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헌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정용헌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투데이에너지] 일전에 모 침대 회사가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다”라는 광고로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이 광고 문구가 많은 사람의 주목울 받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과학은 우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어떤 행위를 했을 때와 비교해서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과학적 기본에 충실한 침대를 소비자는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의 변동폭이 크게 증가했다. 러시아 정부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0불까지 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국제 컨설팅 회사들은 앞다퉈 국제 유가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최근의 국제 유가의 움직임을 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변한 시장의 분위기가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 유가의 급등은 일시적이었고 곧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의 제자리를 찾아왔다. 따라서 국제 석유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석유산업의 전문가들로 넘쳐나는 시장이 왜 과도하게 반응 했을까에 대한 물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제 석유 시장은 지난 2년간의 코로나 사태로 수요는 억제가 되고 동시에 파리 기후변화 협약의 진전으로 상류부분의 투자와 여력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장기적이고 확실한 수요가 뒷받침돼야만 상류부문에서 투자가 활성화되는데 지금의 시장상황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고 여러 가지 금융부문의 제약으로 적어도 비 OPEC 국가(주로 북미지역)의 원유 생산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국제 원유 시장은 2020년 4월의 배럴당 20불을 역사적 저점으로 꾸준히 상승해 100불 가까이에 접근해 있었다. 이는 꾸준한 수요의 회복과 공급부문의 제한적 대응으로 원유시장의 수급이 상당히 타이트해 졌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코로나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곧 종식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항공수요가 살아나고 있으며 이는 제트유의 수요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북반구의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되는 올해 4월과 5월 휘발유와 경유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유가는 올 여름 초엽부터 크게 요동을 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국제 유가의 변동에 따라 나라 살림살이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산업을 통해 어렵게 번 돈을 원유대금으로 그야말로 물 쓰듯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고유가 상황이 머지않은 장래에 크게 개선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경직적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 에너지 관련 민간 및 공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손바닥 뒤집기 식의 정책 전환이 이미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고유가 시대에 우리의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유가에 대한 대책은 침대를 만드는 것보다는 보다 과학적이어야 한다. 과학적 대책은 기본적으로 정보와 데이터의 수집, 가공, 분석, 저장,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정교한 시스템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의 에너지 통계 및 정보 관리 시스템은 우리에게 필요한 수준과는 큰 괴리가 있다. 국제 유가전망도 공신력을 갖고 내놓은 기관도 선뜻 보이지 않고, 국제 기구나 컨설팅 회사의 보고서를 짜깁기해서 발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과학적 접근법은 끊임없는 의심으로 논리를 개선하고 정보와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하다. 물론 과학적 접근법이 틀릴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과학적인 접근법이 비과학적인 접근법보다는 성공의 확률이 높기 때문에 우리가 이러한 접근법을 지향해야 하는 이유이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서 고유가의 대책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바쁠수록 돌아가고 주위를 둘러보고 순리대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한가지 간과해선 안 될 것은 이미 고유가 상황이 닥친 이후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세상사가 그렇듯이 고유가라는 불행이 닥치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