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현존 최고 성능의 전기차(EV)를 생산하고 있는 테슬라(Tesla). 혁신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선보인 천재적인 CEO, 엘론 머스크(Elon Musk).

지난해 6월,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사의 EV관련 모든 특허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것. 테슬라가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모델S’ EV는 1회 충전에 42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최대 속도는 190km/h에 달하고 변속기 없이 모터와 운행부로 설계돼 416마력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 96km/h까지 도달하는데 4.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고의 EV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성능을 보유할 수 있는 기반은 테슬라의 고유기술이다. 배터리, 전기구동 장치와 관련해 테슬라는 200여개의 특허를 갖고 있다. 이것을 ‘공짜’로 개방한다는 선언이다.

특허공개, 즉 오픈소스(Open source)를 선언한 며칠 후 또 하나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EV시장 80% 점유율을 차지하는 닛산, BMW, 테슬라가 충전분야에서 공동 협력키로 했다는 것. 이른바 전기차 ‘빅3’ 업체간의 협력은 사실상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배경과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테슬라의 ‘Open source’ 어떻게 봐야 하나

아무리 혁신적인 상품이 등장하더라도 관련시장이 커져야만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시장 플레이어(Player)가 많아질수록 다양한 분야의 틈새시장이 활성화되고 생태계는 풍성해진다. 잘 짜여진 생태계는 새로운 수요를 일으키고 구입층을 넓혀 결국 시장성장이라는 선순환의 연결구조를 완성시킨다.

테슬라의 결정은 EV시장의 ‘극약처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많은 완성차업체는 여전히 EV와 관련해 저울질을 그치지 않고 있다. 소수의 시장 참여업체로는 빠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는 자사의 EV관련 특허를 전격 공개함으로써 기존 완성차업체는 물론 차를 만들어 보지 않은 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것이다.

이러한 테슬라의 희망에 화답을 보인 기업은 컴퓨터 부품 전문 제조업체인 ‘폭스콘(Foxconn)’이다. 이 기업은 애플의 외주생산업체로 유명하다. 자동차관련 사업과는 일면식도 없는 회사다.

IT 디바이스 생산업체가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인데 테슬라의 특허공개 후 2주만의 결정으로 특허공개 파워를 가늠할 수 있는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차를 디자인하고 양산체계를 갖출 수 있는 자본력만 보유하면 누구든지 EV시장 플레이어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데 사용되는 비용과 기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대차의 자료에 따르면 신형 제네시스 개발비용은 총 5,000억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흔히 신형 모델이 나오기까지 기간도 4~5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실로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함에도 테슬라는 200여개가 넘는 특허를 왜 개방했을까? 천문학적인 비용은 물론 오랜 개발기간의 수고스러움을 알면서도 개방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배경을 짐작하려면 테슬라의 또 다른 움직임도 고려해야 한다. 충전운영방식이다.

테슬라는 EV 충전에서도 최고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콤보(Combo)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자사의 독특한 기술표준을 이뤘다. ‘슈퍼차저(Supercharger)’가 그것이다. 테슬라 충전 인프라인 슈퍼차저는 80% 충전에 40분, 100% 충전에 75분이 소요된다. 급속충전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빠져나올 수 없는 치명적인 혜택이 있다. 테슬라 고객이면 평생 슈퍼차저 이용을 무료로 보장한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특허공개 시 충전방식도 함께 오픈했다. 현존 가장 우수한 충전방식이 개방됨에 따라 타 EV 생산업체나 충전사업자 등이 테슬라의 슈퍼차저와 같은 충전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테슬라는 자사 고객뿐만 아니라 타사 EV 고객에게도 슈퍼차저 이용을 개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면서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첫째, 타 메이커에서 만든 EV가 슈퍼차저 충전망을 사용하려면 테슬라와 같은 비용구조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해 충전비용을 차의 판매가격에 포함시켜 차량보유기간 내 고객의 무료충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슈퍼차저 충전망을 이용하는 완성차 메이커는 자사 생산 차량이 충전망을 이용한 비율에 근거해 충전망 확장 및 유지에 관련된 자본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으로 충전망 구축비용을 완성차메이커에게 부과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제 테슬라의 ‘오픈 전략’의 맥을 짚어볼 수 있다. 두 가지로 추정된다. EV 특허공개는 개발비와 배터리팩 등의 가격을 하락시켜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지금보다 많은 EV시장 참여자를 확산시킴으로써 전기차 가격하락을 유도하고 판매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다시 원가하락으로 이어져 EV시장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다. EV관련 기술, 충전, 브랜드 이미지 등 모든 면에서 시장 선두에 있는 테슬라로서는 해볼 만한 계산인 것이다. 물론 이 자체로는 불안하다. 생태계 활성화의 열매가 고스란히 테슬라에게로만 귀결될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슈퍼차저 이용을 함께 오픈하고 충전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는 표준 충전망을 이용할 수 있는 EV를 구매하면 충전이 무료라는 사실은 소비자에게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다. 고객들은 거주구역에서 가장 접근성이 높고 가장 숫자가 많은 ‘공짜’ 충전소를 이용하기 위해 완성차업체에게 요구를 할 것이다.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를 내 놓던가 아니면 전기차 장사를 접어라”고 할 만하다.

「EV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는 특허를 공개한다. EV 차량이 많아진다. 슈퍼차저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충한다. 자사 고객이든 타사 고객이든 무료로 충전망을 이용할 수 있다. 그들이 구입한 차량 가격에는 이미 테슬라의 수익이 반영돼 있다.」

이정도면 명확해진다. 테슬라는 ‘표준과 인프라’를 선점해 충전망사업을 하고자 함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인 EV 강자 테슬라!

테슬라는 2015년까지 미국 영토 98%에 슈퍼차저를 구축할 계획이다. 핵심 지역의 충전소간 거리는 100~160km 가량을 유지한다는 것. 언급했듯 선제적인 충전소 건설을 통해 ‘충전망사업’을 비즈니스 모델로 가져 가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한 기업이 모든 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대규모 투자가 따라야 하며 선 인프라건설에 따른 위험요인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특허공개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최대 EV 판매업체인 닛산과 BMW와의 충전분야 협력방침을 알렸다. 테슬라·닛산·BMW, 이른바 EV ‘빅3’가 협력을 전제로 협의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클 수밖에 없다. 이들 3개사의 EV 점유율은 전체시장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다.

그러나 기업의 합종연횡은 언제든 자사이익의 부합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불안한 요소를 지닌다. 실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7월, BMW는 급속충전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로버트 보쉬’와 협력해 소형급속충전기를 개발했다. 이 충전기는 자사 ‘BMW i3’와 GM, 포드, 폴크스바겐, 다임러 등 타사 EV 차량에도 충전이 가능하다.

향후 테슬라의 움직임을 예측하고자 한다면 다음 두 가지 사례에서 분명해진다. EV 차량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

테슬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2차전지 공장인 기가 팩토리(Giga factory)를 건설키로 했다. 내년부터 시작해 2017년 완성되면 연간 50만대의 EV에 들어갈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테슬라의 EV뿐만 아니라 타 EV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총 50억달러를 투자키로 하고 일본 파나소닉과 전략적 파트너쉽을 구축했다. 파나소닉은 공장건설 총 투자금액의 20%, 10억달러를 투자한다.

한편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를 유치하기 위해 미국의 많은 주가 인센티브를 내걸고 협의를 진행한 결과 지난 4일 최종 네바다주로 입지가 결정됐다.

또 한가지, 테슬라는 배터리 생산과 함께 떠오르는 시장을 주목했다. 바로 중국시장이다. 테슬라는 지난 4월 중국 진출에 이어 빠른 시간 중국 내 전기차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당시 “EV 생산공장과 함께 베이징과 상하이에 무료로 충전할 수 있는 ‘슈퍼차저’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선언이 최근 속도가 붙고 있다. 테슬라는 중국 제2의 이동통신사업자인 ‘차이나 유니콤’과 제휴를 맺고 120개 도시에 400개의 충전소 건설계획을 공식 언급했다. 유니콤이 건설부지를 제공하고 테슬라가 충전소설비를 담당하는 구조다.

테슬라가 중국으로 시선을 돌린 것은 결국 중국이 보유한 엄청난 잠재 소비시장 때문이다. 또 최근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 중국정부의 EV 지원정책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독특하고 특화된 경쟁력을 선보인 테슬라! 테슬라가 이제 덩치를 키운다. 선제적인 충전소 확충으로 ‘충전망사업’을 염두해 두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건설도 첫 발을 내딛었다. 가장 급속히 커가는 중국시장에도 몸을 담궜다. 항상 새로운 전략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테슬라가 이제 본격적인 몸짓불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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