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PPA 거래 구조

[투데이에너지 이성철 기자] RE100을 실현하기 위해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기 사용자가 전력 공급사인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발전기업과 장기 계약을 통해 직접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PPA(전력구매계약) 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직은 발전사 중심의 전력시장 구조 속에서 PPA를 체결하는 기업들과 전력량은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이지만 핵심적인 RE100 달성 수단으로 꼽히는 PPA 관련 기업들의 현황 및 정부의 정책 변화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PPA 도입과 현황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전기사용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직접 PPA 제도(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구매계약)’를 도입해 시행에 들어갔다. 지금까지는 전기사용자가 직접 재생에너지 전기를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없어 기업들의 RE100 실현을 위한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때문에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려는 국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한전이 중계역할을 하는 제3자 PPA제도를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직접 PPA 제도 시행으로 전기사용자가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로부터 직접 재생에너지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업부는 직접거래가 허용되는 발전원을 글로벌 RE100 캠페인과 동일하게 태양에너지와 풍력, 수력, 바이오, 지열, 해양에너지로 한정하고 전기사용자 규모는 당초 1MW를 초과하는 경우로 한정하던 것을 기업들의 수요를 고려해 300kW 이상으로 확대했다.
또 발전량이 소비량보다 많아 남는 전기는 전력시장에 판매하고 반대로 부족한 전기는 전력시장 또는 한전을 통해 구입할 수 있게 했다.
특히 PPA 제도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력거래소가 부과하는 거래수수료를 3년간 면제하고 중소·중견기업은 녹색프리미엄으로 조성된 재원으로 망 이용요금을 1년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20MW)의 설비는 발전량 중 일부를 직접 PPA로, 나머지는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분할거래’도 허용했다. 
직접 PPA 시행은 폐쇄적이었던 전력판매시장을 일부 개방함으로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 대한 일정 수익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또한 다수의 전력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적정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는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대기업 중심 PPA 확산
대규모 전력 소비가 필요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력구매계약(PPA) 체결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최초 계약은 2022년 3월 SK E&S와 아모레퍼시픽 간 이뤄졌다. 
SK E&S는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로서 충남 당진 소재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향후 20년간 연 5MW 규모로 아모레퍼시픽 대전 공장에 공급키로 한 것이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LG전자가 GS그룹 산하 발전회사인 GS EPS와 손잡고 창원 'LG스마트파크'에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했다. 
특히 해당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국내 첫 비계통연계형 직접 PPA방식으로 거래키로 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GS EPS는 LG스마트파크 건물 옥상에 발전소를 설치·운영하고 LG전자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그대로 구매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발전소는 공급자와 사용자가 바로 거래하는 직접 PPA에서 더 나아가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의 송배전망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비계통연계형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차별점이다. 
이후 RE100 대응이 산업계 현안으로 급부상하면서 기업들의 계약이 이어졌다.
현대자동차는 현대건설과 2025년까지 울산공장에 태양광 재생에너지 64㎿ 규모의 PPA 계약을 체결했다. 
SK그룹도 최근 9개 계열사와 SK E&S가 전체 용량이 국내 최대 규모인 연 537GWh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19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밖에도 기아는 현대건설과 계약을 맺고 총 219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통해 연간 250GWh 전기를 조달하기로 했다. 
기아의 경우 국내 오토랜드에서 사용하는 총 전력량 가운데 약 31%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매년 전기차 EV9(배터리 용량 99.8㎾h) 250만대를 충전할 수 있는 상당한 전력량이다. 
국내 산업계의 PPA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2023년 12월 기준으로 20개 기업들이 PPA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PPA가 전력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송전망 이용료 및 수수료 지불 등으로 인한 높은 전력 이용요금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LG스마트파크 건물에 설치될 태양광 발전 조감도
LG스마트파크 건물에 설치될 태양광 발전 조감도

현재 재생에너지 공급사가 자체 송전 가능한 배전선로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는 한전으로부터 허가증을 발급받아 선로를 이용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요금은 전력 수요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자체 발전시설과 배전선로 등 기반시설 구축에 나서지 않는 이상 기존 인프라를 이용할 경우 각종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재생에너지 시장이 다소 침체되는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태양광 발전의 경우  지난 2021년 신규 설비 설치량은 4.2GW였는데 2022년 3.0GW로 감소했고 2023년 2.5GW 수준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RE100을 서둘러 실현하려는 기업들의 발빠른 움직임에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반대로 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직접 PPA 제도 시행으로 재생에너지 구매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RE100 참여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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