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기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홍희기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투데이에너지] 대통령님, 탄소저감 정말 중요한지요?

1. 열에너지는 탄소저감에 매우 효과적이고 중요하다 
2. 검증된 신기술의 제도권 진입의 장애를 제거하라 
3. 효율적인 에너지 정책의 추진을 위한 에너지청이 필수이다

투데이에너지 창간특집으로 2019년 가을에 ‘대통령을 위한 열에너지강의’라는 제목으로 나름 매우 강도 높게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 적이 있었다. 한 마디로 전기에너지 생산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날 것을 호소했으나 무반응이었다. 악플보다 불쾌한 것이 무플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라 쓴웃음 짓고 말았다. 대통령을 위한 열에너지강의 2023의 소제목은 위와 같다. 

일상에서 열에너지 하면 떠오르는 것이 냉난방과 온수일 것이다. 이 중의 하나만 일시적으로 원활하지 않으면 얼마나 불편한가? 그럼에도 에너지 정책에 열과 관련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전기에너지에 대해서만 입을 모은다. 그 정점에는 전력 카르텔이 자리잡고 있다. 그들에게는 전기만 있으면 다 해결된다고 확신을 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국가 최종에너지소비량에서 전기의 2배 이상이 열인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정권이 바뀌고 이제 내 은퇴도 멀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인가 다시 한번 강하게 어필해야 할 듯해 4년 전 원고를 정독해보았다. 에너지 관련해 딱 하나 달라진 것이 신재생에서 원전 중심으로 바뀐 것 정도이다. 이제 친원전 인사들이 에너지 정책의 핵심에 모두 몰려온 듯하다. 반론 제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신재생에너지와 다른 것이 무엇일까? 결국 전기 만드는 방법만 다를 뿐이다. 이것이 진보와 보수의 에너지 정책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라는 용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재생에너지라는 표현을 쓰도록 하겠다. 최종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한국은 3.36%, OECD 평균이 23.42%이다. 반면에 1인당 CO₂ 배출량은 세계 5위, 기후 깡패 소리를 듣는 이유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서는 특히 냉난방의 탈탄소화를 위해 필수 권고사항으로 건축법 개정과 에너지효율기준 상향과 더불어 재생열에너지의 의무화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물 부문 에너지소비량은 20% 이상이며 그중 70%가 냉난방 관련이다. 

덴마크는 지역난방 열원으로 태양열을 사용하고 있으며 규모의 경제로 설치단가를 극적으로 떨어뜨렸다. 독일은 신축건물에 재생열의 의무화, 스페인은 온수 사용량의 70%까지를 태양열로, 이탈리아는 열부문 재정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재생열의 비중은 매우 커지고 있지만, 한국은 재생열의 갈라파고스다. 재생열에너지에 대해서는 어떤 정권에서도 관심을 보인 적이 없다.

진정한 에너지 전문가들은 원전이건 신재생이건 탄소저감에 도움되는 것은 시급히 모두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문제는 컨트롤타워의 부재이다. 현재 에너지 관련 주무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이지만 국토교통부, 환경부로 나뉘어 있어 효율적인 정책에 한계가 있다. 미국은 에너지성, 일본은 자원에너지청이 있다. 에너지 최빈국인 한국도 1993년까지 동력자원부가 있었다.

2020년부터 1,000m² 이상의 공공건축물은 의무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 5등급을 받아야 하며 2024년부터는 민간공사 3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도 해당된다. 에너지자립률의 평가는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평가 프로그램인 ECO₂를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업그레이드가 제때 이루지지 못해 PVT와 같은 신기술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 산하의 한국에너지공단이 국토부의 유관 연구소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를 하는 형태이다 보니 발빠르게 시장의 니즈를 만족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심지어 발목을 잡는 느낌이다. 아열대기후화 되어가는 요즘 공동주택의 냉방은 필수이나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기준에는 누락된 상태이다. 앞서 언급한 컨트롤타워의 가칭 ‘에너지청’이 절실한 대목이다.  

태양광과 태양열을 결합한 태양광열(PVT)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했고 탄소저감의 효과가 태양광보다 2.2배 크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ECO₂는 물론 에너지공단의 지원사업 및 공공기관 신재생 의무화사업 아이템에 포함되지 못한 상태이다. 융복합사업 장려할 때는 언제이고 막상 천문학적인 정부지원금의 연구개발이 종료되고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이다. 이러한 사례는 어찌 PVT에만 해당되겠냐만 그 힘든 연구개발보다 더 힘든 제도권 진입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기존 냉방 대비 절반 정도로 에너지 소비하는 데시컨트 제습·환기, 감염병 예방의 해결사인 고효율 열회수 환기장치,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열 데시컨트 냉방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는 여전히 연탄보일러가 포함돼 있는 반면 흡수식냉온수기와 같이 권장하는 제품은 포함돼 있지 않다. 동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바와 같이 일반건물의 냉방온도는 26℃, 공공기관 실내온도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28℃로 유지되고 있다. 이 상태에서 습도가 60% 이상으로 높으면 정상적인 근무가 거의 불가능하다. 습도 조항만이라도 삽입하라고 권고하여도 묵묵부답이다. 이 모든 것이 열에너지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다.  

갈수록 지구가 뜨거워지고 난폭해지고 있다는 위기 의식도 여름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시원하게 잊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다른 차원이다. 탄소저감 해결책의 한복판에는 재생열이 있고 열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진입 장벽을 낮춰주기를 호소한다.

※ 본란의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