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온저장탱크업계 ‘新’아이템을 찾아라

한때 초저온저장탱크는 액화천연가스(LNG), 압축천연가스(CNG)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수요가 큰폭으로 확대됐다.

또 산업용가스(산소, 질소, 아르곤, 수소, 에틸렌)업체들의 생산물량 확대에 따라 초저온저장탱크시장이 뜨거웠지만 업체들의 과다경쟁과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현재는 암울한 상태다. 각 업체들은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등 불황타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내 초저온저장탱크시장의 시장현황, 향후 발전방향, 불황타계 방법 등을 살펴보고 국내 초저온저장탱크시장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 초저온탱크 표면작업 모습
△산업용가스·LNG 최대 수요처

초저온저장탱크분야는 크게 산업용가스업계와 LNG업계로 양분돼 있다.

먼저 산업용가스의 경우 산소, 질소, 아르곤, 수소, 에틸렌 등이 초저온저장탱크 및 탱크로리를 통해 액체상태로 운송·저장되고 있으며 LNG 또한 극저온 상태로 운송·저장되기 때문에 초저온저장탱크와 탱크로리가 필수적이다.

국내 산업용가스를 중심으로 국내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대성산업가스, 프렉스에어코리아, 린데코리아, 에어리퀴드코리아 등 5사, 수소제조기업과 탄산업계도 산업용가스관련 초저온저장탱크시장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수요처다.

이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초저온저장탱크 및 탱크로리시장 또한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시장성장이 예견된다. 산업용가스시장이 커지고 물량이 늘어날수록 저장탱크와 탱크로리의 수요도 확대된다.

LNG도 산업용가스를 넘어 초저온저장탱크 및 탱크로리의 최대 수요처로 급부상했다.

LNG는 지난 1986년 최초로 국내에 도입된 이래 지속적인 수요확대가 이뤄지고 있어 LPG 위주였던 국내 가스산업이 최근 들어 무공해 이미지를 등에 업고 정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LNG로 대체돼 초저온저장탱크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선·철강분야 성장에 따라 ‘명암’

초저온저장탱크시장 전망은 현재 어둡다. 동종 업체가 난립한데다 시장의 상황도 썩 밝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선업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게 큰 이유로 꼽힌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올해 성장목표치를 낮춰 잡거나 목표를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초저온저장탱크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는 조선업의 경기상황이다. 그러나 지금은 조선업이 풀죽어 있는 상태다. 물량이 늘어날만한 산업이 여의치 않으니 시장전망이 좋을리 없다. 초저온탱크업계가 조선업에 거는 기대에 비하면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조선소가 몰려있는 부산지역에서는 최근 1~2년간 단 한 척도 수주를 못한 중·소 조선업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회복세를 보이려면 2년 정도 걸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초저온탱크 업계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업체난립, 출혈경쟁 부추겨

동종업체의 난립도 시장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한때 몇 개 업체에 불과했던 초저온탱크 제조업체는 현재 10여개 업체를 헤아리고 있다. 수입유통업체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업체가 서로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시장의 파이는 그대로이거나 약간 커졌을 뿐인데 업체는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니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초저온저장탱크는 기술의 평준화가 이뤄져 있다. 업체간 기술력 차이가 크지 않기에 수요자들은 가격과 납기를 기준으로 구매를 해오고 있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20여년 이상 같은 기술로 생산이 이뤄져온 터라 업체간 기술력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모든 업체들의 기술력이 같은 것은 아니다. 초저온탱크는 용량이 클수록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수익성 향상을 위해 대용량 초저온탱크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업체들이 대용량 초저온탱크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업계의 관계자에 의하면 공장 규모가 작아 용량이 큰 탱크를 생산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크기가 클수록 그에 따른 제조기술을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공기술이다. 초저온저장탱크는 안전과 함께 단열성능이 높아야 한다. 이 중 단열성능을 판단하는 기준은 진공력에 있다. 현재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초저온탱크의 진공 성능에서 업체별 차이는 없는 편이다. 다만 진공공정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가 중요하다. 보통 2주 이상 걸리는 진공화 소요시간을 앞당길수록 기업의 생산성은 향상되기 마련이다. 이는 저가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상쇄할 수 있어 해당기업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됨을 의미한다.


▲ 초저온탱크 진공화 작업 모습
△원자재가격 인상도 ‘부담’

현재 초저온탱크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로 너도나도 ‘저가경쟁’을 손꼽고 있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장이 마련돼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때문에 서로 제살 깎아먹기식의 출혈경쟁이 끊이질 않는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원자재값 상승은 수익성 악화에 부채질을 하는 꼴이다.

품질보다 가격우선 구매가 이뤄지는 탓에 원가상승분을 최종가격에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가 수익성 악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초저온탱크업계에서는 경영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쟁에서 밀리는 업체는 자연스레 사라지거나 다른 업체에 흡수될 것이라는 견해다. 보는 이에 따라 편차가 있긴 하지만 초저온탱크 시장규모는 500~800억원 사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이정도 규모의 시장에 10여개 업체가 난립하고 있으니 도태되는 기업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 무리는 아니다. 특히 시장전망 자체가 불투명한데다 조선업은 침체에서 헤어나올 기미가 없으니 초저온탱크업체들 입장에서는 하위 몇 개 업체가 한두 해 안에 사라질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많은 업체들이 사업다각화를 통해 매출극대화를 노리고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하위업체들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양한 사업 및 해외시장 ‘눈길’

이처럼 불황이 지속되다 보니 최근 초저온탱크 업계는 수익성 악화가 이어져 대부분의 업체들이 초저온탱크만으론 회사운영이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초저온탱크업체들이 다각적인 사업전개를 모색하고 있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많은 업체들이 초저온탱크뿐만 아니라 LNG, 탱크로리, 고압가스탱크 등 저장탱크 관련 사업품목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이미 플랜트 및 기타 발전설비분야의 성장세에 힘입어 사세를 넓혀가고 있으며 초저온탱크는 기본 명맥만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초저온탱크 제조업체들은 국내시장의 협소함과 마진율 하락에 따라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일부 업체들은 동남아 및 일본에서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한 업체의 경우 올해 전체매출 목표의 1/3을 해외수출에서 잡고 있다. 국내시장이 급반등하지 않는 이상 해외로의 러시는 앞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세계적 관심사는 에너지다. 따라서 ‘에너지를 담을 용기’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저온탱크 외에도 기타 다양한 용도의 저장탱크들이 필요해 질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시장에 불어닥칠 변화의 바람은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 시장의 분위기는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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