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훈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부교수
▲임용훈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부교수

[투데이에너지] ‘탈원전’, ‘탄소중립 2050’, ‘ESG 경영’ 등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에너지전환 이슈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원유 및 천연가스 시장 불안 여파 등으로 인해 국내 전력가격이 사상 유례없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전력의 연간 적자 규모만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예년과 같이 한시적인 요금 인상 등 임시방편으로 그치게 될지, 아니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전력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현행 한전의 대규모 적자사태를 촉발한 원인을 두고 정부와 관련 기관들 사이의 지루한 논쟁 속에서 과도한 요금 규제에 따른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가격 현실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우선 전적으로 동감을 표하게 된다. 

‘탈석탄’, ‘탈원전’에 기반을 둔 에너지전환 정책의 여파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고종 집권기인 1887년 경복궁 향원정 일대에 최초의 전깃불이 켜진 이후 오늘과 같은 전대미문의 사태가 촉발될 데에는 국제 원유 가격 인상 등의 단기적인 요인보다는 시장가격의 지배 원칙이라 할 수 있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무시하고 이어져 온 고질적인 정책적 판단에서 비롯된 지극히 당연한 산물이라 하겠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논의는 잊을만하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반면 결과적으로는 폭탄 돌리기로 마무리되는 행태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도 한시적으로 3원 인상 후 동결, 그리고 3원 인상이라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응으로 일관하거나 전력 계통한계가격(SMP) 상한제 도입 추진 등의 근본적인 해결방안과는 거리가 먼 대응 방식은 시장의 질서를 또 한 번 교란하는 악수로 이어질 기세다. 

최근 사업자 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3기 신도시 왕숙 지구 집단에너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한동안 주춤했던 지역냉·난방 사업은 오랜 침묵을 깨고 사업 활성화를 위해 새롭게 기지개를 켜는 양상을 보이고는 있으나 지역냉·난방 사업을 포함한 집단에너지 사업환경은 사실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제 정세의 불안으로 인한 연료 수급 불안정에 따른 전력가격의 변동성이 커지고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급격한 확대로 발전출력제한 조치 등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점차 커짐에 따라 국가 전력수요관리의 중요성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분산형 전원으로서 국가적 차원의 전력수급 안정화를 목적으로 출범한 집단에너지 사업 본연의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 있는 요즈음 형국이라 하겠다. 2022년 현재 전력요금 현실화에 대한 공론화 여론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전력요금의 인상이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의 오랜 염원이라 할 수 있는 열요금 인상으로까지 연속해서 이어질지는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형평성 측면에서는 전력요금의 인상이 이뤄지면 연쇄적인 열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합리적이겠지만 오히려 이러한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로 전력요금 현실화가 더욱 지연될 개연성이 더 크다. 전력요금을 포함해 아직 공공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에너지 시장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력요금의 인상이 몰고 올 파급효과에 대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전력부문과 깊은 연관성으로 인해 열 요금 현실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어려운 전력시장의 상황 변화만을 수동적으로 기대하지 말고 열 판매 부문에서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보려는 적극적인 행보 또한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신규 열 수요 개발에 있어 아파트 수요 중심의 지역 고시제에 의존하는 기존의 수요 개발 모델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최근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5세대 집단에너지 모델과 같이 기존 설치된 배관망을 활용하는 ‘양방향 열 거래 신사업 모델’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존 지역냉·난방 인근의 에너지 수요가 큰 대형 건물을 대상으로 지역냉·난방 리턴수를 활용한 신규 열 수요 모델 개발은 급증하는 천연가스 연료의 추가적인 사용 없이 부가적인 열 판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신재생발전 전력 급증에 따른 발전출력 제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역냉·난방 사업의 보급 명분 확보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에너지수요관리의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나 인공지능을 이용한 최적 수요 관리 솔루션이 아닌 가장 단순한 요금 인상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로드맵에 기반을 둔, 현재의 불합리한 전력체계에 대한 과감한 변화와 개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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