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호 H2리서치 대표 컨설턴트.
남정호 H2리서치 대표 컨설턴트.

[투데이에너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소 활용이 필수적이다. 수소는 재생에너지의 단점인 간헐성을 그린수소로 보완할 수 있으며 철강, 화학·정유 등 탄소감축이 어려운 산업부문에 필요하고 천연가스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장거리 운송연료로 석탄이나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소산업의 명확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난제는 경쟁력 있는 생산체계의 구축과 유통의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문제가 유럽의 에너지 독립으로 이어지면 서 수소산업에도 새로운 전기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 유럽연합 집행위는 러시아 에너지 의존 중단 및 친환경 전환 가속화를 위한 EU의 에너지 안보계획인 ‘REPowerEU’계획을 발표했다.

REPowerEU는 40%에 달하는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2022년 말까지 2/3 수준으로 감축하고 2030년까지 석유, 석탄 등 기타 화석연료에서도 러시아산 화석연료 비중을 큰 폭으로 감축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공급망 다변화와 더불어 태양광, 풍력, 수소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 방안으로 돼있다.

수소분야는 2030년까지 EU 역내 1,000만톤의 수소를 생산하고 1,000만톤의 수소를 수입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지중해 및 북해에 주요 수소 시설을 개발하고 2025년까지 17.5GW 수전해 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2개의 이행입법을 발표할 예정이며 수소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추가적으로 2억유로를 연구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80억달러의 수소허브 건설이 연내에 확정될 예정이어서 글로벌 수소생산 투자가 본격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산업과 가정에 필요한 전력을 수소로 만들어 화석연료로부터 완전한 탈피를 이룬다는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 전환 목표를 제시하면서 수소 전력을 기존 5GW에서 10GW로 2배 확대하기로 했으며 이 가운데 5GW는 수전해 방식 으로 생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소 생산 보조금을 지원해 가정, 산업, 수송부문에 필요한 수소 가격을 최소한 천연 가스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뜻하지 않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자금 여력이 대폭 확대된 오일·가스 메이저들이 원유나 가스전에 대한 추가 개발 대신 재생에너지와 이를 이용한 수소생산에 막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수소와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오일·가스 메이저들의 수소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수소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작용해 수소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메인스트림으로 편입되는 시간을 빠르게 단축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이제 수소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접어두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바라볼 때가 됐다. 수소생산 인프라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 빠르게 확대돼 2030년 이전에 그린수소가 경제성을 확보하고 수소의 생산, 유통과 관련된 업체들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교통, 발전 등 다양한 후방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높아진 에너지가격이 일정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수소 산업으로의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있다. 이러한 기회를 잡으려면 국내 수소 생산과 유통 인프라의 적극적 확대가 필요하다.

수소생산과 유통인프라는 수소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이를 통해 국내기업들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산업의 발전 없이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국가는 사실상 없다. 이에 EU, 미국뿐 아니라 중국까지 수소산업 육성 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산업전반에 적용되는 수소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우리도 실기하지 않고 수소산업의 기회를 잡기 위해 수소유통인프라 확충, 수소시범도시 확대등 수소산업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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