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과 유외수익 창출은 최근 경영난에 허덕이는 주유소가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실제로 최근 시장에서는 원가절감형 주유소인 셀프주유소가 확산되고 있으며 유외사업 모델인 드라이브인 주유소도 속속 신규 오픈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들 주유소가 모두 초기 투자자본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향후 주유소 시장이 대형자본 위주로 편성될 가능성도 높게 제기된다. /편집자주

 국내 주유소는 해마다 그 수가 늘며 과당경쟁이 야기돼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전기자동차 등 자동차 산업의 빠른 전환이 이뤄지면서 업종 전환이나 폐업 여부를 두고 주유소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불가피한 시장 변화에 대비해 주유소는 저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런 움직임이 더해져 시장에 뚜렷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업계의 변화 양상을 진단해 주유소 시장의 미래 모습을 예측해 봤다.

주유소 경영난

유류수요 감소와 과당경쟁 등으로 주유소의 영업마진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마진 축소는 곧 주유소업계의 변화를 불러오는 주된 요인이 된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수는 1만3,000여개로 지난 10년간 20% 증가했다. 현재 주유소는 포화상태로 주유소간 출혈 및 과당경쟁이 불거져 휴폐업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유소의 급격한 증가와 이에 따른 판매량 저하는 수익성을 극도로 저하시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휴폐업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초기투자비가 과다하고 용도전환이 곤란한 주유소의 특성상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업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셀프주유소 확산

주유소가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방안은 비용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무엇보다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셀프주유소가 최근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 통계상으로도 셀프주유소의 숫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SK에너지의 경우 직영 셀프주유소가 지난 2007년 9개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86개로 급격히 늘어났다. GS칼텍스는 2006년 4개에서 최근까지 무려 172개, S-OIL도 2007년 3개에서 현재 35개,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안에 20개를 늘려 총 50개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갖고 셀프주유소 대세를 따르고 있다.

비용절감형 모델

셀프주유소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소비자의 주유소 구매행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3.4%가 주유소 선택시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해 가격이 저렴한 셀프주유소의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9.2%가 셀프주유소 이용 경험이 있었으며 향후 이용 의사가 있는 응답자도 77.5%로 높은 편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셀프주유소는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국은 이미 90% 이상이 셀프주유소로 운영되고 있으며 영국도 85% 이상이 셀프주유소다. 일본 역시 2008년 12%에 올라섰으며 직영주유소의 경우 셀프주유소의 비율이 45%에 이른다.

셀프주유소가 이처럼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셀프주유기 등 장비가 고가이고 소비자가 여유롭게 주유를 하려면 부지가 넓어야 하는 등 셀프주유소는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단점이 있다. 때문에 정유업계가 직영주유소를 상대로 활발하게 셀프시스템을 도입하며 최근 셀프 붐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일반 자영업자들은 셀프주유소 도입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주유소 유외사업

운영비용 절감 외에도 주유소는 유외사업을 통해 수익을 개선할 수 있다. 판매량 저하, 마진 축소 등 환경이 열악한 유류판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유외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창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주유소의 가장 보편적 유외사업은 자동차 경정비, 편의점, 세차 등이다. 이 중 세차가 가장 활성화 돼 있지만 주유소간 세차경쟁이 벌어지면서 무료세차가 확산, 수익적 측면에서는 거의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업계는 수익성이 유망한 새로운 유외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주유소의 유외사업 영위를 어렵게 만드는 다양한 법적 규제 완화를 정부에 요구해 왔다. 그러한 노력에 힘입어 최근 정부는 자동차를 탄 채로 음식을 살 수 있는 ‘드라이브인(drive-in)’ 음식점을 주유소에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다.

드라이브인 허용

지난 8월 경기도 화성시 동탄 신도시에는 SK에너지가 한국맥도날드와 제휴를 맺고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차에 탄 채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공간)’ 매장을 오픈했다. 이 매장은 셀프주유소와 맥도날드 매장이 복합된 형태로 소비자는 맥도날드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동시에 셀프주유소에서 주유를 할 수 있다.

이처럼 주유소에 패스트푸드 음식점을 도입하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 4대 정유사들은 저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점과 제휴를 맺어 이같은 유형의 주유소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초기 투자금 높아

이미 미국 등 외국에선 드라이브인 주유소가 흔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드라이브인 주유소가 활성화될 조짐이 보인다. 그러나 이또한 셀프주유소처럼 정유사가 주도하는 측면이 강하다. 유외사업은 자체 시설비용은 물론 충분한 부지가 확보돼야 하는 만큼 셀프주유소와 마찬가지로 많은 투자비용이 필요한 것이다.

운전자가 주유 외에 차량을 주차시켜 놓고 다른 용무를 본다는 점에서 대형마트 주유소도 일종의 드라이브인 주유소라고 볼 수 있다. 대형마트 주유소는 셀프 형태로 운영하며 마트 상품판매를 연계해 지역 최저가의 유류판매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엄청난 양의 유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주변 주유소들은 대형마트 주유소의 마케팅 파워에 밀려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셀프주유소와 드라이브인 주유소는 향후 국내 시장에서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이지만 자본이 많은 사업자만이 그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을 뿐 많은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주유소 시장이 갈수록 대형자본 위주로 편성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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