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안후중 기자] 우리나라가 1959년 미국으로부터 도입했던 연구용 원자로 TRIGA Mark-Ⅱ. 대한민국 원자력 기술 발전의 초석이 된 이 원자로와 동일한 모델을 이제는 우리 기술로 개량하여 해외에 수출하는 시대가 열렸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주한규)은 방글라데시 원자력위원회가 발주한 연구용 원자로(Bangladesh Training and Research Reactor, 이하 BTRR)의 계측제어계통 일괄 개조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23일 밝혔다.
1986년부터 가동된 방글라데시의 BTRR은 우리나라가 최초로 도입했던 TRIGA Mark-Ⅱ와 같은 모델이다. 하지만 노후화된 아날로그 계측제어계통은 안전성과 운용의 편의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방글라데시 원자력위원회는 디지털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21년 이 사업을 수주하며 대한민국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할 기회를 잡았다.
이번 사업은 BTRR의 디지털 계측제어계통 설계, 제작, 설치, 시운전 및 교육 훈련까지 턴키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최근 24시간 원자로 연속 운전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지난 11월 최종 사업 종료 승인을 받았다. 이는 단순한 설비 납품을 넘어 기술 이전과 현지 인력 양성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협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계측제어계통은 원자로의 운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제어하며, 이상 발생 시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시키는 핵심 설비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번 개조 사업을 통해 원자로의 중성자를 측정하는 핵계측기와 원자로 계통의 온도 및 유량 등을 점검하는 공정계측기를 새롭게 설치했다. 또한 원자로 제어 계통을 이중화하고, 비상시 원자로를 정지시키는 원자로 보호 계통은 물리적으로 분리된 두 개의 채널로 구성하여 설비의 신뢰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BTRR의 안전성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운전원이 원자로 운전에 사용하는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인간공학적으로 설계하여 운전 편의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방글라데시 관계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이는 기술력뿐 아니라 사용자 중심의 설계 능력까지 갖추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사업은 우리나라와 방글라데시 간 최초의 원자력 협력 사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성공적인 사업 완료는 양국 간의 신뢰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방글라데시는 최근 원자력 발전소 2기 건설을 완료하고 곧 상업 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며,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을 위한 신규 연구용 원자로 건설 등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사업의 성공은 향후 추가적인 원자력 기술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정영욱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양자과학연구소장은 “우리나라가 수입했던 TRIGA Mark-Ⅱ를 이제 우리 손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게 되어 매우 뿌듯하다”며 “연구로 기술 수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은 단순한 원자력 기술 도입국에서 기술 수출국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이루어냈으며, 앞으로도 세계 원자력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