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충주에서 발생한 수소전기버스 폭발 사고 차량/충북소방본부 제공
지난 23일 충주에서 발생한 수소전기버스 폭발 사고 차량/충북소방본부 제공

[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지난 23일 충주에서 발생한 수소전기버스 폭발사고는 아직 우리 사회에 수소경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이번 사고 버스는 2022년 8월 제작됐으며 최근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연료전지 스택에 문제가 생겨 이에 해당하는 경고등(F)이 이미 들어와 있었으며, 차량의 수소저장탱크로부터의 가스 누출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소전기버스의 주요 부품은 연료전지 스택, 모터, 배터리, 수소탱크 등이고 이중에서 스택은 수소와 산소가 전기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핵심 부품으로 연료극·전해질·공기극으로 구성돼 있다.

26일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라 자세한 사항을 알려주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수소전지버스는 올 7월 등록 대수 1,000대를 돌파했으며 2030년까지 20,000대 보급을 목표로 삼고 있을만큼 미래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국내 최초 사고로 인해 사고 차량 제조사인 현대차는 물론, 수소모빌리티 업계와 정부, 학계 등 모두에게 보다 강화된 안전성 확보의 책임을 안겨 줬다.

이번 사고 모델인 일렉시티 수소버스는 현대차가 2017년부터 보급한 시내버스 모델로서 180kW 연료전지시스템과 875ℓ 수소탱크 용량 및 78.4kWh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 모델은 정체 구간이 잦은 노선 또는 장거리 노선이나 오르막 구간 등 전기 소모율이 높은 운행 노선에 적합하며, 정속 주행 기준 1회 충전 시 최대 550km 주행이 가능한 수소버스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해왔다.

한편 올 1월 경남 의령에서 발생한 현대 넥쏘(NEXO) 화재 사고의 경우, 폭발은 없었지만 이번 수소전기버스와 동일한 연료전지 스택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한때 잘못 알려져 일부 소비자들에게 불안감을 줬으나, 일렉시티 수소버스는 총 용량 180kW로서 90kW짜리 스택 2개가 들어가지만 넥쏘는 95kW짜리 단일 스택이 쓰여 핵심부품은 서로 다르게 사용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외의 수소에너지 관련 사고로는 2019년 발생한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폭발 사고와 그 이듬해 발생한 미국 수소연료전지 공장 폭발 사고가 대표적이다. 노르웨이에선 고압저장탱크의 연결플랜지 조립 실수가 부른 수소 누출로 인한 폭발로 당시 충전소 안전 관리 문제가 크게 부각됐었다. 그밖에 일본에선 2005년부터 70여 건의 수소충전소 사고가 발생했는데 대부분 연결부 관리 불량, 실링 관리 불량 등 기술적 문제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가 코앞에 닥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주요 아젠다 중 하나인 수소경제 인프라 조성에 걸림돌이 돼선 곤란하다. 구태여 수소전기버스 1대가 연간 86,000km를 주행할 경우 41.8톤의 공기가 정화돼 성인 약 85명이 1년 동안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거나 수소버스 한 대가 정화하는 미세먼지의 양이 중형 디젤 승용차 40대가 내뿜는 것에 비긴다는 연구 결과를 거론치 않더라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선 수소에너지 지속 확충이란 대명제엔 이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수소에너지 공급망의 안전관리 체계를 더욱 공고하게 하려면 수소버스 정기 점검 강화 및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고 수소충전소와 차량 간 통신 시스템도 개선돼야 하며, 운전자 및 관련 인력에 대한 수소차량 안전 교육 역시 수소 안전 체험교육관인 '수소안전 뮤지엄' 및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확산돼야 한다.

또한 수소버스 설계 및 제조 과정의 안전 기준 관련 국제 프로토콜 정립에 더 큰 역량을 투입해야 하고 청정수소 생산설비와 공급망 전체에 대해서도 더욱 촘촘한 규정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수소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혁신과 예산 확충에 정부와 산업계·학계가 머리를 맞대야 하며 수소 안전분야의 국제협력 추진도 서둘러서 글로벌 수준의 수소 안전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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