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문회 때문에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이슈가 있다. 소위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매체들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였는데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시선이 청문회에 쏠려있다. 필자가 인터넷에 들어가서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이라는 단어를 넣었더니 엄청나게 많은 양의 페이지가 뜬다. 아마도 청문회가 끝나면 다시 중요하게 다뤄질 이슈임에는 틀림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이슈의 중심에는 아마도 지난 십 수 년간 삼성이나 LG같은 스타 기업이 배출되지 않았고 또 배출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현상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현재 누리고 있는 번영의 기조를 유지ㆍ확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들이 나타나서 글로벌 마켓에서 선전해 주어야하는데 지금 분위기는 그렇지 않으니 모두들 머리를 맞대고 문제점과 해결점을 찾으려고 열심이다.

새로운 글로벌 스타기업의 탄생은 신산업에서 기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 있다. 기존 사업 영역에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틀이 굳게 자리잡고 있어서 차라리 아직 그단계에 이르지 않은 신사업영역에서 바람직한 모델을 찾아보자는 생각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신재생에너지분야에서 글로벌 스타기업을 육성해 보자는 논의가 생기고 그 중 태양광산업이 유망한 분야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 같다.

태양광산업에서 글로벌 스타기업 탄생을 기대하는 이면에는 세계적으로 그런 예가 이미 많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First Solar, Sunpower, 중국의 Suntech, 독일의 Q-cell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그 중 First Solar社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First Solar社는 2009년도 생산량면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실리콘 태양전지가 대세인 태양광시장에서 카드뮴 텔루라이드 (CdTe) 박막태양전지로 세계 1위가 됐고 여러 가지 면에서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스타 중의 스타다. ‘왜 우리에게는 이런 기업이 없는가’라는 질문이 당연히 나오게 돼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도 이런 기업을 키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이런 기록이 나온 것이 아니다. First Solar社의 모체가 된 회사는 Harold McMaster(1916-2003) 박사가 1987년에 창업한 Solar Cells라는 회사였다. 필자가 1994년에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고 있을 때 면접을 보러 그 회사에 갔었던 인연이 있다. 그 때 들었던 얘기가 아직 생생하다. McMaster 박사는 CdTe 기술에 대한 신념이 강하고 이 기술에 대해서 만일 본인이 상용화에 실패하면 다른 누가해도 안되는 것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끝장을 보겠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회사의 외형은 아직 자동차 수리 센터 정도의 수준에 있었기 때문에 필자는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었다. 결국 그의 신념은 First Solar社로 이어져 20여년 만에 결실을 보았다.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을 찾아 보니 그는 1987년 이전에 이미 Permaglass라는 회사를 창업해 거부가 되었고 다시 모험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다섯 개 정도의 회사를 창업해 일부 실패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McMaster에게는 아마도 새로운 도전이 일종의 취미 같은 것이 아니었겠는가 생각한다. 새로운 글로벌 스타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도전을 즐기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것도 성공한 사람들이 계속 도전하고 도전을 통해서 성장하는 사회ㆍ문화적 풍토와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몇 년 안에 세계 태양광산업을 주름잡는 한국의 McMaster가 나오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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