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정헌 기자] 교류 중심의 우리 배전 전력망에 직류가 함께 흐르는 날이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미래형 배전망으로 꼽히는 직교류 혼용 배전망 구축을 위한 실증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기존 교류(AC) 중심의 우리나라 배전 전력망에 중간전압의 직류(MVDC) 선로를 병행해 연계하는 프로젝트다. 정부는 핵심부품·기기와 운영기술 개발,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해 7년간 1,90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 직교류 혼용배전망 실제 구축에 나선다는 목표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운영위원회가 구성됐으며 산업부, 한전, 에너지기술평가원, 한전MCS 등 공공기관과 관련학회, 교수진 등 2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열린 제1차 운영위원회에서 올해 요소기기 개발과 운영기술 개발과 관련한 3개 과제에 착수할 것을 결의했다. 아울러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한 사전타당성 조사도 시작해 오는 2028년까지 마친다는 중장기적 계획도 덧붙였다.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서울 코엑스에서 차세대 AC/DC Hybrid 배전 네트워크 기술개발 사업 제1차 운영위원회가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서울 코엑스에서 차세대 AC/DC Hybrid 배전 네트워크 기술개발 사업 제1차 운영위원회가 진행됐다.

■혼용 배전망, ‘변환손실·투자비용 절감’ 한번에
이번에 착수된 혼용 배전망은 기존 전력계통을 활용해 교류 배전망과 함께 직류 배전망을 추가 연계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송전 때 쓰이는 교류전기를 가정용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환손실 저감에 용이한 것이 특징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혼용 배전망 사용 시 전력변환 손실의 10%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배전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전력망 신규건설에 수반되는 투자비용 절감에도 유리하다. 배전 설비 용량을 확대하고 전력흐름제어를 통해 선로 이용률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는 배전 선로의 신재생 연계 용량을 60%까지 끌어올리고 최대 허용 부하율도 30%로 향상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건설 시 발생할 수 있는 송전선로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도 줄일 수 있어 사회적 수용성 문제도 해결할 것으로 전망됐다.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 이슈는 내구성과 철저한 안전 검증으로 해결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조기선 에기평 전력계통 PD는 “사업을 잘 추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전략들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도”라며 “이를 확보하기 위한 대책들을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고려해 철저히 대비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3대 과제 착수···테스트베드 기반 마련까지
위원회는 올해 추진과제로 △고신뢰 DC 보호기기 기술개발 △AC/DC Hybrid 배전망 안전운영 기술 △테스트베드 구축 기반조사 및 산업 생태계 분석을 제시했다. 보호기기는 직류배전망 핵심인 개폐기, 단로기, 피뢰기의 기술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 중 피뢰기의 핵심소자인 바리스타는 100% 국산화에 나선다. 현재 바리스타는 해외에서 전략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해 쓰고 있다.

안전운영 기술은 메타버스, 가상물리, 엣지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배전망 안전운영 환경 구축을 목표로 한다. 국내에서 이전엔 DC 배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영기관인 한전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큰 부분이다. 상세 내용으로는 설계해석 운영 성능 시험, 운영시스템 기술개발로 구성됐다.

이 부분에서도 안전은 반복 강조됐다. 새로운 DC 기술에 대해 기술 활용과 운전 환경 등 전 부문에서 안전을 고려했다는 배경이다. 위원회는 운영기술에 첨단 운영기술을 도입해 배전 운전 업무의 안전 운전 환경을 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마지막으로 테스트베드 구축에는 철저한 설계가 강조됐다. 테스트베드에는 대략 500억원 정도가 투입될 예정이다. 테스트베드 사전 타당성 조사를 시작으로 구축 기반을 마련하고 2024년부터 기술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현장에 적용해 실증하고 산업생태계를 분석해 경쟁력 강화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조기선 PD는 “이번 사업이 전략 산업에서 중요한 게임 체인저”라고 강조하며 “사업 성과의 장·단기적 창출 방안과 시장 적용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문제와 관련해 배전설비 투자를 최소화하고 배전망의 운영 효율을 제고해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확보하겠다”며 “2028년까지 테스트베드를 통해 정보화 테스트 실질 검증을 마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2030년 국내 도입과 성장동력 산업화 목표
위원회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적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으로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초기 시장 단계인 MVDC 배전산업 기술력을 조기 확보해 전력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2030년 하이브리드 배전망을 꾸려 지금보다 최소한 재생에너지 수용량을 2배 이상 확보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확보하고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신뢰도 제고와 리스크 대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먼저 신뢰도 제고안으로 개별 장치들의 안정성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명시했다. 운영기술은 배전망의 체계적 분류에 따라 보호 협조 체계를 철저히 검토하고 경제성보다는 신뢰도에 초점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리스크 대비와 관련해서는 단위기술들을 충분히 검증하며 기술적 리스크에 대처할 것임을 밝혔다. 또한 개발된 기술을 통합 검증해 신뢰성을 높이고 바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책적 리스크 방지를 위한 산업부와 유기적인 협력도 강조됐다. 현재 산업부가 추진 중인 전력계통 혁신 방향과 연계해 바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조기선 PD는 “안전을 최대한 강화해 새로운 기술이 정착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며 “산업부와 함께 정책으로 이끌어가고 최종적으로는 DC 배전기술을 통해 세계 시장의 상품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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