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칼라인 수전해 설비./투데이에너지
알칼라인 수전해 설비./투데이에너지

[투데이에너지 최인영 기자] 풍력발전의 버려지는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 얻는 그린수소 생산 실증 연구를 통해 국내 청정수소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한데 이어 최근 수전해시스템 전 과정 공정을 구축한 수소전문기업이 있다. 향후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해외 지역에서 우리나라의 앞선 기술력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힌 (주)지필로스의 수전해시스템 제조 공장을 찾아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P2G통합시스템 기술 완성

경기도 수원시 고색산업단지에 수소전문기업으로서는 2번째로 제조공장을 운영 중인 지필로스는 수전해설비 생산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올해 15MW 규모 생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사업개시를 완료하면서 올해 KGS 인증을 계획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전력과 연계한 수소생산을 P2G(Power to Gas)라고 부르는데 지필로스는 P2G통합시스템 기술 퍼즐의 완성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한 셈이다.

이곳에서는 △ALK(알칼라인) 타입 100kW~1MW △PEM(고분자전해질)타입 100kW 모듈형 수전해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현재 ALK, PEM 타입 모두를 생산하는 기업은 세계 일부 회사뿐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지필로스가 유일하다.

이용 차장이 수전해설비를 설명하고 있다./투데이에너지
이용 차장이 수전해설비를 설명하고 있다./투데이에너지

■대용량 그린수소 생산 밑거름

지필로스는 2009년 PCS(Power Conversion System)로 불리는 전력변환장치 전문기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지필로스는 P2G시스템을 개발하는 강소기업으로 2017년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제주도에서 그린수소 전환 실증 사업에 주관기업으로 참여했다.

이 사업은 풍력발전의 버려지는 잉여전력을 이용해 500kW급 수소를 생산하는 과제로 제주 상명단지 풍력발전소의 잉여전력을 수전해시스템을 거쳐 고순도 수소로 생산한 뒤 수소연료전지에 연계해 다시 전기를 생산하는 통합시스템의 설계·운영기술을 국내 최초로 실증·성공했다는 점에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제주 상명단지에 이어 2019년 나주에서 △ALK타입 1MW △PEM타입 1MW, 2020년 행원에는 △ALK타입 2MW △PEM타입 1MW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행원 풍력단지에서 생산한 순도 99.999%의 그린수소는 튜브트레일러에 저장해 약 10km 가량 떨어진 함덕그린수소충전소로 이송된다. 그린수소를 차량에 공급하는 사업 모델은 이곳 함덕그린수소충전소가 전국 최초다.

아울러 2026년 3월까지 제주에서 연간 1,000톤 이상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실증과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제에서는 △ALK △PEM △SOEC(고분자전해질) △AEM(음이온교환막) 등 현존하는 수전해 기술 모두를 활용한다.

지필로스는 이 사업에 쓰일 2MW급 수전해시스템을 이곳 수소용품 제조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3월까지 PEM, 5월까지 ALK 수전해설비의 KGS인증(KGS AH271)을 취득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향후 해외 수출을 위해 CE인증과 UL인증도 취득할 계획이며 올해 말까지 설계 검토를 완료하고 2025년 취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분자전해질 수전해설비와 수소 생산 장치./투데이에너지
고분자전해질 수전해설비와 수소 생산 장치./투데이에너지

■수전해 제조 기술력 확보

단일제품 ‘ALK Linked 100kW’는 10kW 수전해 연료전지 스택을 모듈화한 것이다.

순수 10ℓ당 1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수소 순도는 99.999% 수준으로 안정적인 효율(53.86kWh/kg)을 갖추고 있다.

수소 생산량은 100kW 기준 하루 43kg(20N㎥)으로 수소차 8.5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1MW급 ‘ALK Linked 1MW’는 하루 430kg(200N㎥)이다. 10kW Module Type 100개를 합친 것으로 스택의 확장성과 연속운전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모듈 타입(Module Type)은 기존 단일 제품과 달리 수소발생장치인 스택의 유지보수가 용이하고 수소 용량별 시스템 증설과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10kW 모듈의 개별 제어를 통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우수한 대응력을 확보할 수 있다.

■파력발전 연계 수전해 실증

지필로스는 올해 TFT(Task Force Team)와 함께 수전해 프로젝트에 한층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제주에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와 파력발전과 연계한 100kW급 PEM 수전해설비 실증에 참여한다.

이밖에 △고정식 해양그린수소(PEM, 100kW) △대청 취수장 P2G(PEM, 100kW) △여수산단 P2G(ALK 500kW) △상명 P2G 섹터 커플링(ALK 100kW) △12.5MW 그린수소(ALK 2,000kW) △연료전지 파워팩(KPX) 청정수소 발전(150kW) 등의 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이 용 지필로스 개발본부 차장

“수전해 시스템 최고 성능 달성 목표”
국내외 인증으로 해외 수출 판로 확보
제조 시설 구축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

 

“자체 기술로 개발한  100kW급 ALK·PEM수전해와 모듈형 1MW급 ALK 수전해 제품의 KGS인증을 받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는 것이 지필로스의 올 한해 목표다. 수원 공장에서 제조한 수전해설비가 상반기 안에 KGS 수소용품 인증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2021년 6월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 1호 수소전문기업에 선정된 (주)지필로스의 이용 개발본부 차장은 올해 본격 가동하는 수원공장에서의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용인사옥 제2공장을 2022년 8월 증축하면서 수소용품 생산을 위한 야심찬 계획은 큰 장벽에 부딪쳤다. 수소 발생장치인 수전해시스템의 제조사업이 가능한 곳을 수차례 물색한 결과 수원 고색동 산업단지를 임대했고 제조공장을 준공할 수 있었다”

지필로스는 당시 공장 확장에 나섰지만 수소용품 제조사업이 ‘첨단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제동에 걸렸다고 전했다. 지금 당장 수원공장을 임대하고 수십 MW 규모의 수전해시스템을 생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말했다.

“수소전문기업을 지원하는 H2KOREA(수소융합얼라이언스)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여러 차례 건의해봤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약 50억원을 투자한 제2공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첨단업종에 수소용품 제조 사업이 포함되는 것이며 이는 중소 수소전문기업에 커다란 추진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차장은 한편으로는 희망도 보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산업부가 기동대를 운영하면서 산업현장 규제·투자애로 해소에 나선 만큼 첨단업종 개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지자체 정책에 맞춰 또 다른 부지를 물색할 계획이다. 올해 3월까지 100kW급을 우선하고 이어 1MW급 인증을 목표하고 있다”

사업 측면에서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경제성 확보라고 강조했다. 그린수소 제조 단가를 낮추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전해 설비 양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필로스의 2024년 목표는 국내 TOP 수소제품 전문기업 실현이다. 세계적으로 어려운 환경이 예상되지만 미래 탄소중립 시장에 대비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올해 KGS 용품 인증을 늦어도 5월 말까지 완료하고 전력변환장치의 해외 수출대응을 위한 인증·규격화와 FC-PCS의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는 지필로스는 국내외 글로벌 공급망 확충과 매출 극대화를 통한 IPO추진 등 경영 내실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의 추진전략은 △R&D·제조 등 기술력 △생산성 향상 △품질안정화 등 소부장(소재·부품·장치) 중심 원천기술력 확보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100kW급 수전해와 모듈형 수전해 제품의 인증 획득과 성능 향상에 주력해 국내 최고의 수소전문기업으로 인정받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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