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김민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탄소중립이 에너지분야의 최우선 화두가 된 이후로 앞으로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발전이나 열병합과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 공급산업의 탈탄소화 뿐만아니라 에너지 소비의 관점에서도 많은 부분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와 같은 무탄소 전원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기본으로 해 화석연료를 연소를 하던 많은 기술들이 전기화(電氣化, electrification)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혹자들은 모든 것을 전기로 해야 한다는 전전화(全電化, all electric)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실제 필요한 에너지원들의 특성이 매우 다양함에 따라 그 과정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최근에는 열에너지의 전기화가 중요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열에너지는 전기가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인간이 활용해 온 에너지이다. 삶의 터전을 가꿔 나가기 위해 불을 발견하고 옷을 입고 집을 짓는 인간의 모든 행동들은 주변환경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였다.

이 행위의 결과로 적절한 열에너지를 유지하며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을 조성했는데 이는 지식의 결과가 아니라 본능에 의한 결과라고 하겠다. 

이렇듯 열에너지는 오래 전부터 인간과 떨어질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에너지의 형태이다. 그러나 열역학 2법칙에 기반한 에너지 변환과정에서 전기에너지와 운동에너지 등이 효용을 다하면 열에너지의 형태로 버려지기 때문에 그 질적가치가 낮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온도가 높을수록 질적가치가 높고 전력변환효율도 높아지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주변의 열에너지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으므로 이러한 인식은 일반적인 것이 됐다.

더욱이 나무, 석탄, 유류 등 열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함에 따라 고효율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위해 열에너지를 전기화할 때 효율성까지 고려할 경우에는 그 수단이 매우 제한된다. 예컨대 전기 직접가열 방식의 전열기를 이용해서 열에너지를 생산한다고 가정해보자. 단순하고 저렴한 방식이긴 하나, 에너지변환 효율이 매우 낮아서 전기화에 필요한 전력양이 급증하게 된다. 

이의 대안으로 히트펌프가 주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히트펌프는 열역학적 사이클에 기반한 가열 수단으로 낮은 온도에서 높은 온도로 열을 이동시키기 위한 수단이며 이 과정에서 투입된 전기에너지의 3~4배의 열이 이동하게 된다. 즉 전기를 열로 전환하는 P2H(Power to Heat)의 핵심수단이 된다.

실제로 많은 국내외의 연구사례에서 히트펌프는 단순히 열 생산 뿐만 아니라 히트펌프를 이용한 열저장과 분산열원 공급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다양한 활용방법이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히트펌프는 탄소중립을 핵심기술이 될 것이다.

이러한 우수한 효율에도 불구하고 히트펌프의 한계는 이동시키는 온도가 높을수록 효율이 낮아지는 점이다.

즉 고온을 생산하기 위한 히트펌프는 필연적으로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는 온도가 높을수록 가치가 높다는 열에너지의 질적 특성과도 일치하는 결과이다.

히트펌프로 공급되는 온도한계는 500℃ 이하로 설정되고 있으며 이 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아무리 우수한 히트펌프를 만들더라도 높은 수준의 효율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고온의 산업용 열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의 탄소중립 기술이 고민되고 있다. 철강 산업에는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기술이 고려되고 있으며 대안을 찾기 어려운 분야는 전기를 연료로 전환하는 P2F(Power to Fuel) 기술을 이용해 연소 가열방식을 유지하는 방법도 고려되고 있다. 이 때의 생산연료는 수소 이외에도 이산화탄소 부산물을 이용해 다시 탄소연료로 합성하는 등의 다양한 논의와 연구가 진행 중이다. 

2019년 말부터 회자되던 탄소중립은 이제 에너지분야의 핵심용어가 됐다. 그간의 에너지 시장은 정치적 논리에 의해 여러 부침이 있어 왔지만 탄소중립이라는 화두는 앞으로는 어떠한 주변 여건이 조성되더라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열에너지의 탄소중립은 에너지 시장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방향이다. 이를 위한 많은 연구개발과 보급이 뒤따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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