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석 제주
대학교 풍력공
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해상풍력은 지난 30년간 규모의 대형화와 경제성 확보를 통해 세계 각국의 탄소 중립에 중요한 전략 산업으로 성장했다. 대량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넘어 기후 위기 시대 국가 신성장 산업화와 에너지산업 대전환을 위한 이행 수단으로써의 가치 또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1991년 세계 최초 해상풍력단지(4.95MW)가 등장한 이후 현재 수 GW에 이르는 거대 프로젝트 중심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일례로 2025년까지 순차 준공될 예정인 영국 도거뱅크(Equinor) 해상풍력은 그 규모가 3.6GW에 이르며 약 600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최근의 해상풍력단지는 초대형 집적화 형태로 개발되고 있는데 규모의 경제를 통한 LCOE 하락, 전력계통·항만시설 등의 공동 활용, O&M 등 연관 산업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크게 유리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2000년 초반에 초기 해상풍력 시장이 형성된 이후로 유럽은 강건한 공급망이 자리 잡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규모의 시장 확보와 경험 축적에 성공해 제로 보조금 해상풍력단지 시대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대형 풍력 터빈의 등장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LCOE는 단지 규모의 대형화를 통해 석탄화력발전과 대등한 수준으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유럽 해상풍력이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으로 견고한 공급망을 꼽을 수 있는데 해상풍력은 터빈 가격이 프로젝트 비용의 23%에 불과해 보조 설비(BOP), O&M 등 균형 있는 전 주기적 공급망 구축이 중요해졌다. 유럽은 공급망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해상풍력단지 규모를 확대하면 프로젝트 복잡성이 증가해 오히려 LCOE가 높아질 수 있음을 경험하기도 했다.

BloombergNEF에 따르면, 2009년에 218달러/MWh(295원/kWh)였던 세계 평균 해상풍력 LCOE가 2023년 1분기에 74달러/MWh(100원/kWh)로 하락했다. 최근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해상풍력 LCOE가 일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우리나라 해상풍력 LCOE는 약 300원/kWh(가중치 2.5 기준)으로 해상풍력 시장이 창출되던 2000년대 초반 유럽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는 시장 선도국인 영국에 비해 인건비, 물류비, 제조비 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LCOE는 3배 이상 높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연평균 100MW 수준의 협소한 국내 시장으로는 민간 주도형 견고한 공급망 형성을 뒷받침할 수 없었다는 점도 중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금 당장 공급망 구축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만 던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년간 풍력 터빈 국산화에 정부 R&D를 집중투자 했음에도 시장 점유율은 초라한 수준인데 이마저 양산 단계로 이어진 국산 제품은 거의 없다. 

충분한 실적과 경험 없이는 시장 진입이 매우 어려운 보수적인 풍력발전 산업 특성 때문에 그 책임이 오롯이 민간 기업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기술은 빠르게 추격할 수 있으나 실적과 경험의 격차는 충분한 시간과 시장 지원 없이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부분 공급망 분야에 많은 정부 R&D 지원이 있었지만 기업의 대규모 공급망 구축 투자를 유인할 만한 내수 시장의 뒷받침은 없었다.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 창출과 지원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국내 해상풍력 시장은 초기 형성 단계이기 때문에 공급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입찰 상한가격 제한 또는 해상풍력 REC 가중치 하향 조정 등으로 LCOE 하락을 유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일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강건한 공급망 구축을 통한 국내 연관 산업육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재생에너지 가격이 석탄 발전보다 비싼 희귀한 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국내 시장 규모의 확대와 신속한 해상풍력 사업추진 환경 구축을 위한 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특히 복잡한 인허가 체계 개선, 전력계통연계 지연 해소, 균형 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한 지속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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