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석유공사 대강당에서 열린 ‘2014 하반기 석유산업 세미나’에서 김연규 한양대 교수가 ‘동북아 에너지시장의 변화’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이주영 기자] 중동과 북아프리카지역의 정치적 불안으로 촉발된 원유부족 현상이 미국의 타이트오일 생산증가로 이어져 미국이 전세계적인 원유강국으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김연규 한양대학교 에너지거버넌스 교수는 25일 한국석유공사 대강당에서 열린 ‘2014 하반기 석유산업 세미나’에서 “2014년 현재 미국의 셰일혁명은 셰일가스에서 타이트오일로 확산돼 본격적인 확장기를 맞이해 2015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추월하고 세계 1위 원유생산국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의 발표에 의하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5년 즈음에는 미국이 수입하던 중동산 원유의 90% 이상이 아시아에서 거래될 전망이다.

김 교수는 지난 6월 급증하는 원유수출에 대한 본격적인 수출 논쟁이 시작됐으며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미국의 원유수출 물량이 당분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러시아의 아시아 원유수출 확대는 러시아의 유럽 원유 수출 감소를 동반하기 때문에 국제유가 하락보다는 아시아 유가프리미엄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는 아시아 에너지 시장에 미국과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이 확대될 경우 아시아에서 거래되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에너지 가격이 중동산에 대해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미국은 1차 석유 파동 이후인 1970년대에 원유수출금지 조치를 내려 가솔린과 디젤 같은 정제된 연료를 제외한 원유 자체의 수출을 금지했으나 최근 셰일가스 수출허가에 이어 콘덴세이트 수출까지 허가했다.

이에 따라 미국원유수출시장에 파장이 예상되면서 지난 6월2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및 국내 에너지 업계는 미국 상무부가 에너지 기업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스와 엔터프라이즈 프로덕츠 파트너스 등 2곳에 플랜트 콘덴세이트를 해외에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OPEC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내놓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향후 국제유가가 현재보다 더 추가로 하락해 예컨대 80달러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라며 “추가 유가 하락 견해를 유지하는 대표적 인물은 시티그룹의 리서치 센터장인 에드워드 모스이며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마게리는 더 극단적인 예측을 내놔 65달러까지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만약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유가하락의 여파는 OPEC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북아프리카, 서아프리카, 베네주엘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나이지리아는 OPEC회원국으로 아프리카에서는 가장 큰 석유매장량을 가지고 있으나 2012년 약 77만배럴의 원유를 나이지리아로부터 수입했던 미국이 2013년말 1년만에 수입량의 90%를 줄였다.

김 교수는 “나이지리아의 ‘light, sweet crude’가 미국의 타이트오일과 성격이 매우 비슷해 수입량이 급감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나이지리아산 저유황 연질 연유는 셰일유와 직접적인 경쟁대상이기 때문에 타격이 제일 클 뿐만 아니라 또 다른 OPEC 회원국인 앙골라 역시 최근 미국으로의 수출량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캐나다의 오일샌드 개발 기술이 베네주엘라의 헤비오일까지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위한 미국의 키스토운 건설로 미국의 타이트오일 층과 연결된 멕시코는 셰일혁명의 최대 수혜국으로 브라질을 대체할 새로운 BRIC 국가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급부상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아시아로의 석유·가스 수출이 증가했던 러시아 패권이 흔들린다는 분석 또한 나왔다.

에너지자원이 재정수입의 근간인 러시아는 2009년 에너지 전략을 통해 동북아시장 확대에 주력하는 신동진정책을 펼쳐 2030년까지 러시아의 석유수출의 25%, 가스수출의 20%를 아시아로 수출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석유와 가스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경제성장이 하락하면서 러시아 에너지부는 지난 1월25일 2035년까지의 에너지 전략을 발표해 석유수출의 23%, 가스수출의 31%를 아시아로 수출함으로써 가스수출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뿐만 아니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지역 석유시장에 진입하는 중요한 전략 프로젝트’로 칭했던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ESPO)을 2009년 완공하면서 일일 약 60만배럴의 석유를 공급했다. 2012년에는 ESPO의 2단계 구간이 1년 정도 앞당겨 완공되면서 2014년 석유수출량을 49만4,000배럴로 예상했다.

한편 이날 열린 ‘2014 하반기 석유산업 세미나’에서는 △김연규 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 교수 △황상철 한국석유공사 오일허브사업단장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 △박보영 한국석유공사 해외석유동향팀장이 △동북아 에너지 시장의 변화 △동북아 오일허브 현황과 과제 △중동지역 정세 변화 및 국제석유시장에 주는 시사점 △2014년 및 2015년 국제석유시장 전망에 대해 각각 발표해 국내외 석유시장 전반에 대한 현황을 분석하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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