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고압가스 적용범위, 재검토할 때 됐다”
[시평] “고압가스 적용범위, 재검토할 때 됐다”
  • 투데이에너지
  • 승인 201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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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충근 (주)한국가스기준연구소 소장
[투데이에너지] “불화수소가 고압가스 아닌가요?” 지난 9월 구미에서 발생한 불화수소 누출사고 직후 어느 일간지 기자가 한 질문이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규칙 제2조 용어정의에 ‘불화수소’가 포함돼 있는데 왜 고압가스가 아니라고 하느냐는 것이다.

가스3법에서 규제하는 가스는 고압가스, 액화석유가스 및 도시가스다.

고압가스는 압력이 높은 가스, 액화석유가스는 액화한 석유가스, 도시가스는 도시에서 (배관을 통해) 사용하는 가스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압력이 높은 가스를 고압가스라고 하고 어떤 석유가스를 액화한 것이 액화석유가스이며 어떤 종류를 어떻게 공급하는 것이 도시가스인지 정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고압가스의 정의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령에 나온다. 앞에서도 기술한 바와 같이 ‘고압가스’란 특정의 물질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의 상태에 있는 가스를 지칭한다. 예를 들면 ‘산소는 고압가스인가 아닌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산소가 현재 어떤 상태(기체 또는 액체)이며, 압력이 얼마인가?’에 따라 고압가스인가 아닌가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고압가스를 정의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그 가스가 실제로 기체 상태인가 액체 상태인가’하는 것이다. 여기서 ‘실제로’란 그 가스가 고압가스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시점에서 ‘거짓이나 상상이 아니고 현실적으로’라는 말이다. 같은 종류의 가스라도 그것이 고압가스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시점에서 가스의 상태가 기체 상태인가 액체 상태인가에 따라서 고압가스에 해당하기도 하고 해당하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하게 용어정의를 하면서 고압가스를 규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압력이 높기 때문에 그 압력으로 인한 물리적 폭발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압력이 높기 때문에 누출되기 쉬워 독성이나 가연성 가스일 경우 2차 피해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이유에 따른 고압의 기준은 기체의 경우 1MPa, 액체의 경우 0.2MPa로 일정하다. 그러나 두 번째 이유에 따른 고압의 기준은 물질의 독성이나 가연성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가연성을 지닌 LPG는 0.2MPa이 고압의 기준이고 독성과 가연성을 동시에 지닌 액화시안화수소와 액화브롬화메탄은 0MPa이 고압의 기준이다. 후자의 가스들은 전자의 가스에 비해 누출 시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조금의 압력만 걸려도 고압가스로 정의한 것이다.

1983년 이래 이 고압가스의 정의 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의 적용범위는 변하지 않았다. 물리적 폭발위험을 고려한 고압의 기준인 1MPa은 바꿀 이유가 없다. 그러나 가스의 독성이나 가연성을 고려한 고압의 정의는 사정이 다르다. 산업의 발달에 따라 새로운 가스가 많이 등장해 액화시안화수소나 액화브롬화메탄보다 위험성이 높은 새로운 가스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고발생확률(Risk)=위험성(Hazard)×노출(Dose)’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의 목적이 ‘사고발생확률의 저감’이라면 용어정의(적용범위)는 ‘위험성 가스의 범위’이고 법령의 규제들은 ‘위험성에 대한 노출의 최소화’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컨대 가스의 위험성은 가스의 취급압력ㆍ가연성(폭굉 발생 가능성)ㆍ독성 등 위험인자를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 이들 위험인자들을 지수화하고 그 곱한 값이 일정 값 이상일 경우 고압가스의 적용범위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검토가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탱크로리 내의 불화수소가 고압가스 범위에 포함될 수도 있고 고압가스로 관리했다면 구미의 불화수소 누출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현존하는 모든 위험성 가스들을 대상으로 일제 조사를 벌일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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