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글로벌 석유·가스 산업이 탐사 전략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최근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는 대형 신규 유전 개발보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저비용으로 빠르게 수익을 회수하는 인프라 중심 탐사(ILX, Infrastructure-Led Exploration) 가 확산되고 있다.
■ 석유·가스 탐사비, 10년째 500~600억 달러 수준 정체
석유·가스 업계는 최근 10년간 신규 탐사에 대한 투자를 신중하게 유지하고 있다.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 에 따르면, 글로벌 탐사 지출은 2013년 1,170억 달러에서 급감한 이후 2016년부터 연간 500억~600억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유가 변동성과 수익성 압박 속에서 비용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전략 변화에 따른 결과다.
국제 메이저 기업들은 대규모 신유전 탐사보다 소규모·단기 회수 프로젝트를 선호하는 추세다. 발견 이후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기존 플랫폼 및 송유·가스관망과 연결해 개발비용을 낮추는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 인프라 연계 탐사(ILX) 성공률, 글로벌 평균보다 10%포인트 높아
인프라 중심 탐사(ILX) 전략은 경제성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전 세계에서 약 900건의 ILX 탐사정이 시추됐으며, 이 중 42% 가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글로벌 평균 탐사 성공률인 32%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치다.
아티샤 마하잔(Aatisha Mahajan) 리스타드 에너지 탐사연구 부사장은 "높은 성공률과 자원 추가 확보를 통해 ILX 시추는 생산 지속과 인프라 최대 활용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 노르웨이·동남아에서 ILX 전략 가속
노르웨이(Norway) 는 ILX 전략이 가장 활발히 적용되는 지역 중 하나다. 에퀴노르(Equinor) 는 최근 노르웨이 해(Norwegian Sea) 의 기존 생산 인프라 인근 지역에서 신규 가스·콘덴세이트 발견을 발표했다. 이번 발견은 오스가르드(Åsgard) 와 크리스틴(Kristin) 유전 북쪽 지역으로, 이미 대규모 인프라가 구축된 지역이다.
에퀴노르는 또한 바렌츠해(Barents Sea) 의 요한 카스트베르그(Johan Castberg) 유전 인근에서 추가 매장량 2억5천만~5억5천만 배럴 규모의 개발 가능성을 확보해 ILX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동남아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셸(Shell) 은 2024년 3월, 말레이시아(Malaysia) 해역의 기존 반잠수식 생산시설인 구무숏-카캅(Gumusut-Kakap) 을 활용해 신규 개발단계 생산을 시작했다. 페트로나스(Petronas) 역시 말레이 분지(Malay Basin) 의 노후 유전 인프라를 활용해 추가 자원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 저비용·고효율 시대, ILX 전략은 지속될까
석유·가스 업계는 앞으로도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목표로 ILX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신규 프로젝트의 높은 리스크를 피하고,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빠르게 생산에 착수하는 방식이 석유·가스 기업들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ILX 전략은 단기적 생산량 확충뿐 아니라, 탄소배출 감축과 투자 최적화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 아프리카, 천연가스로 미래 연다…이집트·알제리 에너지 주도권 강화
- 미 에너지장관, 중동 3개국 순방… 에너지 안보 외교 본격화
- 사우디 아람코, 미국 넥스트디케이드와 20년 LNG 계약 체결
- 중국 석유공룡들, 천연가스에 베팅…LNG 시장 판도 바뀌나
- 열리는 아프리카 에너지 시장, 한국 기업의 준비는 충분한가
- 인프라 중심 탐사(ILX)란? 구축된 플랫폼, 가스관 등 활용
- 커먼웰스LNG, 아시아 기업과 20년 공급계약 체결
- "LNG 확보, 결국 가격 싸움"… 유럽 가스 저장 재충전 앞두고 긴장 고조
- 6조원 해상풍력 다시 출항… 에퀴노르 "청정에너지 전환 견인"
- Shell, 2030년까지 LNG 생산능력 1200만톤 추가 확대
- 노르웨이 북극해서 대규모 가스 발견…에퀴노르, 생산량 증가 청신호

