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현재 한국은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임에도 SAF 정책과 생산 부문에서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 비해 후발 주자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8월 정부가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1% 혼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국내 에서 SAF 시장은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SAF 생산 과정에서 필수인 바이오 원료 수급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폐식용유다. 국내에서 바이오 원료 확보에 경고등이 켜진 원인과 배경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편집자 주
PEF, 수익 극대화 전략 ‘바이오 원료 수출’ 집중
한국무역협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 폐식용유 수출량은 7만 6123톤이며 금액은 7400만 달러인 것으로 나타 났다. 이는 전년 수출량 3만3444톤 대비 무려 127.6% 증가한 양이다.
수출 금액도 2023년 3300백만 달러 대비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반면 지난해 폐식용유 수입 량은 9만948톤으로 전년도 6만7064톤 대비 35.6% 증가에 그쳤다.
향후 바이오 연료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 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당장 2027년 SAF 1% 혼합 의무화 방안은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사모 펀드의 에너지 업계 진출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로 VIG 파트너스가 2023년 음폐유 제조·유통 기업인 오송 바이오를 인수했다.
당시 100% 지분가치 기준 거래액은 55억원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인빅터스프라이 빗에쿼티아시아(인빅터스PEA)와 함께 음식 폐기물 처리업체인 대원그린바이오(대원플랜트)를 인수했다.
또한 동종업체를 인수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 리는 전략인 ‘볼트온’을 통해 그해 12월에는 폐식 용유와 음식물 쓰레기 기름인 음폐유, 동물성 유지를 수거·처리·제조하는 바이오연료홀딩스(바 이오퓨얼홀딩스)를 인수했다.

사모펀드 투자자금 회수 기간 평균 4년
사모펀드는 자산가와 기관 등 49인 이하 소수 출자자로부터 고액의 자금을 받아 결성한 사적 펀드라 최단기간 내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로 인해 기업을 단지 투자상품으로만 보는 특성이 내재화돼 있다. 그 결과 투자사가 자금 회수 기간을 길게 잡으면 펀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를 입증하듯 자본시장연구원이 2020년 6월 기준으로 집계한 사모펀드의 투자자금 회수 기간은 평균 4년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사모펀드에 신시장 창출이나 사회적 책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를 무시하거나 등한시할 수 없는 것이 사모펀드가 국내 바이오 원료업계의 생태 계를 교란하며 심각한 위기 상태로 몰아넣을 수있기 때문이다. 특히 SAF와 관련해 현재 국내에 서는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가 부족한 상황이 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을 목적으로 바이오 원료를 저렴한 가격에 해외로 대량 수출할 수 있다.
그럴 경우 국내에서는 고가에 바이오 원료를 대량 수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결과 국내 바이오 연료업계는 물론이고 항공업계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이러한 현실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바이오 원료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ESG 경영 확산과 탄소 중립 요구 증대로 친환경 산업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폐기물을 자원으로 재활용하며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사업은 환경 규제 강화와 맞물려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특히 바이오 원료 수요는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히 발생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 창출이 가능하다.
‘ESG 경영’ 가면 쓴 사모펀드
PEF의 바이오 원료 시장 공략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스틱 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대경오앤티다. 스틱은 2017년 도축 부산물 가공업체인 대경오앤티의 지분 70%를 약 945억원에 인수했다. 스틱은 대경오앤티의 사업 모델을 고부가가치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원료 전환인 ‘밸류업’ 전략을 추진했다.
이러한 전략은 적중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 지침(RED) 강화로 바이오 연료 수요가 급증하자 수출량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핀란드 정유사 네스테(Neste) 등 글로벌 기업을 고객 사로 확보해 수출액이 2019년 25억원에서 2022 년 587억원으로 3년 만에 23배 이상 폭증했다.
수출 확대를 위해 스틱은 ‘볼트온’ 전략을 적극 구사해 지역별 중소 회수유 업체 6곳을 인수하고 충북 음성에 대규모 렌더링 공장을 신설하는 등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그 결과 대경오앤티의 실적은 극적으로 개선돼 인수 첫해인 2017년 2316억원이던 매출이 2022년 6323억원으로 약 3배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65억원에서 817억원 으로 13배 가까이 급증했다.
스틱 경영 하에 대경오앤티의 시장 점유율은 50%까지 치솟으며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다만 이러한 성과는 결국 단기적인 투자 회수를 위한 발판이었다. 스틱은 인수 6년 만인 2023년 12월 대경오앤티 지분 전량을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TI)과 KDB산 업은행-유진PE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 가격은 약 4000억원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스틱은 투자 원금 대비 3.3배가 넘는 수익과 22.1%의 내부수익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엑시트를 달성했다. 스틱은 이를 ESG 가치와 재무 성과를 동시에 달성한 ‘더블바텀라인(DBL)’ 성공 사례로 자평했으나 업계 일각에서는 “PEF 특유의 단기 차익 실현 행태로 인해 국내 바이오 원료 시장의 장기적인 안정성이 위협받는다”며 우려했다.
PEF, 수익 극대화 전략 ‘바이오 원료 수출’ 집중
대경오앤티 사례처럼 폐식용유나 동물성 유지 등은 유럽 등지에서 바이오 연료의 원료로서 수요가 많고 고가에 거래된다. 이에 따른 수출 지향 전략은 국내 원료 수급 불안정과 가격 급등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국내 바이오 연료 보급 확대 정책에도 걸림돌로 작용하며 결국 관련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이로 인해 PEF의 시장 지배력 강화는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종국에는 국내 산업계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바이오디젤을 제조하는 공장/출처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리터당 1000원 내외이던 폐식용유 가격은 최근 1600원 대까지 급등했다. 해외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럽 환경정책 연구단체인 ‘환경과 교통’은 “일반 식용유를 폐식용유로 둔갑시켜 SAF 원료로 판매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그 결과 일반 식용유보다 폐식용유가 더 비싸지는 역전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와 바이오 연료 업계에서는 SAF 혼합 비율이 증가할수록 폐식용유 수급난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로 인해 정부 차원에서 원료 확보를 위한 실질적 정책 마련과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수출 규제 등 정책과 제도 마련 시급
정부도 폐식용유 확보를 위해 관련 법률 개정 안을 시행하거나 입법 예고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법률이 ‘폐기물 관리법 시행 규칙’,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석유사업법’ 등이다. 이러한 법률 개정안 등을 통해 폐식용유의 수집·운반·재활용 절차를 개선하고 바이오 연료의 원료로 활용을 촉진하는 정책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 확보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의 해외 유출을 억제하는 등 자국내 바이오 연료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강력한 제도와 정책을 시행 중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폐식용유 등재생 원료의 수출세 환급 13%를 전면 폐지했다.
이러한 조치로 폐식용유의 수출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1월부터 폐식 용유, 팜유 부산물 등 바이오 원료의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무역부 장관령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업자는 정부로부터 ‘수출 할당’을 받아야 한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이와 유사한 정책을 시행해 지난해 1월부터 11월 기준 폐식용유와 팜유 부산물의 수출량은 전년 대비 13.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도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의 국내 확보를 위해 수출 규제와 원료 다변화 등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SAF를 비롯해 국내 정유업계와 바이오 연료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 다. 무엇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단기 수익 극대화를 위해 국내 바이오 연료 및 원료업계를 교란시키고 침체시키는 행위에 대한 단속과 관리도 철저히 수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용어설명
SAF(Sustainable Aviation Fuel) = 지속가능 항공유
코프로세싱(Co-Processing) = 기존 석유제품 생산 공정 라인에 별도의 바이오 원료 공급 배관을 연결해 SAF와 바이오납사 등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
PEF(Private Equity Fund) = 비공개 기업투자 펀드
볼트온(Bolt-On)’ 전략 = 유사 기업을 연이어 인수합병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식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 =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고려하고 추구하는 체계, 경영 방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