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투데이에너지 이정헌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사장 황주호)이 한국형 원전 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체코와 폴란드 등 유럽국 신규 원전 사업에 적극 참여하면서 대외적 입지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특히 APR1000 노형이 유럽사업자협회의 설계인증을 받으며 안전하면서도 경제적인 국내 원전의 역량을 입증하기도 했다. 더불어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의 글로벌 시장 선점에도 잰걸음을 내고 있다. 한수원의 한국형 원전, 혁신형 SMR 두 사업의 현재와 향후 계획을 통해 원전 강국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한국수력원자력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이라는 국정과제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 및 산업계 등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업관리 역량, 경제성, 안전성, 시공기술, 공급망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앞세워 원전 수출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체코와 폴란드 신규원전 사업은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한수원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최우선 과제다.

■2030년 원전 10기 수출 선봉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1,200MW 이하 원전 1기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체코 사업의 경우 입찰요건에 따라 지난해 11월 말 신규원전사업 입찰서를 성공적으로 제출했다. 한수원은 체코 측 사업추진 일정에 따라 오는 9월 경 수정된 입찰서를 한 차례 더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을 수주할 경우 체코 정부에서 예정 중인 최대 3기의 추가 신규원전 건설사업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체코에 제안한 APR1000 노형은 지난 3월 유럽사업자협회로부터 설계인증(EUR Certificate)을 성공적으로 취득했다. EUR 인증은 협회가 유럽에 건설될 신형경수로의 표준설계에 대해 안전성 및 경제성에 대한 요건을 심사하는 제도로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유럽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안전 및 성능요건 등을 충족시켰다는 의미다.

한수원은 2017년 APR1400 유럽 설계인증을 취득한 이후 다시 한번 APR1000 설계인증을 취득함으로써 한국 원전이 세계 최고기술 수준임을 재차 입증했고 수주 경쟁력을 추가로 확보했다. 한수원은 이와 같은 뛰어난 기술력 등을 앞세워 2024년 예정된 최종사업자 선정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를 거두겠다는 방침이다.

■폴란드 진출도 추진…가동원전 사업 ‘박차’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말 폴란드 민간발전사인 ZE PAK, 폴란드 국영 전력공사 PGE와 협력의향서(LOI) 를 체결했다. LOI는 이들 3개 회사가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원전 개발계획 수립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세계 원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가진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지난 50여년간 지속적으로 국내·외에서 원전을 건설, 운영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 경험을 기반으로 우리나라는 주어진 예산과 예정 된 공기를 준수하며 효율성과 경제성을 겸비한 원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업관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한국의 강점은 UAE 바라카 원전건설 사업에서 빛이 났다. 우리나라는 2010년 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착수해 주어진 공기를 준수하면서 원전을 건설했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UAE로부터 300억달러의 투자를 전격적으로 얻어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수원은 원전 건설 및 운영을 통해 확보한 기술과 경험을 활용해 원전 자재 공급, 운영·정비 (O&M) 수출 등 가동원전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원전 소형화 선제 대응…SMR 개발 최선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SK(주), SK이노베이션과 공동으로 美 테라파워와 SFR 글로벌 사업 협약을 맺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SK(주), SK이노베이션과 공동으로 美 테라파워와 SFR 글로벌 사업 협약을 맺었다.

최근 전 세계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원전의 활용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특히 대형원전에 대한 수요뿐 아니라 유연한 입지 선정이 가능하고 부하추종 능력이 우수한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향후 전 세계 원전 시장에서 SMR의 비중은 2030년 경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MR은 원자로 와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켜 공장제작과 모듈운송으로 수요처에 설치할 수 있는 300MW 이하 전기출력을 가진 원자로를 말한다. 혁신형 SMR은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2021년부터 추진한 개념·기본설계 과제에 이어서 올해부터는 과기부·산업부 양부처 공동 국가연구개발 사업으로 전환해 개발을 본격화하고 표준설계 인허가를 2028년까지 취득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이 개발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 아니라 사업화 주관기관으로서 올해부터 ‘SMR 스마트넷제로시티’ 사업화 모델 개발 등 조기 사업화 노력 및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계적 수출·사업화 노력을 통해 2030년대 글로벌 SMR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수출성과를 달성해 국가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SMR 시장선점 및 성과 극대화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간 개발 및 사업화 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한 상황이다. 이에 한수원은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허가를 취득한 SMART 경험을 바탕으로 관·산·학·연의 역량을 결집해 혁신형 SMR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동행한 한수원은 차세대 SMR 개발사인 미국 테라파워사(이하 TP 사)의 글로벌 사업에 대해 SK(주), SK 이노베이션과 공동으로 참여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기도 했다. 한수원은 협약을 통해 TP사와의 전략적 협력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결과에 따라 TP사의 SFR(Sodium Fast Reactor, 소듐고속로) 노형인 NATRIUM 실증로, 해외 후속로 등에 참여할 가능성도 타진했다. TP사는 차세대 SMR 상용화 기술 중 하나인 SFR 노형의 대표 개발사로 4세대 SMR 개발사 중 상대적으로 빠른 상용화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실증로 프로그램 등 미국 에너지부(DOE) 지원과 글로벌 최고 수준의 민간 투자자들을 통한 안정적인 펀딩 능력이 강점이다.

또한 TP사는 다양한 사업파트너사를 확보한 상태이며, 2030년까지 와이오밍의 장기가동 석탄발전소 부지에 첫 실증로 ‘NATRIUM’ 원전을 운영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협력을 통해 향후 4세대 SMR 시장에 적기 진출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SMR 사업 개발 역량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