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LPG가격, 셰일가스 생산 ‘덕’ 본다?

▲ 박진호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셰일가스 개발 현황

셰일가스(shale gas)는 세밀한 진흙이 수평으로 퇴적된 후 탈수돼 굳은 암석인 혈암층(Shale 층)에 존재하는 천연가스이다. 1800년대부터 셰일가스 개발이 이뤄졌으나 상업생산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아 개발이 지체됐다가 1999년 미국 Barnett 셰일지구에서 수평시추(horizontal drilling)와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공법을 복합 적용하면서 상업생산이 가능해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셰일가스 매장량은 약 1,500억톤으로 전 세계가 60년간 사용 가능한 규모로 알려졌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5년 가스가 석탄을 제치고 석유에 이어 2위의 에너지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증가로 2020년부터 천연가스 순수출국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중동·러시아 중심의 국제가스 공급구조가 재편될 전망이다.

현재 셰일가스 개발은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중국, 유럽도 개발 움직임은 있으나 수자원 및 기술력 부족, 환경규제 등으로 2020년 이후에나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본, 중국 등 동북아 국가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가스 도입과 개발 기술력 확보를 위해 해외 자산매입, 기업인수 등을 적극 추진 중이다.

주요 셰일가스 개발 국가의 개발 동향을 살펴보면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의 진원지로 정부의 적극적 의지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셰일가스 생산량의 91%를 생산하고 있다.

2008년 MMBtu당 8.7달러 수준이었던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2012년 3월 2달러 초반 대까지 급락했으며 이에 따라 도매전력 가격은 같은 기간 동안 55%까지 하락했다. 저렴한 셰일가스 공급확대로 가스발전은 2008년 21% 수준에서 2013년 30% 수준까지 증가했고 석유화학·철강산업의 원가경쟁력이 제고되고 있다.

▲ Eagle ford shale plays
캐나다는 아직 상업적 생산은 미미하나 대미 수출 급감에 따른 신규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LNG 수출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 중이다. 2008년 6,400만톤 규모이던 캐나다 대미 순수출은 미국 셰일가스 개발 확대로 2011년 4,500만톤 규모로 줄어들었다.

중국은 최대 셰일가스 매장국으로 2012년 3월 셰일가스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기술력 확보를 위해 미 기업인수, 자산매입에 공격적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높은 동북아 가스 가격을 개선하고 수입선 다원화를 위해 미국 셰일가스 확보에 적극적이다.

일본은 자국 내 도입을 위해 미국 LNG 수출프로젝트에 대한 액화설비 사용권 확보를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현재 일본은 미국 Freeport, Cove point, Cameron LNG 수출프로젝트에서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러시아 및 중동은 자원시장 주도권 재편 등을 경계해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격적인 개발 움직임은 없다. 다만 사우디아리비아는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적이며 개발을 위해 미 자원개발서비스 전문회사에 개발 타당성 용역을 진행 중이다.

유럽은 강력한 환경규제 및 인프라 부족 등 개발에 장애요인이 상당 부분 존재하나 폴란드, 독일 등을 중심으로 개발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은 특정 국가에 대한 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아 대체 에너지원으로서 셰일가스 개발 필요성은 대두되고 있다. 2011년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량의 30%를 러시아에서, 20%를 노르웨이에서, 13%를 알제리에서 조달했다.

우리나라는 한국가스공사가 미국 Cheniere사의 Sabine Pass 프로젝트에서 2017년부터 20년간 매년 350만톤의 LNG를 장기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캐나다 LNG 프로젝트인 LNG Canada 개발·운영에 20%의 지분에 참여, 이 프로젝트에서 2020년 이후 국내로 수입할 물량을 확보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천연가스 황금기 도래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산업계, 학계, 연구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민관 합동의 셰일가스 TF팀 회의를 개최하는 등 셰일가스 개발에 준비하고 있다.


▲LPG시장 변화 전망

2008년 이후 미국에서는 NGL(Natural Gas Liquids) 생산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NGL은 천연가스를 생산하기 위한 처리 과정 중에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NGL은 에탄(ethan), 프로판(propane), N-부탄(n-butane), ISO부탄(isobutane), 펜탄(pentane)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NGL 생산증가는 대부분 셰일가스의 급격한 생산 확대로 야기됐다. NGL중 가장 가벼운 성질을 가진 에탄, 프로판은 20 08~2012년 사이 NGL 공급증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NGL은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된다. NGL 성분 중 가장 가벼운 에탄은 에틸렌을 생산하기 위한 석유화학 공급원료(feedstock)로 사용된다. 에틸렌은 플라스틱, 포장재 등을 만들기 위한 원료다. 프로판은 NGL중 가장 쓰임새가 많은 원료이다. 프로판은 가정 난방용, 수송용, 프로필렌(propylene) 및 에틸렌(ethylene) 생산을 위한 석유화학 공급원료로 사용된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프로판 생산량의 절반 정도가 석유화학 공급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부탄은 상대적으로 생산량은 적으며 대부분 정제용이나 화학 공급원료로 사용된다.

셰일가스 개발 확대로 NGL 생산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LPG(프로판·부탄)의 생산량도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LPG 생산은 2008년 이후로 매년 18%(약 770만톤)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프로판 연 수출 물량은 2008년 60만톤 수준에서 2011년 300만 톤 규모로 증가했고 2012년에는 450만톤까지 증가했다. 미국은 2012년 프로판 순수출국으로 전환됐으며 수출물량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석유화학기업들은 에탄(Ethane) 위주의 공정으로 전환함에 따라 미국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천연가스 수출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으나 LPG(프로판)는 상대적으로 석유화학산업용 수요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산업계는 보고 있다. 따라서 잉여물량 증가가 수출물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Carmeron LNG terminal
향후 LPG 수출의 규모 및 지역은 수출 인프라, 수송환경 및 가격책정 정책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LPG 수출은 수출터미널을 소유하고 있는 Enterprise사와 Targa사가 담당하고 있다. Enterprise사는 2012년 중 휴스턴 수출터미널 규모를 2배로 확장할 예정이며 Targa사도 Galena Park의 수출터미널 확장을 2013년 3/4분기 이내에 완료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수출 인프라 확충은 미국의 LPG 수출능력을 증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부분의 미국산 LPG는 중남미로 수출되지만 2015년 파나마운하의 확장공사가 완료되면 미국 걸프만지역에 있는 수출기지에서 동북아시아 국가들까지 물류비용을 감소할 수 있어 LPG 수출지역 다변화 가능성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산 LPG 생산증가로 중남미 국가로 미국의 LPG 수출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경우에는 중남미로 수출하던 중동 및 서아프리카지역 LPG 수출물량이 아시아지역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수에즈 운하 동부시장의 LPG 수급 및 가격 안정에 이바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저렴한 미국산 프로판으로 인해 아시아지역 국가의 중동의존도는 낮아지고 있다. 2011년 이후 미국 프로판 가격은 사우디 아람코사 CP(Contract Price)와 비교해서 경쟁 우위에 있다. 2013년 1월 기준 미국산 프로판가격은 톤당 435달러지만 사우디 CP는 톤당 955달러로 520달러 가격차이가 났다.

일본의 미국산 프로판 수입 물량은 2011년 4만2,000톤에서 2012년 41만6,000톤으로 약 10배 정도 증가했다. 일본 Astomos Energy사는 2008년부터 15~20만톤의 미국산 LPG를 수입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53만톤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일본 수입사인 Eneos Globe사도 2014년부터 연간 20만톤 규모의 프로판을 미국 Mont Belvieu가격연동 조건으로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 E1과 SK가스도 2014년부터 미국산 프로판 수입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증가는 국제LPG시장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지역으로 직접 수출되는 미국 LPG 물량이 증가하는 경우에는 아시아 국가들의 중동의존도가 낮아지게 돼 기존 LPG 수입처인 중동국가들과의 협상력이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LPG 수요의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입물량 대부분을 중동지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에 국내 LPG 가격은 CP에 의해 결정되는 양상을 나타낸다. 산업계는 미국 LPG를 CP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입해 국내 LPG가격을 안정시키는 직접효과보다는 미국 LPG 수출에 따른 국제 LPG수급상황 개선에 의한 간접적인 가격하락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진호 부연구위원
에너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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