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최근 BNEF(Bloomberg Net Energy Finance)에서는 2023년 태양광 연간 보급량이 413GW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상반기에 360GW, 9월에 392GW로 예측한 것을 고려한다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태양광 보급 속도는 기대 이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2020년 이후 가장 값싸고 가장 보급이 많이 되는 ‘주력 전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증가폭이 가파르다. 지난 2022년 태양광 기술이 개발된 지 70년 만에 처음으로 누적 설치량이 1TW를 돌파했는데 앞으로는 2년도 걸리지 않아 새로운 1TW를 보급할 기세다. 

지난달 UAE에서 개최한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증대하는 합의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향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태양광의 비중은 더욱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로서의 태양광이 강조되고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미국, 유럽, 인도 등에서는 태양광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중국 중심의 산업구조를 재편해 가치사슬별로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른바 ‘자국내 생산(Local Manufacturing)’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 중이고 대표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안(Inflation Reduction Acts, IRA)은 한국의 태양전지 기업인 한화큐셀의 미국 내 생산라인 투자를 이끌기도 했다. 

이렇게 국가별 혹은 기업별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술개발 경쟁도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다. 현재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실리콘 웨이퍼를 광흡수층으로 활용하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의 경우 최근 중국의 LONGi사에서 후면전극형 HBC (Heterojunction Back Contact) 셀을 개발해 효율 27.09%로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는 이론적으로 29%를 넘기 힘들어서 더 이상의 개발 가능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태양전지를 적층한 탠덤 태양전지이다. 

그동안 탠덤 태양전지의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소재와 공정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새롭게 개발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되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2018년 말에는 영국의 Oxford PV 그룹에서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로 최고효율인 28.0%를 보고해 30% 이상의 차세대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편 글로벌 기술 경쟁의 시작을 알렸다.

2022년 7월에는 스위스의 CSEM와 EPFL 그룹은 변환 효율 31.3%를, 2022년 12월 독일의 HZB는 효율 32.5%를 달성했다. 2023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King Abdullah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KAUST)에서 효율 33.7%의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를 발표해 세계 최고효율을 갱신했지만 바로 2023년 11월 중국의 Longi에서 효율 33.9%의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를 발표했다. 

미국의 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서 측정된 이 수치는 현재까지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실리콘 태양전지의 최고효율이다. 저가 공정을 활용하면서도 35%에 근접하는 태양전지 기술이 구현되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아주 짧은 기간에 경쟁적으로 최고효율을 높여가는 것 또한 지난 수십 년간의 태양전지 개발 역사에서 유례없는 일이라고 판단된다. 이렇게 전 세계는 글로벌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는 한편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태양광 보급과 기술개발 상황은 녹록지 않다. 4GW 이상의 태양광 시스템을 보급해 세계 TOP10 시장에 자리했던 2020년 이후 점차 태양광 보급은 감소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비율은 하향 조정되고 한국형 FIT로 알려진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제도’도 종료됐다. 

거기다 전력 안정화를 위한 출력제한도 적용돼 더욱더 태양광 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국내 보급 시장의 축소는 국내 태양광 기업의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있고 가치사슬의 붕괴까지도 우려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토가 좁고 단일 계통 망으로 인한 유연성 자원 확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주민수용성의 한계로 인한 이격 거리 등의 규제들은 태양광 보급의 제약조건이 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요소들이 연성비용(Soft Cost)의 증가로 이어져 태양광 발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태양광이 탄소중립을 위한 무탄소 전원의 확대라는 측면과 RE100이라는 무역 장벽을 넘기 위한 대안인 것을 고려하면 태양광 보급 확대와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보급을 위한 제도개선, 계통 확충과 유연성 자원 확보 등 여러 가지 추진 해야 할 사항 등이 많지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고리로 ‘초고효율 탠덤 태양전지 조기 상용화’를 제안한다.

초고효율 태양전지는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함으로써 설치 면적을 줄일 수 있다. 높은 출력은 분산 에너지 활성화의 핵심 요소인 도시일체형 태양광 시스템(City Integrated PV, CIPV)의 활용도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로벌 태양광 산업에서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유럽,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 여러 나라들이 탠덤 태양전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에 탠덤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조기에 성공할 수 있다면 중국 중심의 태양광 시장에서의 주도력을 더 높일 수 있고 우호 국가 간의 협력 체계를 구축(Friend-Shoring)할 때도 기술 보유국으로서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다. 

이미 한화큐셀은 독일 HZB와 공동으로 29.9% 효율을 가진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서울대 그룹은 고려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28.4%의 효율을 발표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는 양면 수광형 탠덤 태양전지 변환 효율 29.9%를 발표한 바 있으며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와 공동으로 진공 공정을 이용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탠덤 태양전지는 다른 나라들의 결과를 추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원천기술 확보와 함께 상용화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초고효율 탠덤 태양전지’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플래그쉽형태의 집체적인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천기술의 개발과 함께 대면적화, 모듈 내구성 확보, 소재 및 장비 국산화 등 가치사슬별 요소기술을 동시에 개발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쉽지 않은 경로이지만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결정질실리콘 태양전지 기술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플래그쉽 기술개발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대형 공동연구 인프라가 준비돼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산업부와 대전시의 지원으로 구축한 ‘태양광기업공동활용연구센터(Center for Advanced Solar PV Technology, CAST)가 바로 그것이다. 100MW급의 세계 최대 규모로 운영될 연구인프라는 탠덤 태양전지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태양광기업공동활용연구센터 내부/자료제공: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기업공동활용연구센터 내부/자료제공: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짧은 시간 동안 빠른 속도로 보급되면서 여러 가지 오류가 있었고 한계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처 지금의 태양광 발전단가는 계통한계가격(SMP)과 거의 유사하거나 더 낮아지고 있다. 

또한 기업은 RE100 이행을 위해 더 많은 태양광 보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 나아가 국내 기업이 중국 주도의 시장에서 생존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에너지 믹스라고 하더라도 태양광은 빠른 속도로 확대돼야 하고 산업적인 측면에서나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자체 생산력 확대를 위한 기술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어려운 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수록 우리의 강점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조만간 태양광 시장을 재편할 ‘초고효율 탠덤 태양전지 조기 상용화’ 를 위해 지혜와 노력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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