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성중 기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해수면 상승 집중호우 지진등 급격한 지구온난화와 이에 따른 범 지구적 기상이변으로 어려움을 겪자 기상이변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세계 각국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당사국들은 2015년 파리협정 체결을 통해 출범된 신(新)기후 체계에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수립을 권고하고, 매 5년 주기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1년 5월에 탄소 중립 5대 기본방향을 담은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을공시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2018년 총배출량 대비 26.3%였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40%로 대폭 상향했다. 이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CO2)로 환산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4억3,660만 톤까지 추가 감축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적 접근과 기술적 경로는 매우 다양하다. 에너지, 건물, 수송 분야에서는 에너지효율 향상, 청정 수소 활용, 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강조되며, 산업 분야에서는 비석유계 원료대체와 공정 개선, 폐기물과 농축 수산 분야에서는 순환경제 활성화와 흡수원 확대 등이 주요하다.

이와 더불어,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기술(CCUS)의 혁신과 확대, 관련 신산업창출이 필수적이나,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와 투자 미비로 국내 CCUS 산업의 자리매김은 여전히 요원하다.

 

■탄소 자원화 실증기술 상용화

이러한 가운데 ‘한국화학연구원 탄소 자원화 플랫폼 화합물 연구단’(이하 플랫폼 연구단, 단장 이윤조)이 진행하고 있는 부생가스와 바이오매스, 유기성 폐자원 등의 미활용 또는 저활용 탄소자원으로부터 유용한 플랫폼 화합물을 생산하는 ‘탄소 자원화 실증기술’이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어 주목된다.

동 연구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CCUS 개발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2022년 5월에 출범한 국책연구단으로서,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이 주관하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성균관대학교, LG화학, GS건설, 서울대학교 등의 총 22개의 연구기관, 대학 및 기업이 참여하여 범국가적 탄소 중립 실현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단은 선행 연구를 통해 확보한 ‘화학적 전환을 통한 탄소 자원화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CO2와 부생가스, 유기성 폐기물 등으로부터 에틸렌, 탄화수소, 그린폴리머, 바이오납사, 윤활기유, 항공유 등의 유용한 플랫폼 화합물을 생산하는 탄소 자원화 ‘실증 및 상용화’ 기술 개발을 목표로 총 2단계, 5개년에 걸쳐 연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서 부생가스란 제품 생산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가스. 일반적으로는 제철소의 코크스 공정이나 코크스와 철광석을 넣고 가열하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의미하며, 수소(H2), 이산화탄소(CO2) 등이 다량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유기성 폐기물의 경우 생물로부터 유래되어 유기물이 다량 함유된 폐기물로 인간의 소비 활동으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 슬러지, 축산분뇨, 볏짚 및 보리짚과 같은 농업 부산물, 가축분뇨, 인분뇨,나무껍질, 산업폐수오니, 식품산업폐기물, 생활하수오니 등이 포함된다.

 

■부생가스· 재생에너지· 유기성 폐자원 활용 연구

플랫폼 연구단은 크게 △부생가스와 CO2 동시 활용 △재생에너지 연계 CO2 전환 △유기성 폐자원과 CO2 동시 활용등 3가지 분야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화학적, 열화학적, 전기화학적 전환기술을 바탕으로 수요기업과 연계한 현장 중심의 실증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화학연 김정훈 박사팀이 ‘고순도 CO2 분리 및 회수를 위한 막 분리-PSA 혼성공정 개발’을 통해 철강 등 다양한 산업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로부터 CO2와 수소(H2)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CO를 99% 이상의 높은 순도와 80% 이상의 높은 수율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CO 회수 규모 10,000 Nm3/hr의 상업 플랜트 설계 자료 확보를 목표로 실증 연구를 진행중에 있다.

또한 에너지연 백일현 박사팀은 ‘부생가스와 CO2를 이용한 합성가스 및 올레핀 생산 실증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으며, 실험실 규모에서 부생가스와 폐탄소자원으로부터 90% 이상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CO2 전환율을 달성함과 동시에, 이를 원료로 고부가가치의 합성가스와 올레핀을 생산하는 상용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 ‘전기화학적 CO2 전환 에틸렌 생산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오형석 박사팀은 100 kg/day급의 에틸렌 생산 설계 패키지 확보를 목표로 연구 중이다. 현재 신재생 및 전기에너지를 활용하여 가스상의 H2O와 CO2로부터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고순도 에틸렌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대면적/대용량의 고효율 분리막 개발을 완료하였으며, 이를 스택 및 모듈에 집적한 통합공정 시스템 구축과 운전기술 최적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한편 화학연 김정랑 박사팀이 수행 중인 ‘CO2 직접 수소화를 통한 액체 탄화수소 제조 Power-to-Liquid 실증 기술 개발’에서는 재생에너지 기반 H2로부터 합성 납사와 연료를 생산하는 탄소 자원화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이는 기존 간접 전환방식을 직접 전환방식의 단일 공정으로 최적화하여 높은 에너지효율 및 시설/운영비 절감을 구현한 것이다. 현재 50 kg/day급 액체 탄화수소 생산 통합공정 기술 확보를 목표로 연구가 진행 중이며,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함과 동시에 재생에너지 분야의 유동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와 함께 성균관대학교 손성욱 교수가 수행하고 있는 ‘유기성 폐자원 및 CO2 동시 활용 폴리머 플랫폼 화합물 제조기술 개발’에서는 바이오매스 기반의 폴리올과 CO2를 활용 그린 탄소 함유량이 70% 이상이면서 접착 강도가 65 gf/ 25mm에 이르는 연포장재 접착용 친환경 폴리우레탄 제조기술을 확보했다.

이는 단일 전략의 탄소 저감 기술에 비하여 CO2 활용 및 감축 효과가 현저한 것으로,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상온 공정으로 에너지효율 및 경제성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상용 접착제의 저탄소화 와 수입 대체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단장을 맡은 화학연 이윤조 박사팀의 ‘유기성 폐자원 유래 바이오가스로부터 바이오납사/윤활유 생산 통합 실증기술 개발’ 에서는 고속/고순도 바이오가스 생산기술과 고효율 플라즈마 리포밍 기술, 피셔-트롭시)(Fischer-Tropsch process; F-T공정) 기술이 동시에 개발되고 있다. 고성능 하이브리드 촉매와 콤팩트 마이크로채널 반응기를 채용한 F-T 공정에서는 73% 이상의 높은 액체 유분 선택도를 달성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100kg/day급 통합 실증 플랜트 공정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채널 반응기의 경우 F-T 발열 직접 제어기술 확보 및 집적화/모듈화를 통해 기존 대비 설비용량을 90%까지 축소할 수 있어, 그간 주로 대형 설비위주로 개발되어온 CCU 기술을 중소규모의 분산 처리시설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어 특히 유망하다.

 

■미활용 탄소 활용 고부가가치 연료로 전환

현재 연구단이 개발 및 확보한 기술들은 CCS기술을 통해 포집된 CO2 뿐만 아니라 부생가스와 유기성 폐자원, 바이오매스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탄소자원에 직접 적용이 가능한 실증기술로서, 산업 분야와 생활환경 전반에 걸쳐 발생되는 미활용 및 저활용 탄소를 고부가가치의 화학 원료와 연료로 전환할 수 있다.

더욱이 유럽연합(EU)과 미국이 2023년부터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시행하겠다고 공언한 탄소 국경조정제도(CBAM, 일명 탄소 국경세)까지 고려하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의 원료 및 생산 공정 전주기에 걸쳐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한데, 플랫폼 연구단의 탄소 자원화 기술이 이를 위한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2050년까지 항공 여객운송으로만 약 1,800메가톤의 CO2 발생이 예상되는 국제 항공시장을 감안하면, 연구단의 F-T 합성기술을 통해 생산된 지속 가능 항공유를 활용해 막대한 탄소 국경세 절감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2023년 3월 현재 항공기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3% 정도에 이르며, 최근의 항공 수요 증가를 감안 한다면 2050년에는 5%까지 증가가 예측 된다.

연구단은 ‘저탄소 산업 구조를 위한 탄소 자원화 플랫폼 화합물 생산기술 실증 및 상용화 기반 확보’를 목표로 실질적인 상용화 기술과 현장 중심의 스케일-업 기술, 전주기 통합공정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며, 2022~2024년의 1단계 연구를 통해 스케일-업 원천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025~2026년의 2단계 연구를 통해 현장 실증 및 상용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www.CUPC.kr) 

이윤조 연구단장

 

유관기관 대상 기술이전과 사업화 논의

플랫폼 이윤조 연구단장(책임연구원)은 “탄소 자원화 기술 실증 및 상용화 연구를 통해 순환경제 실현 및 지속가능한 저탄소 미래 사회 구현에 앞장서는 동시에, 탄소 중립을 위한 국책연구단의 임무와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하여 궁극적으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이바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업 수행 중에도 자체 기술설명회 개최와 국제환경에너지 산업전 참가 등을 통해 참여기업과 수요기업, 지자체, 기타 유관기관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기술이전과 사업화 논의를 이어오고 있으며, 사업이 종료되는 2027년 이후에도 다양한 산업 및 환경 분야에 걸쳐 연구단이 개발한 탄소 자원화실증기술의 현장 적용을 확대해 나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