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병인 기자] 지난 2월24일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장기화되며 벌써 약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되가던 조짐을 보였던 전세계 시장흐름은 다시 악재에 직면한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독일을 포함한 많은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 등을 돌리게 됐다. 이를 계기로 서유럽은 대부분 러시아로부터 공급받아왔던 천연가스 수입을 금지시키고 미국, 호주 등 제 3국가로부터 LNG형태의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전쟁의 여파로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모든 에너지자원의 흐름을 바꾸게 될 것으로 보이며 전세계적인 목표였던 탈탄소화, 즉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현재의 에너지 지형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 특히 서유럽의 경우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자립성을 극대화시키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서유럽의 변화는 LNG 최대 소비지역인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유럽의 LNG 구매강화로 인해 동아시아권 스팟가격도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러-우 사태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면서 최근 단행되고 있는 ‘빅스텝’, ‘자이언트 스텝’ 등의 금리 인상 기조도 수입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PNG지양 추세에 FRSU 증가···국내 수주확대 기대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파이프라인을 통한 에너지 공급이 국가 에너지안보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전세계가 확인했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경우 초기 인프라구축에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지만 이후 에너지를 이송하는 과정에서는 LNG형태의 수입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각광받아왔다.

하지만 파이프라인을 통한 에너지공급은 도입선이 단편적이기 때문에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공급량이 제한되는 경우도 발생하며 이에 따른 에너지안보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다.

LNG형태로 선박을 통해 수입할 경우 도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에 서유럽은 파이프라인에 의존하던 기존 천연가스 공급방식에서 LNG형태로 전환하기 위해 ‘FRSU’ 카드를 꺼내들었다.

FRSU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를 의미하며 현재 부족한 서유럽의 LNG터미널 인프라를 보충해줄 역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조선해양은 4,757억원 규모의 LNG-FSRU 1척을 수주하기도 했다.

영국의 조선·해양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LNG 수입량의 12%가량이 FSRU를 통해 공급되고 있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美 금리인상, 환율 등 악영향
현재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을 경우 화폐가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빅스텝’ 혹은 ‘자이언트스텝’으로 불리는 대규모 기준금리 인상을 실시하게 된다. 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량을 감소시켜 물가를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이같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에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 국내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약 1,167원을 기록했던 환율은 현재 1,400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환율의 상승은 석유, 가스 등 에너지원 수입가격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환율 인상을 비롯한 복합적인 영향으로 국내 가스가격은 인상됐으며 LPG의 경우에는 원가가 인하됐으나 환율 인상 영향으로 10월 국내 가격이 동결된 바 있다.

■기후위기에도 에너지다변화 ‘우선’
각국은 가격의 고공행진 중인 천연가스 사용량을 감축하고 에너지믹스 다변화를 추진 중에 있다. 

심지어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평가받는 석탄발전의 활용 폭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존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석탄발전을 억제해오던 지난 정책과는 반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중국과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전력난이 가속화되면서 유연탄 활용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졌던 에너지 절약에 대한 강력한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영국은 2035년까지 신규, 교체용 가스보일러를 단계적으로 금지시켰으며 독일의 경우에는 러시아워 외의 시간대에는 신호등을 강제 소등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에펠탑의 야간조명을 소등하고 있는 등 강도 높은 에너지절약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편 기준유가를 참고해 가격 등락이 결정되는 장기도입물량과 동아시아 스팟가격 기준인 JKM을 참고하는 스팟물량 간 가격격차도 극심해지고 있다.

9월 초 기준 JKM 선물가격은 mmbtu 당 약 54달러로 지난해 9월 가격인 약 18달러 대비 약 3배 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기준유가는 약 85달러 선으로 1년전 가격인 82달러 선과 비교해 비교적 상승폭이 완만했다. 이는 천연가스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러시아의 전쟁 등 정치적인 이슈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며 이러한 가격격차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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