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대산공장/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 대산공장/롯데케미칼 제공

[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조정과 M&A 등 빅딜의 '중대 변곡점'으로 들어섰다. 수십 년간 국가 경제와 지역 고용 창출을 이끈 석유화학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을 비롯한 가격 경쟁력 약화, 친환경 전환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정부와 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M&A 등 ‘빅딜’까지 나서고 있다.

그동안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나 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증설, 미국의 에탄 기반 저가 공세로 글로벌 공급과잉이 심화돼 국내 기업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특히 여수, 울산, 대산 등 3대 석유화학단지의 나프타 분해설비(NCC)는 공급과잉과 원가 경쟁력 저하로 구조조정·M&A 등 압박이 커진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은 충남 대산 산업단지 내 NCC 설비 통합을 본격 논의해 그간 지지부진하던 구조조정·M&A 등 빅딜에 물꼬가 트이는 양상을 보였다. 이를 통해 롯데케미칼은 첨단소재 등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할 재원을 확보하고 HD현대그룹 자회사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석유화학 밸류체인을 강화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NCC 설비/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NCC 설비/롯데케미칼 제공

양사 간 이번 논의는 범용제품 생산설비를 통폐합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스페셜티 제조에 집중하는 산업구조 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논의로 여수, 울산 등 다른 산단에서도 중복 설비 통합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이 지속되자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의 수처리 필터(워터솔루션) 사업을 최근 사모펀드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가는 1조4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신약 등 3대 신성장 사업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반면 합성고무 등 다운스트림 제품의 경쟁력 덕분에 석유화학업계 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유지 중인 금호석유화학은 연구개발 확대, 친환경 자동화 솔루션 강화, 바이오·지속가능 소재 및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 부문에서 공급 과잉과 정기보수로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으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집중하며 수익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케미칼 부문에서는 케이블 소재 등 신사업을 도모하며 기존 사업의 적자 확대에 대응 중이다. 최근에는 개발자산 매각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여천NCC 제1사업장/출처 여천NCC
여천NCC 제1사업장/출처 여천NCC

새 정부 출범 후 석화업계 재편 가속화

이재명 대통령 ‘석유화학 특별법’ 제정 추진

 

한편 새 정부 역시 구조조정·M&A 등 빅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석유화학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며 국책은행을 동원한 금융지원과 세제 감면, 규제 완화 등 다각적 대책을 마련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후속 대책’을 발표해 범용제품 설비 매각과 친환경·고부가가치 산업 전환을 적극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복 사업 통합(M&A) 시 공정거래법 예외 적용, 양도소득세 과세 이연, 전기요금 감면 등 인센티브 제공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장벽을 낮추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NCC 제품 저장 시설/출처 여천NCC
NCC 제품 저장 시설/출처 여천NCC

석유화학산업은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공장 폐쇄, 인력 감축은 곧바로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와 산업은행 등은 저리 유동성 지원, 손실 보전, 재취업 지원 등에 주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도약은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에 달려 있다. 이에 대한 선결 조건은 구조조정·M&A 등 빅딜 이행이다. 이를 언제 이행하느냐에 대한 시기 또한 중요하다. 중대 시기를 놓치고 지지부진할 경우 구조조정·M&A 등 빅딜에 대한 효과가 제한적이고 그에 따른 손실은 막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용어 설명 

NCC(Naphtha Cracking Center) =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은 납사(Naphtha)를 고온에서 분해(크래킹)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기초유분)를 생산하는 설비 또는 공정. NC(Naphtha Cracker)와 동의어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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