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성중 기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적 접근과 기술적 경로는 매우 다양하다. 에너지, 건물, 수송 분야에서는 에너지효율 향상, 청정 수소 활용, 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강조되며, 산업 분야에서는 비석유계 원료대체와 공정 개선, 폐기물과 농축 수산 분야에서는 순환경제 활성화와 흡수원 확대 등이 주요하다. 이와 더불어,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기술(CCUS)의 혁신과 확대, 관련 신산업창출이 필수적이나,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와 투자 미비로 국내 CCUS 산업의 자리매김은 여전히 요원하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화학연구원 탄소 자원화 플랫폼 화합물 연구단'(이하 플랫폼 연구단, 단장 이윤조)이 진행하고 있는 부생가스와 바이오매스, 유기성 폐자원 등의 미활용 또는 저활용 탄소자원으로부터 유용한 플랫폼 화합물을 생산하는 '탄소 자원화 실증기술'이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어 주목된다. 동 연구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CCUS 개발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2022년 5월에 출범한 국책연구단으로서,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이 주관하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성균관대학교, LG화학, GS건설, 서울대학교 등의 총 22개의 연구기관, 대학 및 기업이 참여하여 범국가적 탄소 중립 실현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단은 선행 연구를 통해 확보한 '화학적 전환을 통한 탄소 자원화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CO2와 부생가스, 유기성 폐기물 등으로부터 에틸렌, 탄화수소, 그린폴리머, 바이오납사, 윤활기유, 항공유 등의 유용한 플랫폼 화합물을 생산하는 탄소 자원화 '실증 및 상용화' 기술 개발을 목표로 총 2단계, 5개년에 걸쳐 연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서 부생가스란 제품 생산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가스로, 일반적으로는 제철소의 코크스 공정이나 코크스와 철광석을 넣고 가열하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의미하며, 수소(H2), 이산화탄소(CO2) 등이 다량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유기성 폐기물의 경우 생물로부터 유래되어 유기물이 다량 함유된 폐기물로 인간의 소비 활동으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 슬러지, 축산분뇨, 볏짚 및 보리짚과 같은 농업 부산물, 가축분뇨, 인분뇨, 나무껍질, 산업폐수오니, 식품산업폐기물, 생활하수오니 등이 포함된다.
플랫폼 연구단은 크게 △부생가스와 CO2 동시 활용 △재생에너지 연계 CO2 전환 △유기성 폐자원과 CO2 동시 활용등 3가지 분야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화학적, 열화학적, 전기화학적 전환기술을 바탕으로 수요기업과 연계한 현장 중심의 실증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 연구팀의 주요 성과와 혁신적 기술을 살펴보면, 먼저 화학연 김정훈 박사팀은 '고순도 CO2 분리 및 회수를 위한 막 분리-PSA 혼성공정 개발'을 통해 철강 등 다양한 산업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로부터 CO2와 수소(H2)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CO를 99% 이상의 높은 순도와 80% 이상의 높은 수율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에너지연 백일현 박사팀은 '부생가스와 CO2를 이용한 합성가스 및 올레핀 생산 실증기술 개발'에서 실험실 규모에서 90% 이상의 세계 최고 수준의 CO2 전환율을 달성하며 고부가가치 합성가스와 올레핀 생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오형석 박사팀은 '전기화학적 CO2 전환 에틸렌 생산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 연구'를 통해 신재생 및 전기에너지를 활용해 고순도 에틸렌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대면적/대용량의 고효율 분리막을 개발했다. 화학연 김정랑 박사팀은 'CO2 직접 수소화를 통한 액체 탄화수소 제조 Power-to-Liquid 실증 기술 개발'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H2로부터 합성 납사와 연료를 생산하는 탄소 자원화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성균관대학교 손성욱 교수팀은 '유기성 폐자원 및 CO2 동시 활용 폴리머 플랫폼 화합물 제조기술 개발'에서 그린 탄소 함유량 70% 이상의 친환경 폴리우레탄 제조기술을 개발했으며, 마지막으로 연구단장 이윤조 박사팀은 유기성 폐자원 유래 바이오가스로부터 바이오납사/윤활유 생산 통합 실증기술을 개발 중이다. 특히 이 팀에서 개발한 마이크로채널 반응기는 기존 대비 설비용량을 90%까지 축소할 수 있어 CCU 기술의 중소규모 분산 처리시설 확대 적용 가능성을 열었다.
이러한 기술들은 CCS기술을 통해 포집된 CO2뿐만 아니라 부생가스, 유기성 폐자원, 바이오매스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탄소자원을 고부가가치 화학 원료와 연료로 전환할 수 있다. 특히 2026년부터 시행 예정인 탄소 국경조정제도(CBAM)를 고려할 때, 이 기술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발자국 최소화를 위한 중요한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50년까지 항공 여객운송에서 약 1,800메가톤의 CO2 발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구단의 F-T 합성기술로 생산된 지속 가능 항공유는 막대한 탄소 국경세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단은 '저탄소 산업 구조를 위한 탄소 자원화 플랫폼 화합물 생산기술 실증 및 상용화 기반 확보'를 목표로, 2022~2024년 1단계 연구를 통해 스케일-업 원천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025~2026년 2단계 연구를 통해 현장 실증 및 상용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플랫폼 이윤조 연구단장은 “탄소 자원화 기술 연구의 핵심 목표가 순환경제 실현과 지속 가능한 저탄소 사회 구축으로 국책연구단으로서 탄소 중립이라는 중요한 국가적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