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성 에너
지와공간 대표

[투데이에너지] 뜨겁던 태양도 비와 함께 식어가는 가을이 됐다. 추석을 준비하는 들판에서는 가을걷이도 시작됐다. 재생에너지를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논밭은 농업인들이 땀으로 일군 농산물이 풍성한 곳이지만 아직은 잠재력만을 보여주고 있는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영농형 태양광은 식물이 광포화점 이상의 빛은 어차피 광합성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태양광 설비이다. 일반적으로는 3~4m 정도의 높은 기둥을 군데군데 새우고 기둥 사이에 좁고 긴 경량형 패널을 얹는 구조로 돼있다. 패널 아래에는 농작물이 자라고 기둥의 높이와 간격을 충분히 둬 트랙터 같은 농기계도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태양광의 역할은 강조하지 않을 수 없고 단순히 태양광 패널만을 설치해서는 토지이용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 걸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정된 토지를 복합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토가 넓은 미국에서도 영농형 태양광은 의사 결정자들이 큰 관심을 갖는 기술이다. 미국 에너지성(Department of Energy)도 영농형 태양광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상업발전을 하는 영농형태양광 단지가 늘고 있고 메사추세츠 주는 SMART(Solar Massachusetts Renewable Target) 프로그램을 통해 영농형 태양광에 0.06$/kWh를 추가 지원하도록 했다.

뉴저지주에서는 유휴지에 최대 200MW의 영농형 태양광 실증을 허가했다. 작물재배영향 연구도 한창인데 여러 연구에서 영농형태양광 설비가 만드는 기후가 건조하거나 추울 때 작물생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특히 양배추나 컬리플라워 같은 작물은 그늘이 생장에 도움을 준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에서는 민간에서 농업인들이 주도해 영농형 태양광을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영농형 태양광 설비가 가뭄이나 서리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되고 뜨거운 여름의 열해를 막는 효과도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적인 가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오면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리나라가 영농형 태양광을 도입하는 데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과제가 있다. 첫 번째로 우리나라 농지가 현실적으로 농지소유자와 경작자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농업인 고령화로 경작자들이 새로운 기술과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아무래도 빠르기는 어렵다는 점이 있다. 세 번째는 영농형 태양광에 적합한 작물과 그렇지 않은 작물이 있는데 작물 실증과 여기에 맞는 영농기법 연구가 부족하다. 

실질적 경작자인 임차농들은 농업보다 훨씬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고 훨씬 높은 소득을 가져오는 태양광이 오히려 영농권을 위협한다고 걱정한다. 현장에서 보면 농업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얻는 태양광 사업자가 지불하는 임대료는 농산물 판매로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그러니 농업계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이 경작에는 관심이 없고 발전소득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하게돼 농지가 제 기능을 못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더욱이 경작자가 토지소유주인 경우라 하도 경작자가 고령일 가능성이 높다. 태양광 투자를 결정하고 공사를 하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경작을 하려면 분명 용기가 필요하다. 이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주저하고 있는데 무얼 심어야 할지 어떻게 키워야할지 정보도 부족하다면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망설임의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저러한 불신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제대로 영농도 잘하면서 발전도 하는 사례들을 계속 만들어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는 이런 농업인들을 위한 지원책과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의 운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영농형 태양광 단지를 만들고자 하는 지자체들의 시선도 발전소 건설에 멈추지 않고 그 이후까지 보아야 한다. 어떤 작물을 누가 키우고 있는지, 작물이 잘 자라고 있는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안을 만들어야 한다. 관점을 농업으로 돌리면 교착상태에 빠진 영농형 태양광에 새로운 출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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