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에너지 수급문제와 기후변화협약 대응에 있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하에 지난 8월에 확정된 우리나라의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추진, 출발단계에서부터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계획은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추구하고 효과적인 에너지효율정책을 통해 에너지 수급문제를 완화하고 기후변화협약에 효율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7%에 이르는 우리나라는 국제자원 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어 자원의 안정적 공급이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협약에 의해 조만간 어떤 형태든 온실가스 배출감축 의무를 부여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와 같은 국기본상의 목표 달성은 우리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의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정부 예산은 대부분 세금을 통해 충당을 해야 하는데 성장 둔화로 세수 감수가 불가피하게 됐다.

국기본은 GDP가 2006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3.7% 성장한다는 가정하에 마련된 것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에 최근의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적 재앙의 그림자가 거의 느껴지지 못했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이 경제규모 확대와 함께 점차 낮아진다 하더라도 적극적인 성장정책이 뒷받침된다면 향후 20여년 동안은 적어도 연평균 3% 대의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었다. 그런데 내년도 성장률이 지금은 3%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1%대까지도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4대 강 살리기, 경인운하 등 한국형 뉴딜 프로젝트 10개를 선정해 2009년에만 45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이 45조원의 정부예산은 2009년 SOC 예산으로 책정된 23조4,000억원 중 14조8,000억원이 투입되고 나머지는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국민주택기금, 민간자본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정부가 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 투입되는 재정지출은 정부의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따라서 10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정부가 발표한 투자금액보다 현저히 많은 재정지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그 여파는 당연히 국기본 등 다른 계획으로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기본이 당장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정부가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는데 경기침체에 따른 여건변화가 이러한 우려를 현실화 할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기업과 공동으로 총 3조원을 투자해 2012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의 단기간내 달성 자체가 쉽지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투자로의 재정지출 전환으로 3조원의 예산확보가 얼마만큼 가능할지가 의문이다.

국기본 같은 국가의 중요한 계획은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향후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된다. 이는 국기본이 잘못되면 국가 경제 전체에 대단히 커다란 부작용을 초래하게 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기본이 아무리 수립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계획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급변한 국내외 여건을 반영해 가능한 신속하게 수정작업을 하는 것이 시급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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