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전력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용량을 한국전력이 의무적으로 확보토록 하고, 발전시장 규제를 완화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전력대란을 막으려면 발전설비투자부문에 대한 개선이 진행돼야 한다.”

최근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력산업의 자원 적정성 달성을 위한 발전설비 투자제도의 개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이수일 연구위원이 제기한 전력부문 투자제도의 문제점 및 발전시장에 대한 진입규제 완화, 용량확보의무 등에 대해 살펴봤다. / 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발전설비투자가 계획·집행되는 반면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우선 전기요금에 대한 낙관적 전망 등으로 장기 전력수요가 과소하게 추정되면서 발전설비투자가 과소하게 계획되는 점과 송전망 투자계획과 발전설비계획의 조율 부재로 인해 발전설비의 지역편중과 비효율적이고 불안정한 송전망 초래다.

또한 미래 불확실 요인에 대한 판단이 소수 계획수립주체에 집중되면서 사후적으로 전원구성이 왜곡될 개연성과 계획된 발전설비투자를 강제, 유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기제의 부재로 인해 이미 계획된 발전설비투자마저 상당수가 미이행되고 있는 점이다.

전원별 경제성·환경성에 영향을 미치는 미래 불확실 요인들이 전원별로 매우 차별적이므로 석탄발전과 LNG발전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추진하도록 진입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전원구성의 왜곡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전력판매사업자(한국전력공사)에게 고객의 미래 전력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발전용량을 사전에 확보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용량확보의무제도를 도입, 사업자 간 계약방식을 통해 발전설비투자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전력산업의 자원 적정성(resource adequacy)은 사회적으로 최적 수준에서 전력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자원을 가능한 한 적은 비용을 들여 구축할 때에 달성된다.

전력산업 내 자원은 공급 측 자원과 수요 측 자원으로 대별되며 공급 측 자원으로는 발전설비와 송전설비, 수요 측 자원으로는 수요반응과 에너지이용효율 향상 등이 있다.

공급 측면에서 자원 적정성은 발전설비, 송전망의 안정적 구축 외에 발전비용 최소화를 위한 적정 전원구성, 발전설비의 효율적 운영, 발전설비와 송전망의 효율적 배치도 포괄해야 한다.

9·15 정전 등 최근 상황은 우리나라가 전력산업의 자원 적정성 달성에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2001~2012년 최대전력은 연평균 5.3%로 증가한 반면 발전설비용량의 연평균 증가율은 4.7%에 그쳐 최근 공급예비율이 5%대로 감소했다.

2000년대 연료가격 급등, LNG 등 일반발전기 중심의 전원개발과 더불어 발전설비 부족으로 일반발전기 발전비중이 증가하면서 도매시장 정산단가가 급증하고 있다.

△효과적 제도 부재

우리나라에서는 용량요금제도가 설비투자를 유도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필요 발전설비용량을 유도할 수 있는 용량가격 산정이 매우 어려우며 현실적으로도 우리나라에서는 용량요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준용량가격이 2001년에 산정된 이후 아무런 변화없이 현재에도 적용되고 있어 용량요금제도가 발전설비투자를 유도하는 수단으로는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발전시장에 대한 진입규제 완화

우리나라에서 전원구성과 그 달성방식은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대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2010년 에너지수입액이 GDP의 12.1%에 달하는 가운데 총에너지소비량에서 발전연료소비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후반 50%에 근접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 이래 세계에서 7번째로 CO₂를 많이 배출하고 1인당 CO₂ 배출량 증가율(1990~2011년)도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전환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10년 38.0%에 달한다.

이에 반해 전원별 경제성·환경성에 영향을 미치는 미래 불확실 요인들은 전원별로 성격이 매우 차별적이다.

경제성·환경성 측면에서 원자력발전, 신재생에너지의 유불리를 둘러싼 불확실 요인들은 상당 부분 정부정책의 내용 및 추진방식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원전 관련 제반 정책경비, 사고위험 대응비용, 노후 원전 폐지비용, 폐기물 처리비용 등의 적정 반영 여부,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의 상용화 가능성 및 시기 등은 경제성·환경성 측면에서 원자력발전의 상대적 우월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상당 기간 정부 주도의 보급·확대 정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석탄발전·LNG발전의 상대적 우월성은 대부분 일국의 정부가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시장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국제원유가격 변동성, 셰일가스 전망, CCS의 상용화 가능성/시기, 배출권가격 전망 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미래의 불확실한 시장요인들에 대한 소수 계획수립 주체의 판단 또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석탄발전과 LNG발전의 상대적 비중이 정해지는 방식은 사후적으로 상당한 비효율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에 미래 불확실 요인들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신재생에너지의 정책자원과 석탄발전·LNG발전의 시장자원을 구분, 시장자원에 대해서는 진입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전력수요 전망과 신뢰도 기준에 따라 미래 설비예비율이 계획되면 정부정책에 따라 정책자원의 비중을 수급계획에 반영하고 시장자원에 대한 투자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판단에 따라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정부는 사업자가 직면하는 불확실 요인들의 최소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진입규제 완화와 이의 보완으로 사업자 건설의향에 대한 현행 평가제를 등급제로 전환, 각 사업에 대해 사업진척·추진 여건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고 등급별 설비예비율을 산정·공개해 수급 전망에 대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해야 한다.

△용량확보의무제도 도입

장기 전력수요의 과소 추정과 더불어 계획된 발전설비투자의 장기간 지연, 사업 취소는 최근 발전설비 부족 현상을 초래한 주된 요인이며 우리나라에는 계획된 발전설비투자를 강제하거나 유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수단이 부재해 발전설비계획의 이행에 큰 어려움이 있다.

이행력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대안으로는 현행 수급계획 또는 허가체계 내에서 규제적 요소를 강화하는 방안과 사업자 간 계약방식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수급계획 내의 규제 강화 방안으로는 현행 수급계획을 구속적 행정계획으로 변경, 공정 지연 시 사업 취소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과 이행담보공탁금제도를 도입, 공정 지연시 공탁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허가체계 내의 규제 강화 방안으로는 지자체/의회 동의서 요구 등 허가요건을 강화하고 준비기간을 주 공정단위로 구분, 주요 공정이 1년 이상 지연 시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업허가 취소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사업자 간 계약방식을 활용해 이행 강제력을 확보하는 방안으로는 현행 용량요금제도를 용량확보의무제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용량요금제도는 발전설비투자의 이행을 강제하는 수단은 아니며 적정 용량요금 산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발전설비투자를 유도하는 기제로서도 역할하지 못하고 있다.

용량확보의무제도는 판매사업자에게 고객의 미래 전력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한 용량과 행정적으로 정해진 예비율에 상당하는 발전용량을 확보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판매사업자는 필요한 발전용량을 직접 발전소 건설, 발전사업자와의 쌍무계약 또는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중앙집중적인 용량시장(Centralized Capacity Market)을 통해 확보가 가능하다.

용량확보의무제도 전환으로 발전사업자는 기존의 용량요금 대신에 판매사업자와의 쌍무계약 또는 용량시장을 통해 발전설비용량의 제공에 대한 보상을 수령한다.

현행 수급계획 또는 허가체계 내의 규제 강화 방안은 상당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용량확보의무제도의 도입을 통해 발전설비투자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규제 강화 방안은 공정계획 수립의 왜곡, 과다한 행정비용, 예외 인정에 따른 재량권 남발과 로비에 취약해질 위험이 상존하며 장기 정책목표인 전력시장 자유화와도 배치된다.

공정 지연에 따른 사업허가 취소 또는 과징금 부과의 가능성은 불확실성 속에 공정계획을 수립하는 발전사업자에게 공정계획을 늦추려는 유인을 제공하게 된다.

주 공정마다 규제기관이 서류심사 또는 현장감독 등을 통해 공정의 지연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 과다한 행정비용이 유발된다.

반면 용량확보의무제도는 판매사업자에게 발전사업자와의 계약을 통해 필요한 발전용량을 확보하도록 하므로 수급계획 또는 허가체계 내의 규제 강화 방안이 지니는 문제를 유발하지 않고 발전사업자의 투자 불이행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소한다.

중앙집중적인 용량시장 운영은 상품 표준화에 따른 거래비용 절감, 발전사업자의 시장력 행사 억제 등의 장점을 지니므로 판매독점 상태에서도 계통운영자가 중앙집중적인 용량시장을 운영, 경매를 통해 필요 발전용량을 조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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