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차기영 기자] 탄소무역장벽 통상시대가 본격화될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대응 전략변경이 불가피하다. 지속가능한 그린전환을 위해 기후정책 관련 법과 제도를 포괄하는 종합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이 새로운 시장 규제로 부상함에 따라 우리 수출기업의 고충도 점점 더 깊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불확실성과 부담을 최소화하는 세부법령 및 가이드라인이 제정돼야 한다.

CBAM, 10월1일 시범운행
유럽연합(EU) 이사회는 지난 4월25일 EU 탄소 국경조정제도(이하 CBAM)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10월1일부터 수출기업은 배출량을 보고 의무만 있고 2026년 1월1일부터 본격적으로 CBAM 인증서 구매 의무가 발생될 예정이다.

지난 6월13일 EU 집행위원회는 CBAM 전환기 간중 보고의무 이행을 위한 이행법 초안을 발표 했다. 해당 초안에는 올해 10월1일부터 특정 품목을 EU에 수출할 경우 발생하는 배출량 보고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을 규정하고 있다.

EU CBAM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등 총 6개 업종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해당 품목을 EU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은 EU에 있는 수입 업자를 통해 수입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에 상응 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해 EU 당국에 제출할 의무가 발생한다.

수입업자는 매년 EU로 수입된 전년도 제품의 수량과 온실가스를 신고해야 하며 해당 수의 CBAM 인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인증서 가격은 EUR/t CO₂ 배출량으로 표시되는 EU ETS 할당량의 주간 평균 경매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배출량에 EU 배출권거래제와 연계된 탄소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제도로서 2030년까지 제3국의 원자재 의존도를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낮추고 EU 역내 채굴은 10%, 제련·정제는 40%, 재활용은 15%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철강 등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상 업종의 탄소저감 기술개발 지원, 제품별 탄소배출량 산정·보고·검증 관련 국내 인프라 구축 등 유럽연 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에 체계적으로 대비해 왔다.

정부는 EU 측과 이행법안 발표 이전단계부터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배출량 보고방식 인정 △ 세부 제도가 WTO 규범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설계 등을 요구하는 등 우리측 요청사항을 지속 협의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이행법안에는 배출량 보고 의무의 완화규정(Derogation)이 포함됐으며 EU로 수출하는 우리 철강기업 등의 배출량 보고 의무가 상당부분 경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산업부는 지난 14일 CBAM 대응 세미나를 개최하고 기업에 부과되는 의무와 이행절차를 안내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EU CBAM 이행규정에 있는 신고인, 등록부, 보고서, 인증서 등 주요 개념을 설명한 뒤 전환기간 중 보고해야 하는 자료의 종류와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은 직접배출량, 간접배 출량, 전구물질(Precursor) 배출량 등 CBAM 이행 규정에 따라 산정·보고되는 탄소배출량 유형을 설명하고 배출량 산정식과 이를 적용해 탄소배출량을 산정한 예시를 소개했다.

그럼에도 탄소무역장벽 도입은 CBAM 관련 인증서 발행비용으로 이익과 매출감소로 이어지고 제조업 비중이 큰 국내 수출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기업 공급망 실사 지침’ 입법 논의
2022년 2월 EU 집행위의 EU ‘지속가능한 기업 공급망 실사 지침(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이하 공급망 실사법)’ 발표 이후 최근 입법 논의가 본격 진행되고 있다.

이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인권과 환경 분야 내 실사를 의무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기업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실사를 이행하고 있지만 참여도가 저조하며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일부 회원국에서 실사법을 시행 중이나 국별 규제 수준이 상이해 EU는 공급망 실사법을 통해 유럽 차원의 공통된 규제를 수립하고 회원국별 다른 제도를 일원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사 대상 분야는 인권과 환경 분야이며 집행위는 UN의 기업·인권 이행지침 및 OECD 가이드라 인을 토대로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EU에서 활동하는 역내·외 대기업과 고위험 산업(섬유, 광물, 농업·임업·수산업)에 속하는 중견기업이 지침 적용을 받는다.

적용대상 기업에게는 자사 사업장 및 공급망 전체에서 환경훼손 및 인권침해 여부와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파악·개선 및 공개할 의무가 부여된다. 위반 시 금전적, 행정적 제재가 부과되며 기업 또는 협력사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는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제재는 위반 수 준을 고려해 회원국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벌금 외에도 공공조달 입찰 배제나 수출금지 등의 행정적 제재도 부과될 수 있다.

EU는 2023년 6월 유럽선거 이전 입법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나 한편 공급망 실사법이 시행되는 경우 규제를 직접 적용받는 기업들은 전체적인 공급망 매핑을 시작해 추적이 가능한 공급망 구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 발효
EU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가 기업의 재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을 가지고 기존의 비재무 정보공시지침(NFRD)을 개정해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지침(이하 CSRD)를 올해 1월 공식 확정했다.

CSRD는 EU 내 250명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이다. EU 역내 기업을 비롯해 한국 기업도 공시 대상에 해당된다.

EU 회원국은 18개월 이내 자국 법률에 CSRD 내용을 반영하고 시행해야하며 NFRD에 해당하는 의무 공시 기업은 2024년 회계연도에 대한 정보를 2025년 1월부터 공시를 해야한다.

국내 기업의 경우 EU 소재 종속기업이 EU가 정한 대기업에 해당되는지 여부 또는 EU 역내 매출 액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특히 집행위원회가 CSRD의 표준으로 사용될 기준 ‘유럽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을 지난 7월31일 확정했다. ESRS 확정안은 2024년 1월 시행 되는 CSRD에 적용될 전망이다.

이에 국내 기업에도 광범해진 적용 기준에 따른 공시 의무가 부여되고 공급망 관리 및 데이터 확보 부담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경영 내재화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속가능한 EU배터리법’…배터리 여권 발행
EU 이사회는 지난 7월10일 배터리 생산부터 폐배터리까지 배터리의 생애주기 전반에 관한 포괄적 규제를 담은 ‘지속가능한 EU배터리법’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모든 배터리에는 2026년부터 전자형 태의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을, 2027년부터 QR code를 표시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배터리 성능, 내구성, 화학물질 구성 등재료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제조 시 발생하는 탄소량을 ‘탄소발 자국선언(Carbon Footprint Declaration)’을 통해 표시해야 한다.

‘배터리 여권’에 포함되는 정보는 해체, 수리, 재제조, 재이용 등이 작업을 위해 배터리 정보가 필요한 자에 접근이 허용되며 에코디자인과 관련된 EU 법률에서 다른 디지털 제품 여권과 상호 운용 가능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국제 표준에 근거한 배터리 여권을 통해 배터리의 생산, 소비, 폐기, 재생까지 전 주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배터리에 대한 정보 수집, 탄소발자국 인증 연계 등의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에 EU 시장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모든 기업은 배터리에 사용된 광물 원자재에 대해 OECD 가이드라인에 따르고 제3자 인증을 거친 공급망 실사 보고 의무가 부여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2021년 1월 전·후로 지자체 반 납의무 대상 배터리와 반납의무가 없는 배터리로 분류하고 있다. 지자체 반납의무 대상 배터리들은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에서 회수해 보관, 성능 평가, 매각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다시 매각된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들은 ESS 등 전력공급 시스템, 농업용 전동 고소작업차, 이륜차, PM, 독립형 태양광 및 가로등, 캠핑용 파워뱅크 등으로 재사용 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순환이용 활성화를 위해 재성원료 물량을 확보하고 민간 영역으로 확대 시 안전성 확보 및 통합관리체계 구축을 비롯해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시장 활성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핵심원자재법(CRMA) 최종안 마련 착수
EU가 광물 원자재의 역내 채굴, 가공, 재활용 확대를 위한 ‘핵심원자재법(CRMA)’ 최종안 마련에 착수했다.

유럽의회는 9월14일 CRMA 협상안이 가결돼 3자 협상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U는 12월까지 3자 협상을 마무리하고 CRMA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CRMA는 핵심 및 전략 원자재의 역내 생산 확대및 역외 국가와 원자재 협력에 의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완화하기 위한 법안이다.

EU 집행위는 2030년까지 EU 역내 핵심 원자재연간 소비량의 최소 10% 채굴, 40% 가공, 15% 재활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제3국산 전략적 원자재 의존도를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역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보조금 지원 확대, 신속 허가 조처가 포함됐다.

특히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을 개선하고 원자재 확보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EU 연간 소비량의 최소 15%를 재활용하도록 목표를 부여한다는 내용으로 전략원 자재에 니켈, 리튬, 망간, 천연흑연이 포함돼 있다.

전략원자재로 분류되면 역내 생산역량 확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대책을 비롯해 회원국 간 전략적 비축및 공동구매와 관련한 규정 적용을 받게 된다.

■‘에코디자인 규정’(안) 채택
유럽의회 환경위원회는 지난 6월14일 순환경제 확대를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안)을 채택했다.

해당 법안은 EU 집행위가 2022년 3월 제안한 것으로 제품의 수리, 재사용 및 재활용을 촉진해 상품 소비를 통한 환경적 부담을 완화하고 순환경제를 활성화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디지털제품여권을 발급해 공급망 및 생애주기를 관리하고 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제품 패스포트(Digital Product Passports)’ 도입을 통해 소비자가 제품 구매전 제품의 수리 및 재활용 방법과 제품의 환경적 영향에 대한 정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미판매 상품 폐기 금지’ 및 ‘계획된 노후화 금지’ 등의 의무를 강화한 점도 주목된다. 미판매 섬유제 품, 신발 및 가전제품의 폐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하게 폐기할 경우 폐기된 상품의 수량 및 사유를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계획된 노후화’에 따라 제조사는 제품 사용 기간 연장을 위해 주기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의무화되며 충분한 기간 동안 제품의 수리 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

■화학물질 규제 강화
우선 ‘화학물질 분류 및 포장 규정(CLP) 개정’이 시행될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새로운 위험화학물질을 분류하고 소비자 정보전달성을 강화하기 위한 ‘화학물질 분류 및 포장 규정(CLP)’ 위임법률 및 부속서 최종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발표했고 올해 7월에 EU 의사 회에서 채택됐다.

CLP 개정안은 라벨 가독성 향상 및 디지털 라벨링과 같은 문제를 명확히 하고 화학제품 온라인 판매규 정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내분비교란물질 및 기타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5가지 새로운 유해성 분류기준을 도입했다.

아울러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총 235종의 고위 험성 우려물질(Substances of Very High Concern, 이하 SVHC) 후보 목록을 지난 6월14일 발표했다.

해당 후보 목록에 등재된 물질을 생산 및 사용하는 업체들은 위험을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고객 및 최종 소비자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외에도 EU는 2006년 7월부터 RoHS를 통해 납, 수은 등 10종이 포함된 신규 전기·전자제품의 EU 역내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RoHS는 전기 전자 제품, 의 료기기, 감시 및 제어기기 등 내 특정 유해물질에 대한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한편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업계 최초로 친환경 RoHS(유해물질 제한 규정) 인증을 획득했다. 해당 인증은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마다 납, 카드뮴, 수은등 총 10개 유해물질 함량이 0.01%∼0.1% 미만이어야 받을 수 있다.

■우리 기업 대응전략
한국은 EU에서 추진 중인 배터리법, 핵심원자재법 (CRMA), 탄소중립산업법이 기업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돼서는 안 되고 역내외 기업들에게 비차별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간 정부는 산업계와 CBAM 대응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양자협의(한-EU FTA 이행채 널, 고위급 면담 등) 및 다자통상 채널(WTO 정례회의 등)을 통해 EU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EU를 방문해 EU 집행위(통상총국, 조세총국, 기후총국) 및 유럽의회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우리 수출기업에 차별적으로 적용되지 않도록 당부하며 해당 제도가 WTO, FTA 등 국제 통상규범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범부처 EU CBAM 대응 TF(통상차관보) 및 철강산업 탄소규제 국내대응 작업반(산업정책실장)등을 공식적으로 발족해 철강 등 EU 수출기업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정부와 업계가 함께 논의해왔다.

정부는 앞으로도 EU의 이행법안 제정 과정에서 산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우리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해 EU측과 협의를 지속할 예정이고 또한 올해 10월부터 발생하는 보고의무에 대비해 우리 산업계의 대응 역량을 제고할 수 있도록 설명회 및 실무자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탄소중립 이행을 기회요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철강 등 주력 산업의 저탄소 산업 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저탄소 기술개발 및 국내 탄소배출량 관련 인프라 구축 등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다양한 산업분야에 대한 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을 선별해 모니터링하고 세부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특히 환경규제의 이행이 강제적인 형태로 전환되고 있어 우리 기업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경영 전반에 환경요소를 반영해야 한다. 제품개발, 생산, 마케 팅, 영업, 공급사슬, 조직관리 전반에서 친환경이 실천돼야 한다.

특히 기업 경영목표 설정 및 전략과제 도출 시 환경 경영 요소를 반영하고 이를 시행·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무역장벽 해소를 위한 사후적 대응에 그치기보 다는 선제적으로 제품의 저탄소·친환경 혁신을 달성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공급망 내 환경 위험요소를 점검하고 필요시 대체공급망 발굴 등 공급망 재편을 검토해야 한다.

ESG 역량을 내재화하고 특히 생산, 이용, 폐기, 재사용, 재활용 등 제품별 생애주기 정보를 수집·축적할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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