의 선진화의 한 형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간 집단에너지 산업부문의 장기간 침체기에서의 행보를 보면 자생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구 노력이 과연 충분했는지에 대해 자문을 해본다면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특히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 사업자의 특성상 앞서 2008년 도입된 집단에너지 선진화 방안 추진 당시의 기대와 달리 공정한 경쟁보다는 지역 분할 및 참여 제한에 따른 불공정한 측면의 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기술적 혁신과 혁신에 기반을 둔 자생적 경쟁력 확보 추진을 오히려 저해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기후변화로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마땅히 내놓을 대안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여전히 열병합발전 방식의 에너지효율성에 기댄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 논리에 매몰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발표된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탄소중립 목표 이행을 위한 집단에너지 사업의 역할이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재난·재해로 인한 전력망 손실로부터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의 장점은 향후 국내 집단에너지 사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구체적인 각론 수립과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실행 방안의 마련은 온전히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몫이라 단언할 수 있다. 설비 노후화에 따른 시설 개체 시기가 도래하거나 혹은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 이행에 따라 기존 석탄, 석유 등 저가 연료 대신 천연가스로의 연료전환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적극적인 반대 여론으로 인해 원활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SRF 열병합발전 사업의 경우도 지역의 거센 반대로 인해 좌초위기에 처해있기도 한다. 한마디로 과거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의 행태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4차산업혁명 기반의 정보화 시대에 따른 스마트 소비자 (consumer)의 등장으로 향후 집단에너지 사업 보급 확대를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의 필요성 또한 대두되고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 기술과 연관된 혁신적 기술 모델 개발과 더불어 날로 스마트해지는 소비자들과의 소통이 가능한 변화된 사업 모델로 다가서려고 하지 않는 한 간만에 집단에너지 사업 융성의 호기를 맞이하고 있는 현재의 사업 훈풍의 계기는 찻잔 속의 미풍에 그치고 말 것이다.

대선을 통해 새로운 정부의 새로운 정책 방향이 수립될 것이다. 누가 정권을 잡던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큰 흐름은 바뀌기 어렵다고 본다면 새로운 시대의 큰 흐름에 편승한 집단에너지 사업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집단에너지 산업의 진정한 선진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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